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2일
남부터미널에서 구례발 첫 버스(6시30분)를 타고 약 3시간10만에 구례터미널에 도착했다.
구례터미널에서 화엄사로 가는 버스는 10시에 화엄사를 거쳐 노고단을 올라가는 버스가 있고, 10시20분에 화엄사로 가는 마을버스가 있다.
화장실도 들릴겸 천천히 10시20분 마을버스에 탑승.
시골마을버스를 타보면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이 조금은 실감이 난다.
타는 사람은 모두 제대로 걷기도 힘든 노인들 뿐.
우리 일행의 평균연령도 60대지만 그 노인들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지경이다.
약 20분만에 화엄사 도착.
화엄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이 우릴 반긴다.
역시 남국의 기후.. 지리산은 이 날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고 했으니 뜨거운 열기와 무지막지한 수증기가 예상된다.
화엄사라면 예전에 몇 번 다녀간적이 있지만 등산을 하러 오기는 처음인지라 마치 처음 오는 길처럼 낯설다.
하기사 다녀온지도 오래 전 이기도 하지만 뭔가 절 주변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느낌.
화엄사는 입장료가 있다. 그러나 경로와 국가유공자는 무료라고 한다.
하긴 다른곳도 아니고 종교시설이니 그런 넉넉함이 필요하기도 하겠다.
일주문 앞에 선 김대장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썼다. 나름 잘 어울리는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잘 쓰지 않는 모양이다.
이 일주문에서 화엄사까지도 걸어서 이십분정도 걸린다.
아마도 1km가 넘는 모양인데 나로서는 이런 길이 산 길보다 더 힘들다.
남부지방 장마로 지리산엔 많은 비가 왔다고 한다.
화엄사를 향해 걸어가는 도로를 따라 거센 계곡이 흘러내리고 있다.
나무가지 사이로 햇살이 뜨거운 날.
그러나 이 날이 3박4일 종주 중 유일한 맑은 날씨였다.
화대종주의 시작점인 화엄사!!
드디어 오늘 코재를 올라보련다..
보재루 - 여늬 절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의 건축물이 참 아름답다.
절에 온 손님들의 자유롭게 올라서 쉴 수 있도록 해 더욱 좋은 곳.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저 마루에 올라 망 중 한을 즐겨보고 싶었다.
원래는 670년대에 의상법사가 건립했다고 하지만 임진왜란때 소실되어 1700년대에 다시 세웠다는 각황전
그래도 300년이나 되었다.
자료를 찾아 보니 이런 시절도 있었다.
화엄사를 대충 둘러 보고 다시 절 밖으로 나서 조금 내려와서 왼쪽 연기암방향, 절의 정면에서 보자면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짜잔~ 드디어 우리의 화대종주가 시작된다.
오전 11시 43분 종주 시작
숲을 들어서자마자 훅 끼치는 서늘한 기운과 청량한 물소리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듯 아찔한 행복감에 퐁당 빠지는 순간..
약 두시간 가량은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연기암까지 2km구간까지.
등산로를 따라 세차게 흐르는 계곡에서 시원한 냉기가 뿜어나온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고 뜨거운 날이지만 여기는 우거진 수풀 속 완전히 딴세상이다.
풍부한 수량 덕분에 흐르는 땀은 필수,얼굴에 흐르는 땀은 이미 닦기를 포기하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나 차단하여 눈으로 들어가는것을 막는 정도로 즐거우나 고통스런 산행을 이어간다.
이 장면은 실제로 보면 완전히 거센 폭포인데 요렇게 보니 별 느낌이 없어보인다. 계곡이 워낙 크니까.
연기암에서 준비해간 김밥을 먹는데 절의 샘까지 오르려니 한 고개를 올라야 하겠기에 포기하고 김대장이 대표로 병을 걷어 물을 받아왔다.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고 다시 출발~
조금만 더 가면 샘이 있다길래 거기서 물을 받으려 했건만,, 넘치는 계곡때문에 샘도 계곡에 잠긴상태라 도저히 물을 받을 수가 없는거다..
참고 코재를 오르려 했건만 수많은 땀을 흘린지라 갈증이 몰려온다.
김밥이 짰던지, 평소엔 산행중에 별로 물을 마시지 않는데 물이 없는 이 곳에서 하필이면 더 목이 탄다.
나뿐 아니라 모든 일행이 모두 목이 타는 와중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르던 어느 분께서 알약처럼 생긴 소금을 나눠주신다. ㅎ
윽.. 짤텐데 이거 먹어도 되려나 ㅋ
일단 받아먹긴 했는데 너무나 목이 탔던지 산노을이 계곡쪽으로 들어가 물병에 시원한 물을 담아왔다.
어차피 절에서 마신 물도 다 빗물의 느낌은 마찬가진데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
목마른 김에 시원하게 원샷했다!!
물 맛이 좋다~ ㅎㅎㅎ
그러고도 탈없이 종주를 마쳤으니 괜찮은거지.
하기사 설악산은 워낙 샘이 귀하므로 계곡물도 실같이 약하게 흐르는 것을 나뭇잎을 받쳐두고 물을 받지 않았던가.
출발한지 세시간 만에 도착한 집선대
이제 1km만 가면 무넹기 - 야호!!
등산로에 이렇게 물이 흐르고 있다.
오후 3시 35분 코재에 도착
우리의 이 번 산행의 모토는 널널한 산행이다.
시간이 널널하므로 힘들때는 무조건 쉬어가기 - 날은 무덥고 4박5일의 배낭은 매우 무거우므로.
바위만 보이면 무조건 걸터앉아 쉰다. ㅎ
여기에선 아예 신발벗고 피곤했던 발을 잠시 등산화에서 해방시켰다. 그러고나면 발이 한결 편안해지니까.
코재를 지나 몇 분만 숨을 헐떡이고 고개를 오르면 무넹기에 도착한다.
오후 4시 - 무넹기 도착
쉬엄쉬엄 약 네시간 반이 걸렸다.
이제 신작로를 따라 노고단대피소까지 약 1km만 걸으면 되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시원한 물소리.
잠시 오른쪽을 살펴보니 작은 개울을 따라 시원한 물줄기가 폭포수를 이루며 산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화엄사 계곡이 시작되는 무넹기 - 작지만 강력한 물줄기
워낙 물이 풍부한 지리산인지라,, 남원으로만 흐르던 노고단의 물의 일부를 화엄사 계곡으로 넘겼다는
말로만 듣던 무넹기를 직접보기는 처음인데, 얼음같이 찬물에 발까지 담그는 호사를 누렸다.
발씻고 등물하며 놀다가 다섯시가 다 되어서야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했다.
화장실은 새로이 공사를 마치고 세면대에 수도꼭지까지! 예전을 생각하면 아주 용됐구나 ㅎㅎ
장마철이라 그런지 대피소는 널널하다.
처음으로 숙박해보는 노고단대피소엔 깔개로 담요가 아닌 요가매트를 이천원에 빌려주고 있다.
첨에 뭣도 모르고 담요보다 낫겠다고 좋아했지만서두.. 결과적으로 그 매트는 별로였다.
요가매트 중에서도 가장 값싼 플라스틱매트는 끈끈해서 촉감이 원전 구렸다.
담요를 반 접어 깔고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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