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머금은 우아한 철쭉이 어마무시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그래 그래 너 이뻐~~ 맘껏 칭찬해 주자
되돌아 보면 정령치와 그 위쪽으로 멀리 우리가 지나온 고리봉과 만복대가 있다.
어느새 이만큼 왔나 싶다.
7시 20분 큰고리봉
큰고리봉에서 세걸산은 3km의 긴 거리로, 긴 오르막과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약간 지겨운 구간..
9시 45분 세걸산
세걸산 이 후는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지만 컨디션 난조로 시간이 예상외로 오래걸렸다.
할미꽃이 피고 나면 저런 모습이 되는걸 처음 알았다.
그 전에 왔을때 많이 보였던 얼레지는 이미 꽃이 진 다음이라 그런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세걸산과 세동치 사이에 약수터가 있다.
세동치 가기 전 우측에 낙엽송이 우람한 작은 오솔길로 약 이십미터 정도 걸어내려가면 시원한 물줄기의 약수터가 있다. 작은 팻말이라도 있으면 목마른 산객들에게 도움이 될텐데.
10시 20분 세동치
세동치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몸에 기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을 거의 거르다시피 했더니만 이제 남아있는 에너지가 고갈된듯 오르막만 만나면 세발 걷고 한 발 쉬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과한 운동을 할때 평소보다 더 먹어야 하는 법인데.
그래도 한시간 남짓 걸어서 부운치에 도착 - 부운치 팻말은 좀 희안하게 오르막길 중간에 있다.
일단 여기에서 준비해간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산노을은 아침식사가 소화불량 상태라 점심식사를 패스하고 대신 부채질로 파리를 쫒아주는 서비스를 했다. ㅎ
쉬는곳마다 어찌나 날벌레가 많은지 맘편히 쉴 수가 없었다 ㅠ
부운치를 지나면 멀리 팔랑치와 바래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 봉우리와 달리 부운치 가는 길은 그저 평탄한 내리막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철쭉이 피어 울긋불긋한 모습을 보니 절로 기운이 솟아난다.
팔랑치 가는 길에 되돌아 본 서북능선
아직도 바래봉은 저 멀리 아득해 보이지만 이제부터는 눈이 즐거우니 한결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꽃밭, 꽃길이다.
멀리 보이는 바래봉,, 저기까지 언제 가려나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이십여 킬로미터를 단번에 걷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수많은 경험으로 크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것이 오산이었고 오랫동안 장거리 산행을 쉬었던 것도 이 번 산행이 힘들었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제 바래봉을 올라간다.
바래봉 가는 길은 정비가 잘 되어있고 이렇게 울창한 나무 숲에서 주는 시원한 느낌이 아주 좋다.
서북능선에 귀한 약수터 - 물맛이 아주 좋고 시원하다.
오후 1시 10분 드디어 바래봉에 올랐다.
아홉시간 만에 오른 바래봉 - 예상보다 한 시간은 더 걸렸다만.
거침없는 산줄기를 감상하고 이제 하산할 시간, 아니 하나의 산이 더 남아있다.
이름하여 덕두봉, 인월로 하산하려면 덕두봉을 넘어야만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이미 피로한 다리에 등산화는 발가락을 괴롭히고 있다. 등산화가 오래되어 그런지 가죽이 약간 수축된 느낌이라 장거리 산행을 하면 발가락이 너무 아픈 나머지 내리막에서 무지하게 고생을 해야 했다.
스틱조차 들고 오지 않아 나무작대기를 주워 대신 끌고 다녔다.
이 번 산행으로 또 새로운 가르침을 받았다.
바래봉에서 여기까지 오는데에도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사십분이나 걸렸다.
오후 세시가 넘은 시간- 산행 날머리 도착
여기까지 열두시간을 걸었다.
여기부터 인월 월평마을 버스터미널까지도 1.6km
마을로 가는 도로는 재정비중인지 아주 안좋은 상태라서 마지막까지도 내 발을 괴롭혔다.
인월에서 급하게 저녁을 먹고 간신히 4시 30분 버스에 탑승하여 서울로 돌아왔다.
버스 속에선 그저 반 기절상태로 한숨 푹 자고 나니 동서울 도착~ ㅎ
너무 힘들었던 장거리 산행이었다. 그러나 고생한 만큼 돌아오는 행복감은 어마어마하다.
남들이 볼때는 사서 하는 고생이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아름다운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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