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의 아침이 밝았다.
다섯시에 기상하여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떡국을 끓이는 동안 한편으론 밥을 짓고,, 이것으로 점심을 싸가기로 했다.
원래 점심은 라면이지만 노고단에서 연하천 사이엔 대피소가 없으므로 취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안먹고 걸을 수는 없는데다가 행동식으로는 대체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으므로.
다음 날 아침엔 홍샘의 반찬가방이 없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전 날 밤, 야외테이블에 여러개의 반찬가방을 쌓아놓고 들어갔었는데, 제일 위에 있던 홍샘의 가방을 누군가 집어가버렸다.
그동안 지리종주는 많이 해봤지만 이런일은 정말 처음이다..
이리하여 우리 일행의 반찬부족사태는 시작되었다..
대피소 내부는 침상형으로 지내기는 편안하다. 특히 아래층이 다리아픈 사람들에겐 선호하는 자리
* 노고단 탐방
이 날의 하늘은 완전히 안개속이라 노고단에 올라도 전망을 없을듯 한데..
노고단은 미리 탐방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저 뒤로 뾰족탑이 살짝 보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둔다
이 때가 제일 전망이 좋은 상태 ㅠㅠ
전망대에 오르면 뭐하나,, 뭐가 보여야징
단지 불어오는 촉촉한 바람은 매우 시원하다못해 추울지경이다.
그래도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노고단을 오르고 보니 모두들 기분 마이 좋다.
이 여유로움을 즐기자고~~ ㅎ
나도 돌탑에 뭔가 일조를 해봤다.
다시 노고단고개로 내려와 잠시 쉬는 틈에 반야봉이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하는데
끝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자아~ 반야봉은 그냥 우리가 직접 발로 밟아주자고.
출발!
노루목에서 일단 배낭을 메고 오른다. 삼거리까지 가야 배낭은 내려 놓을텐데, 아이구 삼거리가 와이리 먼고~~
그래도 반야봉을 오르는 길은 뭔가가 색다른 맛이 있다.
죽죽 뻗은 구상나무의 고목들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역시 상징적인 지리산의 주봉답게 반야봉은 쉽게 보고 오를 봉우리가 아니라 경외심을 가지고 올라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반야봉 두 개의 봉우리 중 앞의 봉우리는 중봉이라 부른다 했던가.
암튼 그 중봉을 넘어 이제 본격적인 반야봉을 오르는 중이다.
예쁘디 예쁜 지리터리풀
올해는 노고단에서부터 유난히 지리터리풀이 많이 눈에 띈다.
드뎌 반야봉 정상에 올랐어요!!
10시 40분 반야봉
전망은 없다. 그러나 뭐 전망따위가 중요하리
여기가 선경인것을..
자아~ 하산합세
아직 가야할 길이 많지만 오늘은 비교적 널널한 날. 연하천까지만 가면 되니까
반야봉을 내려와 삼도봉에서 - 반야봉 삼거리에서 삼도봉으로 내려서는 길은 참말로 좋지않다.
구르는 돌에다 가파르고 울퉁불퉁하고, 한마디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삼도봉에서 싸가지고 간 주먹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올해는 또 유난히 검정빰금파리라는 고산지대의 파리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것도 결국은 인간들이 만든 쓰레기의 영향이라고는 하는데, 전에 없이 왜이리 많냐고요~
오후 1시 40분 토끼봉
이 곳에서 연하천까지는 3km의 거리이므로 아무리 놀며가도 두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자아~ 이제 두 시간만 고생하자.
비비추는 오랫만에 찍어본다. 지리산의 모습은 매양 그대로인것 같지만 소소한 변화들이 해마다 있다.
올해는 능선길에 산죽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겨울에 많이 추웠던가??
비비추도 예전에 비해 그 수가 많이 줄었다.
특히 예쁜 일월비비추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거.
3시 30분 연하천
천천히 가자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막상 걷기 시작하면 무지막지하게 발빠른 남자들.
너무 일찍 도착해도 할 일이 없을게 뻔하므로 앞사람은 가라고 냅두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신벗고 양말벗고 쉬다 왔건만
그래도 시간은 이르다.
다행인것은 넘치는 수량덕분에 샘터 옆에서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에 발을 씻을 수 있다는거다.
남자분들은 아예 대피소에서 벽소령 가는 길에 흘러내리는 작은 물에서 또 등물을 하고 땀에 젖은 옷도 빨아 입었다. ㅋ
밥을 담당하고 있는 김대장님
샘터 주변에는 오늘 벽소령까지 갈 학생들이 네시가 다 된 시간까지 떠나지 않고 여유를 부리고 있다.
늦은 시간에 벽소령에 가서 또 얼마나 지지고 볶을지 눈에 선하다. ㅋㅋ
연하천에도 깔개가 따로 있다. 우리의 등산방석처럼 생긴 접이깔개를 아예 한개씩 담요와 함께 침상에 고이 접어 두었기에 담요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간편하긴 했다. 돈만 내면 되니까. ㅎ
그러나 이 역시도 담요를 위에 깔아야만 편히 잘 수 있다.
왜 그런지는 누워보면 안다. 끈적이는 매트의 촉감이 더운 여름에 쫌.... ㅎ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연하천의 좁은 객실은 빈틈없이 꽉차 있어서 환기가 필요했다.
게다가 뒤늦게 도착한 나이 지긋한 여인내들의 작은 자리 다툼까지 있었고, 잠시 잠이 들까말까 하던차에 잠이 확 달아나는 바람에 거의 날 밤을 샜다.
역시 대피소는 큰 곳이 좋아~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대종주 사흘째 2 -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0) | 2019.08.06 |
---|---|
화대종주 사흘째 -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0) | 2019.08.05 |
화대종주를 꿈꾸다 - 2019년 여름 꿈을 이룬 날 (0) | 2019.08.05 |
한신계곡은 얼음세상 (0) | 2019.02.06 |
세석 가는 길 (0) | 2019.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