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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일지

오후 산행

by 혜산 2006. 4. 7.

 

그동안 꽃 봉우리였던 진달래가 며칠 사이 활짝 피었군요.

아직 주위 풍경은 메마르고 별 볼일 없지만 울긋 불긋한 꽃들 사이에서 보다 훨씬 그 자태가 청초하고 고고해 보입니다.

산을 오르는 길은 이런 작은 변화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섭리를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껴보는 맛이 있습니다.

한차례 봄비가 지나간 뒤여서 인지 세수한 듯 해맑아 보이는 산의 유혹에 즐거이 빠져들어,

느직히 오후 산행에 나섭니다.

두 세시간 정도의 산행인지라 간단히 차 한잔 마실 뜨거운 물과 찬물 약간을 준비하고

아직 세찬 봄바람을 대비하여 겉옷 하나를 여벌로 베낭에 넣습니다.

산자락에 당도하면 수목이 뿜어내는 각종 향기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요즘은 산행길에 새로 돋아난 어린 싹과 잎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름 모를 각종 나무들은 물이 올라 푸르슴한 모습이고, 멀리서 보면 개나리꽃 같은 노란 산수유꽃은 지금 한창입니다.

북한산에 유난히 많은 진달래,, 양지바른 아래쪽에선 만개했지만,산 위로 오를수록 아직은 찬바람이 버거운지 꽃잎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다 보면 원추리의 어린싹도 뾰족히 귀여운 잎을 내밀고 있구요.

 

한차례 가파른 길을 기어오르고 나면 능선길에 오릅니다.

일단 멈추고 숨을 고르며 물 한모금을 마시고 나면 다시 원기회복!

나머지 목표로 돌진합니다.

 

 

바위가 많은 북한산은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난 바위가 많습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이 바위는 마치 사자의 옆모습 같습니다.

반대쪽의 아래에서 바라보면 코뿔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날따라 태양 광선이 부족하여

형태가 불분명해 보입니다.

비봉능선에서 형제봉쪽을 바라보면 사자능선이 있습니다.

사자의 얼굴처럼 보이는 바위가 있고 몸통같은 능선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지만,

이곳의 사자얼굴이 차라리 더 그답게 보입니다. -내 눈에는-

 

 

사자 뒤통수에서 한 장 기념사진을 찍고,,

 

아늑한 자리를 골라 커피 한 잔을 달게 마십니다.

어느새 해는 서산에 걸렸는데 오전에 내린 비로 촉촉해진 대지가 뿜어내는 물방울땜에

뿌옇게 얼굴을 흐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산행을 하기 위해 산길을 돌아서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패이고 또 패여서,다니기가 불편해지면 또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냅니다.

길이 자꾸만 늘어나고 넓어지면,

화강암으로 이루어지 바위산인지라, 그러지 않아도 흙이 부족하여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주위의 나무들은 점점 뿌리가 들어나 쓰러지고 맙니다.

그러고 나면 그 자리는 사람들이 계속 밟아대니, 곧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민둥이가 되어버립니다.

특히 족두리봉 쪽에 이런 현상이 심각할 지경이어서 예전에 좁은 오솔길이었다면, 지금은 신작로가 되어 버렸습니다.

왠만하면 불편하더라도 밟고 다니도록 만들어 놓은 길을 이용해야 하고, 흙보다는 바위를 딛고 다닌다면  이런 일은 많이 방지가 될텐데..

산을 좋아해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왜 그런 것을 모르는지 정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어쨋든 나도 거기에 일조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조심하려고 노력하지요.

 

 

 

어느새 해는 지고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삼각대 없이 찍은 사진이라 조금 흔들리는군요.

도시의 불빛속으로 한마리의 불나방처럼 다시 돌아가야할 시간입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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