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다.
그것도 이틀 전에.
아침에 창 밖 하늘을 바라보니 느낌이 딱!!! 그래, 오늘이야 - 오늘은 꼭 산에 오르리라.
이 시점에서 우리 부부는 마음이 통했다.
그러나 한 낮은 여전히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구고 있으므로 오후 네시쯤 출발하기로 작정하고 냉동실에 마실 물을 얼려두었다.
힘들면 약수터까지만 가자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힘들게 나선 길이니 어지간하면 향로봉 고갯길을 굳이 가보리라 마음 먹었다.
길을 나서니 웬일인지 산들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준다. 숲 속을 들어섰는데 날벌레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쾌한 출발.
알고보니 우리에겐 시원했던 바람이 동해상에서 사나운 태풍이었다는거지. ㅎ
약수터까지는 늘 힘이 겹다. 산을 자주 다닐때엔 놀면서 가는 코스지만 이렇게 더운 여름, 그것도 어쩌다 하는 산행에선 결코 만만치가 않다. 시작부터 계속된 오르막이라서 말이지.
약수터에서 얼음물에 미숫가루를 흔들어 마시고 간식을 좀 더 먹었다.
그래야 향로봉으로 향하는 등성이 두 개를 넘을 수 있을테니까.
참, 향로봉 골짜기의 깔딱고개는 이제 입산제한 구역이 되어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발들이 도토리를 줍겠다고 여기 저기 길을 내고 파헤쳐 훼손이 심한 상태이기는 했다.
올 해는 몇 년만에 북한산의 참나무들이 도토리를 맺었던데 과연 제한구역이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
괜한 기우일까.
톱날같은 관악산 줄기가 선명히 보이는 맑은 날.
요즘들어 파란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긴 한데,, 그래서 태양이 너무 뜨거웠다. (이렇게 인간의 불만은 끊임없다 ㅎ)
그렇지만 지구의 기울기는 여전하고, 계속하여 태양의 주위를 돌며 나아가고 있을테니 어김없이 가을은 올것이다.
비봉능선에서부터 백운대까지의 최고 조망터에 도착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 우린 여기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 갈 예정이다.
산 중은 고요하고 주위엔 아무도 없으니 등산화와 양말까지 벗고 시원하게 풍욕을 즐겨본다.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릴듯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산 중에 몸을 맡기는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다.
하늘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그저 감탄할 뿐 형용할 방법을 찾지 못한채 무아지경으로 바라본다.
태풍이 몰아다 놓은 듯 장엄한 한덩어리 구름
어디로 갈텐가?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그 모습이 변하고 있다.
일곱시가 넘었지만 떠나기가 아쉬워 머뭇거리다가 겨우 일어나서 하산.
어두워져서야 산을 빠져나왔다.
다음 주 지리산행을 위해 체력 단련 겸, 부지런히 산을 다니기로 마음 먹어보는데 생각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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