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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일지

2021년 북한산 신년 산행

by 혜산 2021. 1. 17.

어쩌다 보니 신년이면 형제봉 산행이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북악터널 입구에서 산을 올라 일선사를 들려 대성문을 오르는 코스.

일선사에서는 부처님전에 절을 올리고 신년 달력을 얻어가지고 온다.

 

전 전 날 눈이 왔지만 워낙 날씨가 따뜻하여 그늘진 곳을 빼고는 죄다 녹아버렸다.

산행을 하기엔 아주 나쁜 상태가 되시겠다.

녹았다 얼어붙은 반들반들한 빙판도 조심스레 건너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일부러 형제봉을 우회하여 능선에 올랐다. 날은 따스하여 봄 날 같지만 하늘을 미세먼지로 흐려서 전망은 별로.

 

일선사는 여전한 모습이다. 그 흔한 기와불사 하나 없이 그저 조용한 절.

발로 걸어야만 오를 수 있는 진정한 절이다.

 

형제봉을 내려다 본다. 형제가 나란히 흐린 하늘 아래 우울한 분위기다.

 

절 뒤편 저 산자락으로 몇 몇 등산객이 산을 오르고 있다.

보현봉을 오르는 길목이긴 해도 입산금지여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인데 나도 궁금하긴 하다.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하고.

 

대성문 앞 마당은 햇살이 좋긴 하지만 바람이 약간 불고 있다.

게다가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 등산객이 있으므로 우리는 성 너머 마련된 테이블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아늑하고 바람도 없으니 식사하기 딱 좋은 곳. 가방걸이까지 만들어 놓아 등산객을 배려하고 있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하산 코스를 잠시 고민했다. 그냥 산성 입구로 하산할지, 아니면 모처럼 비봉능선을 밟아볼지.

미끄러운 눈길때문에 바위가 많은 능선 길은 조금 난이도가 있을것 같지만 일단 그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대남문 북쪽 골짜기는 오래도록 눈이 녹지 않는 응달지고 경사진 곳이라 매우 조심스럽다.

 

문수봉과 청수동암문 갈림길

오늘같은 날 문수봉을 오르는 것은 조금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린 무조건 청수동암문 쪽으로 간다.

청수동암문 골짜기를 내려가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살짝 녹은 눈이 바위를 덮고 있기에 아이젠을 신었다면 조금 편했을 테지만 스틱으로 버티고 내려가자니 다리가 고생이었다.

하지만 그 외 비봉능선은 몇 몇곳을 빼고는 눈이 모두 녹아 걷기에 편했다.

 

승가봉 - 을 오르기 전 석문봉은 좀 미끄러워 네 발로 기어서 간신히 통과했다.

 

식당바위에 오르니 어느 님이 눈사람을 예쁘게도 만들어 놓으셨다. ㅎ

 

남자들 삼인방이 비봉을 배경으로 섰다.

날씨가 어찌나 따뜻한지 땀을 흘리며 걷다 못해 나중엔 겉옷을 벗을만큼 따스한 겨울날의 호젓한 산행이었다.

올 한 해는 모든 이들이 행복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