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온통 세상이 뒤숭숭한 요즘,, 첫 눈이 내렸다.
서울에야 눈이 온둥 만둥 제대로 된 눈구경을 하지도 못했지만 중부지방 그 중 소백산에도 흰눈이 소복히 쌓였다는 정보 입수.
유난히 눈쌓인 산을 좋아하는 사위 덕분에 겨울이면 느닷없는 깜짝산행을 하게된다.
이리하여 갑작스레 이루어진 산행. 하필 날씨도 무쩍 추워져서 영하 십오도가 넘는 날.
서울에서 7시 출발 - 이 번엔 지난번과 코스를 달리한다.
들머리를 어의곡 그리고 날머리는 천동으로 하려고 했는데
어의곡까지는 택시로 이동해야 하는데 택시 기사가 대기하기로 한 곳엔 아무도 없고
추운 날씨에 기다리기도 싫고 그리하여 갑자기 코스를 변경하여,
국망봉으로 올라 어의곡으로 원점회기하기로 - 참고로 국망봉코스는 이 날까지 출입통제지역이었다.
식당 가기도 두려운 세상인지라 딸내미가 싸준 주먹밥을 차 안에서 아침으로 대신하고 출발했다.
질본에서 아무리 모임 자제 권고를 외쳐도 눈산번개팀을 실은 버스가 등산객을 한무리 쏟아낸다.
이 들을 피할겸 조용한 늦은맥이재를 오르는 길이 처음엔 아주 좋았다.물론 길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눈덮힌 등산로는 온통 움직이는 돌로 이루어진 너덜이 대부분이었다.쉽지않은 시작. 늦은맥이재 근방에 이르자 무시무시한 바람소리가 우리에게 경고메세지를 날린다. 일단 간식먹으며 옷가지를 껴입고 장갑도 겹쳐 끼는 등 강추위에 대비하고 능선을 올랐다.
아, 그런데 여기에서 비로봉이 6.7킬로미터나 된다고...
이 바람부는 능선을 그렇게 갈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 늦은맥이재에 오르자 여태까지 앞서가던 두 개의 발자국이 갑자기 사라졌다.
어?? ..... 여기까지만 오르고 다시 되돌아 내려간 모양이었다.
덕분에 잘 따라왔었는데,, 앞으로 거의 7킬로가 되는 바람부는 산길을 어찌 러셀을 하며 갈것인가,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사위가 길을 내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젊음이 좋긴 좋다.. 아직까진 여유만만!! 힘들어하는 장인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있구나 ㅎㅎ
나는 깜빡하고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린 바람에 사진을 못 건졌다. 사실 찍을 여유도 없었지만.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
이런 정도면 그래도 길이 뚜렸이 잘 보이는 편이다. 잡목이 우거진 곳에선 길찾기도 쉽지않아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원래는 약 다섯시간이 우리의 산행예정 시간이었다.
그런데 목표진점을 절반도 못갔는데 어느새 다섯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바람부는 능선길엔 점심을 먹을만한 작은 공간도 없어서 기운마져 떨어져 가는데 어느새 해가 기울어간다.
바람이 밀어올린 쌓아놓은 눈 길은 보통 오십센티 정도의 깊이로 쌓여있어 한 발 한 발이 고행길.
휴,,, 한 발 한 발이 고행길이다.
이런 설화를 감상할 여유도 별로 없었다.
오늘 우리의 든든한 산행동지, 러셀하느라 고생이 아주 많았다. ㅎㅎ
국망봉을 코 앞에 둔 시점, 바람을 피할 어느 바위아래 숨어서 샌드위로 간단하고 조촐한 식사를 했다.
그리고 국망봉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세상에나,, 산에서 만나는 사람이 이렇게 반가워보기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분들은 비로봉에서 오는데 두시간 반이나 걸렸다는 거다.
날 저물기 전에 우리 이 산을 내려갈 수 있는걸까. 벌써 세 시가 다 되었는데..
사위의 핸드폰은 추위에 꺼져버렸고, 또 시간 여유도 없어서 우리는 국망봉에서 사진 한 장도 남기지 못하고 바로 출발하여 발길을 재촉해야 했다.
국망봉에서 비로봉 구간은 좀 쉬울줄 알았더니만 전혀 아니올시다~~ 그 분들 덕분에 러셀은 면했지만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힘들기는 매한가지.
눈길에 쓰러지고 넘어지며 간신히 해가 지기 직전에 어의곡 삼거리에 도착했다.
우리 뒤 편으로 비로봉은 보인다마는,,
400미터만 가면 소백산의 최고봉 비로봉에 도착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 조용해 보이는 사진 한 장 속에 어마어마한 바람이 숨어 있다는 거.. 바람때문에 눈뜨기도 힘들었지만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바람에 떠밀려 꽈당~ ㅋ
현재 기온은 거의 체감으로 영하20도 정도. 실온이 영하 15도 정도 되는 날이었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무사히 하산했다.
거의 겨울산에 고립될것만 같은 공포도 가끔 느끼며 서로 얼굴만 마주치면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만 날렸던 힘들고 약간 무모한 산행.
오랫만의 고된 겨울산 그 매운맛과 가르침을 소백산이 따끔하게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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