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령대피소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 날씨는 우리의 마음처럼 구르미한 분위기.
평소에 늘 보던 일출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 못 다 먹은 밥과 떡을 같이 끓여 뚝딱 아침을 해치우고 각자 조용히 짐을 싼다.
간 밤의 추억은 아마도 평생을 가겠지..
새로 단장한 벽소령대피소의 모습
취사장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좋다.
마당에 깔린 저 푹신한 카펫도 좋고..
사실 취사장 건물이 별로 모양은 없다만...
저 아래 취사장은 철거해버린것 같은데 궁금하다만 그런것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준비 끝내고 8시쯤 출발.
구벽소 가는 길에 생긴 데크와 돌담
돌담은 곁의 암벽에서 떨어지는 낙석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암벽 주변을 지나면 낙석 위험이 있으니 속히 지나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듣고 보니 좀 으시시 하다. 운 나쁘게 돌 맞아봐야 나만 손해니 시키는대로 빨리 빨리 지나가자~
그 새 더워서 한겹 벗은 산노을
덥다,, 어제보다 길엔 별로 눈이 없어 아이젠 없이 걷는데 까지 걸어본다.
어찌나 가물었는지 선비샘은 겨우 실처럼 흘러내리는 지경이라 목만 축이고 작은 병에 조금만 받아가지고 간다.
대성골 운해가 참 멋졌던 이 곳엔 전망데크가 설치되었다.
일 년 사이에 참 많은 변화가 있구나 싶다.
전망대
영신봉을 향한 마지막 계단
오늘은 이 곳을 오르는 느낌이 평소와 다르다.
세석에서 곧바로 한신계곡으로 하산할 예정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마지막 오르막이기도 하니까.
천왕봉이 또렷한 날씨다. 그 아래 장터목을 오늘은 바라보기만 한다.
어여쁜 연하봉도.
노고단과 반야봉도 의연한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본다.
다시 또 볼까요 우리?
영신봉의 하늘은 푸르다.
누구는 그러더라. 영신봉에 귀신이 있다고.
암튼 지리산의 여타 봉우리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곳.
그래서인가. 영신봉 능선에 접어들면 어떤 분위기가 느껴진다. 겨울이면 밝고 따스한 햇살이 늘 비추이는 곳.
그런 분위기때문에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자, 밥먹으러 가세~
오늘 우리의 일행은 별로 말이 없다..
그저 촛대봉이나 바라볼뿐.
오늘은 오르지 못할 저 곳. 다행이야,, 어제 계단에서 발을 헛딛고 떨어진 무릎과 엉치뼈가 걸을때마다, 특히 오르막을 오를때 많이 아프다.
잘있거라 세석~
이 곳을 끝으로 세석평전과 작별하고 한신계곡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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