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하는 빗줄기 속에서 약간의 고개를 오르내려 중봉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5분 중봉
마지막 날까지 하늘은 그 모습을 꽁꽁 감추고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산을 내려갈수록 말짱해지는 하늘
드디어 저 잘룩한 산허리에 치밭목 대피소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을 예정인 곳이다.
하늘은 점점 푸르러지고 경치는 끝내주게 멋있는데, 산 길은 아주 호젓하여 우리만의 세상이니 더욱 좋은거다.
천왕봉쪽을 돌아보니 아직도 구름에 쌓여있는 모습. 이번 종주길에서 천왕봉은 꼭꼭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아무리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쳐도 나오지 않는다.
여유만만 - 하산을 마치면 새재에서 하루 묵어갈 예정으로 숙박예약까지 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급할것이 하나도 없다는 거지.
중봉에서 써리봉 구간도 하산길이 좀 가파르긴 하지만 경치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이 써리봉에서 십분은 놀았나보다.
11시 22분 써리봉기념
12시 치밭목대피소 도착
치밭목은 14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관리하면서부터 외관부터가 많이 달라졌다.
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시 신을 벗고 쉬노라니 안개 가득하던 하늘이 별안간 맑아지며 뜨거운 햇살을 쏟아붓는 거다.
어찌나 뜨겁던지 고이 접어놓은 저 파라솔을 펼쳐야만 했다. 물론 공단 직원의 허락을 먼저 받았다.
여기까지 오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산노을은 100미터 아래 샘까지 두 번이나 물을 뜨러 오르내려도 기분이 마냥 좋은가보다.ㅎ
점심으로 오랫만에 라면 끓여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 시작! 오후 1시30분
치밭목에서 묵어 갈 우리의 길동무께서 한 장 찍어주어 단체사진이 남았다.
여기까지 오면 어쩐지 이제 산을 다 내려 온 기분이 들긴 하지만 사실은 여기부터가 더 고생스럽다.
다리는 피로가 극에 달했는데 길은 아주 까다롭고 또 끝이 없이 멀고 멀다..
이것이 우리가 내려온 길.
길도 편치 않은데다가 안개비로 젖고 또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딛는 돌마다 미끄러워서 더욱 어려운 하산이다.
2시 20분 삼거리에 왔다.
새재와 유평리가 갈라지는 곳.
우리는 새재로 갈 예정이다. 유평리보다 약 1킬로남짓 더 덜 걷기도 하지만 하산 후의 잠자리 때문에 새재로 방향을 잡았다.
힘들기는 하여도 원시의 숲처럼 고요하기만 한 너무도 아름다운 숲, 그대로 머물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이번에 산노을과 홍산님이 나란히 선두로 우리를 이끈다.
산노을이 이 쪽길에서는 그래도 가장 경력이 많으니까 ㅎ
김대장은 힘들어하는 어부인을 모시고 오느라 뒤에 쳐서서 약간 고전 중. ㅋ
그래도 새재로 가는 길은 유평리로 내려가는 계곡길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오후 3시30분 하산완료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화대종주 -둘째 날 (연하천~장터목) (0) | 2020.01.27 |
---|---|
2020년 1월 15일 화대중주 (0) | 2020.01.27 |
종주 마지막 날 - 세석에서 출발 천왕봉을 넘어 중봉으로 1 (0) | 2019.08.08 |
화대종주 사흘째 2 -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0) | 2019.08.06 |
화대종주 사흘째 -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0) | 2019.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