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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어쩌다 얻은 행운-지리산 상고대

by 혜산 2020. 12. 27.

2020년 크리스마스 

생각지도 않았던 지리산행을 하게 되었다.

어릴적 아버지 따라 지리산을 구석구석 많이도 다녔었다는 사위와는 아주 짝이 잘맞는 산행 동지가 되었다.

혼자라도 지리산에 가고 싶어서 코로나가 무서워도 버스를 예약했었다지만, 우리가 함께 간다면 직접 운전으로 모시겠다는 말에 얼씨구나 하고 동참.

드뎌 일년만에 지리산 가는겨? 이러면서 짐을 쌌다.

새벽 두 시 출발~

도로는 뻥 뚫렸으니 시원하게 달리고 달려 (멀기는 멀더라) 세시간 반만에 백무동 도착.

종주는 할 수 없으니 당일 산행으로 길면서도 원점회기가 가능한 코스를 골랐다.(그래봤자 선택의 여지는 많지않다}

백무동~장터목~세석~한신계곡을 거쳐 다시 백무동으로.

 

살짝 눈소식이 있었지만 요 몇 해 동안 지리산에서의 설경을 포기한 상태라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로를 달리는 동안 구간별로 눈이 내리는 곳이 있다.

혹시?? 바람도 분다는데 이거 또 소백산처럼 고생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리산의 겨울이 처음은 아니기에 기대반, 설렘반으로 산행시작~

 

오늘의 멤버 삼총사

12월 25일 오전 6시 출발준비를 마쳤다.

 

백무동 골짜기에 살포시 눈이 내려 앉았다. 오랫만의 흰 눈이 반갑기는 하지만 어설프게 내린 눈이 걷기에는 영 불편했다. 눈 아래 돌 길이 미끄러우니 스틱 없이는 걷기도 힘들정도여서 할 수 없이 스틱을 폈다.

그러나 날씨는 아주 포근하여 땀이 날 정도라 도중에 겹쳐입은 옷을 하나 벗어야 했다.

 

8시 10분 작은 소지봉 - 작년엔 화대종주를 하느라 이 곳으로 하산을 하지 않았기에 언제부터 이 곳이 작은 소지봉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암튼 여기까지만 오면 길은 조금 편해진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하동바위에서 참샘으로 오르는 구간은 너무나 지루하고 미끄러웠다.

이제 날도 밝아져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비로서 펼쳐지는 상고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8시 54분 망바위 - 여기가 큰소지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장터목에 가까워질수록 눈도 조금씩 많아져서 제법 발 밑에서 뽀드득 소리를 낸다.

오호~ 웬일이지 지리산에서 이렇게 하얀 눈을 밟게 될줄은 기대로 안해봤는데 ㅎ

 

9시 40분 장터목대피소 

눈길이 미끄러워 조심하는 분 때문에 시간이 약간 더 걸렸지만 무사히 바람부는 장터목에 도착했다.

반갑구나~~

코로나가 아무리 무서워도 백무동으로 향하는 야간버스는 만차라서 임시버스까지 운행했다더니 역시 장터목 취사장에 사람들이 그득하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이 황금 연휴에 세파에 밀려 산으로 올라오는 모양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언제나 우리가 좋아하는 자리가 마침 텅 비어있다. 이 또한 좋을시고~

취사장엔 옆사람과의 사이에 투명가로막이가 설치되었다.

사골 떡국이 우리의 아침겸 점심식사. 

 

장터목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먹구름은 북쪽골짜기에서 쉬임없이 능선을 넘으며 세찬 바람을 몰고 다닌다.

그 사이로 잠깐씩 푸른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히야!! 멋진걸~

역시 지리산이야.. 우리는 이렇게 입을 모았다.

 

10시 50분 세석으로 출발

일출봉 오른다. 그런데 갈수록 점점 상고대가 환상적인 경치를 연출한다.

아,,, 이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일출봉에 오르자 드디어 드러나는 푸른 하늘 -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웬지 더 아름다워 보인다.

마치 잉크를 풀어낸듯 푸른 하늘이 어찌나 곱던지 감탄 또 감탄.

 

역시 지리산 답게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곳에서 반야봉을 바라보려 했건만,,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멋진 경치!!

 

연하봉에서는 멀리 바다까지 바라보이는 맑은 날씨.

 

촛대봉이 어서 오라고 우리에게 손짓하는 듯. 기다려라 곧 갈테니까~

 

전망이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던 산님을 만나 사진을 주고 받았다.

덕분에 생긴 단체사진

 

꽁초봉-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꽁초봉엔 울타리가 생겼다.

저 바위에 올라 앉아 연하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었는데.

 

저 상고대가 너무나도 예뻤다. 겨울 지리산을 좀 다녀봤지만 이런 경치는 정말 처음이다.

이제 삼신봉 능선만 지나면 촛대봉이다.

보통때와는 반대 방향의 산행이라 고도를 낮춰가니까 조금은 수월하다.

 

11시 50분 삼신봉을 지난다.

삼신봉 주변은 유난히 상고대가 멋진 곳이다.

 

12시 30분 촛대봉

아직은 기운이 많이 남아 있는 사위가 촛대봉을 올랐다.

그러나 바람에 밀려 사진 한 방 찍고는 바로 하산 ㅎ

오늘 천왕봉과 반야봉은 구름에 숨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오후 1시 세석대피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신다.

세석대피소 마당은 마치 봄볕이 어린것처럼 따스하다.

평소대로라면 단체 산객들이 붐볐을텐데 덕분에 조용하니 더욱 좋다.

약 삼십분을 쉬고  한신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한신계곡엔 겨울이면 건너야 하는 얼음길들이 있다.

빙판엔 아이젠도 박히지 않고 스틱도 미끄러져버리니 엄청 조심스럽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동안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덕분에 전에 비해 빙판은 적었다.

오층폭포-전망대가 좀 더 높아야 오층이 제대로 보일텐데
가내소폭포
요것도 폭포일까-이름은 모르겠다

오후 네시-하산 완료

하산은 두시간 반이 걸렸으니 제법 빨리 내려온 셈이다.

미끄러운 눈길 때문에 쉽지는 않았던 당일 산행이지만 정말 많은 행복감을 가지고 돌아왔다.

조금만 더 가깝다면 좀 더 자주 갈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그리고 사위와는 또 훗날을 기약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