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나선 길이었다.
한 사람은 발바닥 관절염, 또 다른 사람은 십자인대 파열로 지난 여름 수술을 했던 터라 아직 완벽하지 않은 다리로 - 그러나 도전!
지난 여름 종주가 불발된 이 후로 그토록 그리워 하던 지리산.
열차에서도 꼬박 밤을 세우고 구례구 역에 도착하니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우리 네 명뿐으로 한산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은 이런적이 없었던것 같은데 웬일이지.
어쨋든 조용한 산행이 기대되긴 한다.
성삼재에 도착하니 1월의 날씨치고는 매우 온화하다. 바람도 별로 없는편이어서 옷차림을 좀 가볍게 하고 걷기 시작.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아이젠 없이도 걷기 딱 좋은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이 살짝 깔려있다.
일단 출발은 아주 수월하다.
호젓하게 네사람이 천천히 걸으니 대피소까지도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밤잠을 못 잔 머리가 조금 아픈듯하고 오랫만에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걷다보니 다리와 고관절도 뻑뻑하고..
아, 왜 또 왔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시작은 늘 어렵다는 거..
노고단대피소 취사장도 역시 우리의 독무대.
농축사골액으로 떡국을 뚝딱 끓여먹고 - 라면보다 누릉지보다 훨씬 빨리 취사가 가능하다-
자~ 이제 노고단 고개를 오르자. 드디어 대망의 지리산 종주가 시작된다. 야호!!
너무도 조용한 노고단 대피소
오전 7시가 되니 동녘이 밝아온다.
오늘도 지난해처럼 삼도복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며 부지런히 걸어본다.
그러다 문득 삼도봉 일출이면 어떻고 노루목 일출이면 어떠랴, 싶은 마음이..
어차피 어디에서 보던지간에 똑같은 햇님인걸.
그러다 결국 노루목도 못가서 맞이한 일출- 7시 30분이다.
오전 8시 5분 삼도봉
아침 햇살이 눈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오늘은 삼도봉도 바람없이 고요하다.
카메라 타이머로 단체사진도 남겨본다.
화개재에 도착하니 마치 봄날처럼 따듯해서 마냥 놀고만 싶다.
토끼봉 - 11시 45분
항상 3km가 이렇게 먼 거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구간이 여기부터 연하천까지다.
배가 고프다..
아침에 끓인 떡국이 조금 적었던지.
아님 그 새 그 에너지를 다 소모한 것인지.
암튼 젖먹은 힘을 다해 걷는다. 그저 말없이 걷다보면 도착할 연하천의 마지막 계단을 기대하면서.
연하천 마당엔 테이블이 늘었다.
샘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무지하게 고마운 일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이제 놀며 쉬면 가도 두시간이면 된다.
오늘 하루의 산행 중 가장 지루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만.
삼각고지를 허덕이며 오르고 형제봉 가지 직전의 무시한 깔딱고개도 오른다. 형제봉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난감한 내리막길.
그러면서 오르락 내리락.
그런데 중간 중간 계단이 여러개 생겼다.
아마도 몇 년 후면 더 많은 계단 길이 생길것 같긴하다. 편해서 좋기도 하지만 한편 줄잡고 기어오르는 맛은 사라질테지.
산 길이 너무 편하기만 하면 그 매력도 반감된다는 나만의 생각.
새로 리모델링한 벽소령대피소
오후 4시 10분이나 되어서 도착했다.
발바닥이 고통스러운 분 때문에 천천히 놀며 쉬며 진행한 결과.
더 일찍 와도 사실 할 일도 없긴 하다.
대피소엔 신발장도 생겼다. 열쇠까지 있으니 이제 신발 도난당할 일은 없겠네. ㅎ
새로 지어 쌈빡한 취사장
대피소 1호실 내부 모습
대피소의 리모델링은 그런데.. 쫌..
특히 2층의 잠자리는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물론 바닥 난방덕으로 따뜻하게 잘 수 있으니 고맙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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