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연일 푸르던 하늘이 갑자기 뿌옇게 변했다.
드디어 중국발 미세먼지가 며칠간 하늘을 덮어버린 것이다.
지난번 문수봉에 오를때까지만 해도 그리도 아름답던 하늘이.
어쨋든 그 날 약속을 했었다. 두 주 후면 단풍이 예쁠테니 그 때 꼭 의상능선을 오르자고.
약속한 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하늘이 다소 맑아졌다. 이런 행운이~
백화사 앞에서 버스를 내리고 10분 이상을 걸어야 의상봉을 오르는 들머리에 도착한다.
멋진 화장실을 지나 좀 더 걸으면 의상능선으로 곧장 오르는 길과 골짜기를 우회해 가사당암문쪽으로 오르는 갈래길을 만난다.
오른쪽 등산로를 선택한다면 능선에 오르기 편한대신 의상봉은 오를 수가 없다.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조금 힘든 왼쪽 등산로를 선택하여 의상봉을 오르기로 했다.
갈림길을 지나면서 부터는 경사도가 조금 심해진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널널한 산행.
널찍한 바위가 나타나면서 드디어 깔딱진 능선의 고된 산행이 시작되니까.
오랫만에 만나는 요상한 모습의 바위 - 사람들은 이름도 갖가지로 지어 붙였더라마는..
자~ 이제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바윗길 오르자~
등산로는 예전보다는 많이 정비가 되어 가끔은 짧은 계단도 있고 잡고 오르는 봉도 잘 박혀 있기는 한데
그래도-- 그래도 여전히 만만찮은 의상봉
깔딱진것만으로도 숨이 턱에 닿을 지경인데 사람의 발길로 반들해지기까지한 바위를 오르려면 양 팔에 힘을 주고 젖먹은 힘까지 쏟아야 할 지경이다.
이건 뭐,, 공룡능선보다 더 힘든데' 를 연발하며 십여분을 더 오르면 드디어 의상능선의 첫 봉우리 의상봉을 만난다.
해발고도 502미터 의상봉 - 백화사 출발부터 약 한시간이 걸렸다.
쉼터에서 물도 마시고 큼지막한 청포도 캔디 하나씩 물고 다음 봉우리로 출발!
가사당암문을 지나면서 슬슬 주변에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 주 전만해도 파랗던 잎들이 어느새 물이 들다못해 말라버린것들도 많으니 어느새 가을이 후딱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멀리 보이는 비봉능선을 바라본다. 가려면 아직도 멀기만 한듯.
의상봉의 급경사를 오르고 나서도 여섯개의 봉우리마다 한고비씩은 넘어야 한다. 결코 쉽지않은 의상능선..
예전에 못봤던 새로운 안내판들이 곳곳에 세워져있다. 성을 지키는 병사들의 초소가 세워졌던 터가 성랑지라고.
그러고보니 예전의 기와조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취봉(681m)을 지나 부암동암문에 도착하니 비로서 어여쁜 단풍들이 주변을 메우고 있다.
부암동암문: 4시 15분 - 백화사에서 두 시간걸렸다.
역시 의상능선의 단풍은 부암동암문 부근이 제일로 멋지다.
삼천사쪽에서 부암동암문을 오르거나 산성 부왕사를 거쳐 올라서 단풍구경을 해도 좋다.
양쪽 골짜기가 다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가을이라 해가 짧다.
715봉 아래쪽에서 저녁으로 준비한 김밥을 먹고 나니 어느새 산골짜기에 해가 저물었다.
사잇길을 통해 곧장 비봉능선으로 go go~
715봉을 우회하는 사잇길은 어느새 쌓인 낙엽으로 걷기도 힘든데다가 통행이 많지 않아 뚜렷한 등산로가 없으므로 잘못하면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진 후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됨.
바위에도 단풍이 들었다. 노을에 물든 모습이 참 예뻤다.
이제는 서로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능선길을 빠르게 걷는다.
곧 해가 질테니까.
비봉을 지나 헤드렌턴을 꺼냈다.
어느새 하늘엔 반달이 떴다. 부지런히도 일찌감치 뜬 달이 하늘을 밝혀주기는 하지만 골짜기는 아주 어둡고 구르는 돌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지난 여름 내린 비 때문인지 등산로가 많이 변해버려서 어두운 하산길로는 아주 꽝이다.
6시 40분 하산완료
약 다섯시간에 걸친 험난한 산행이었지만 오랫만에 걸어본 의상능선은 역시 가을엔 최고의 등산코스라는 생각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북한산,, 걷고 나면 항상 최고의 행복감을 주는 고마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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