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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발길따라

돼지해의 첫 산행은 한라산으로

by 혜산 2019. 1. 13.

새해 1월 8일 화요일

 

드디어 제주도 한라산 산행의 염원을 이루러 새벽 첫 비행기로 서울을 떠난다.

 

작년 1월 - 하필이면 폭설로 제주가 마비된 그 때 비행기를 예약했었다.

그런 상태라면 도저히 한라산행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하에 눈물을 머금고 예약취소.

그리고 일 년을 기다려 날씨 정보에 촉각을 세우며 나선 길이다.

다행히 날씨는 온화하고 눈 소식이 없으니 입산금지 당할 일은 없어보여 안심했다.

그런데,, 쿠쿵!

우리의 원래 목표는 서울을 떠난 첫 날 한라산 등반을 하고, 다음 날부터는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고자 했건만.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경.

짐을 부치지 않고 얼른 공항을 빠져나와 렌터카 업체의 버스를 기다려 사무실까지 가는 시간이 아무리 빨라도 8시.

렌터카를 이용하여 성판악으로 마구 달린다해도 9시경에 도착하여 등반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면 9시 반을 되어야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진달래대피소에 12시 이 전에 도착해야만 정상을 향해 갈 수 있다고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인듯 싶어서 결국 포기하고 등산은 뒷 날로 미루어야 했다.

 

 

김포공항은 새벽부터 수많은 인파로 장사진이다.

몇 년 전의 그 고즈넉함은 언제 무너졌던가..

참으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은 많이도 변해가고 있나보다.

 

 

오전 7시 26분 제주공항

 

아침으로 제주고기국수를 먹으려고 검색하여 찾아갔더니 쉬는 날.

또 다른 곳을 검색하여 찾아가니 이번엔 너무 유명한지 차 세울곳이 없어 패스~ 주차장 찾다가 주변의 다른 고기국수집 발견.

결국 아침은 그 곳에서 해결했다.

이 번 여행에서 느낀것이지만 인터넷을 찾아다니는 음식점은 사전에 꼭 전화로 영업을 하는지 확인하는것이 좋다.

평일엔 돌아가면서 쉬기 때문에 허탕칠 확율이 높기때문.

 

첫 날은 그리하여 관광모드 - 만장굴과 비자림 산굼부리 관광을 마치고 제주시장에서 회 몇 접시를 구입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을 생각하여 이슬이는 절대 금물이라 했건만,,

생선회의 유혹때문에 결국 금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월 9일 아침 - 6시 반경 숙소를 나섰다.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채 일곱시가 되지 않았지만 크지 않은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다.

할 수 없이 어느새 길게 늘어진 길가 주차차량 주변에 차를 세우고 등산준비.

바람이 약간 쌀쌀하긴 해도 해발고도 750미터의 산속 치고는 그리 춥지는 않은 편이다.

따뜻한 화장실과 대기실을 놔두고 어둠 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 (모르면 이렇다니까)

성판악휴게소의 시설은 아주 잘 되어 있는편이다. 지역 특성상 주차장이 좀 작은 문제는 있지만.

 

 

 

출발준비를 마치고  - 아침 7시 26분

성판악휴게소 마당엔 눈이 거의 없지만 등산로는 눈으로 하얗게 덮혀있기때문에 일단 모든 장비를 장착했다.

 

 

약 삼십분을 걸었다.

길은 이렇게 평지길로 눈이 덮혀있어 걷기에 딱 좋은 상태이다.

사실 이 번 산행에서 스패츠는 거의 필요 없을 만큼 눈은 별로 없었다.

 

 

 

 

 

 

 

등산로는 그저 밋밋하고 단조롭다.

게다가 끊임없이 조금씩 고도를 높혀가기 때문에 심폐가 약한 나로서는 이런 산행이 달갑지 않다.

상고대라도 있었더라면 사진을 찍어가며 호흡조절을 하겠지만 설경이 빠진 겨울 산은 사실 경치가 별로인것도 사실.

 

 

왕복 19.2km의 긴 산행에서 배낭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가볍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는데 여행짐을 넣느라 배낭이 좀 컸기때문에 조금 불편했었다.

 

 

8시 50분 속밭휴게소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운동화 바람으로 많이들 올라와 있다.

특히 체육고등학교나 대학생들이 전지훈련차 한라산을 많이 오르는것 같았다.

 

 

잠시 쉬면서 원기회복 및 복장 재점검하고 출발~

우리 일행은 총 7명. 화장실 가느라 한 명이 빠졌다.

 

 

 

 

저 그림만 본다면 이제부터 된 깔딱이 시작될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아니다.

거리가 길어서 그렇지 등산로에 깔딱고개는 마지막 백록담을 앞 둔 1km 정도라 할까.

 

 

9시 30분 사라오름 입구

원래는 놀며 쉬며 여기까지 오를 계획이었는데 막상 산에 붙어보면 그 마음이 달라진다.

사라오름까지는 소문과는 달리 1.7km나 되는 장거리라서. ㅋ

보고싶기는 하지만..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가봤을테지만. 참자~ ㅎ

 

 

 

 

전 날 마신 몇 잔의 맥주때문인지 이유없이 심장이 두근두근. 걷는 내내 뒷머리 뻐근

그저 천천히 몸을 달래며 걷고 또 걷는다.

이번 한라산행은,,, 약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운동화를 신고 뛰는 학생들이 사람들을 치고 다니는가하면 길을 점령하고 비킬 생각도 안하는등, 산행예절이 좀 필요해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10시 25분 진달래밭대피소 - 해발고도 1500m

세시간이 걸렸다.

7.3km를 걸어 올랐건만 기대했던 설경은 없다.. 따스한 남쪽지방이라 역시 다르다.

 

 

 

 

 

점심먹고 쉬어가기에 딱 좋은 따스한 날씨라서 좋긴 한데..

경치가 조금 아쉬울뿐. 이래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 ㅎ

 

 

화장실도 멋진 진달래밭 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에서는 아무것도 구입할 수가 없다.

등산로 중간에서 샘이 하나도 없다. 이정표에 샘터라고 표시된 곳에서는 샘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생수지참은 매우 중요하다.

 

 

 

11시 9분 - 정상을 향하여 출발

 

 

정상을 향하는 입구는 열두시가 되면 통제된다고 한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2.3km

12시에 등산 통제를 하고 정상에서는 1시30분에 하산을 해야한다.

그러므로 12시에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을 향해 출발하는 사람들은 시간에 쫒겨서 여유로운 산행이 어렵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런 과정에서 무리를 하므로 심장마비로 사망자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출발하기 전 날도 관음사 코스에서 한 사람이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백록담을 오르는 한라산행은 그래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고도 긴 코스를 당일 산행으로만 해야 하고, 야간산행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새벽 6시쯤에는 등산을 시작해야 여유롭게 산을 즐길 수 있을것 같다는 결론.

 

체력이 웬만하다면 관음사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것 같다.

누구나 쉽다고 하는 성판악코스로 모든 사람들이 몰리기때문에 복잡하기도 하지만 경치도 관음사쪽이 낫다고들 한다.

아마도 북사면이므로 설경이 훨씬 멋있을 듯.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는 못가볼 한라산인데..

 

 

정상을 앞두고 휴식 중인 우리 일행.

아침 7시에 출발했으므로 약간의 여유가 있다.

 

정상으로 출발하고 약 사십분이 지나면 비로서 전망이 열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서귀포쪽 경치인듯..

크고 작은 오름들이 수두룩 하다.

 

 

 

 

 

 

 

이제 정상이 코 앞이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방송하기를, 정상에 도착하면 정상석에서 사진 찍는데만 이십분 이상이 소요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 (저 중에 유명 축구감독과 선수들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전지훈련차 산을 올랐는지)

정상에 도착한 사람들은 백록담이 어디 있는지 볼 새도 없이 줄부터 서야하는 희극이 연출되고 있다. ㅋ

하산시간은 가까워 오는데 뒷사람 사정은 아랑곳 없이 정상석 곁에서 온갖 작태를 연출하는 사람들이 슬쩍 미워지기까지 한다.

우리도 줄을 설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이십분 가량을 기다려 간신히 사진을 찍었다.

 

 

누구는 백록담이 백두산천지처럼 푸른 물로 가득할거라는 착각을 했다고 한다.

어? 왜 물이 없는거야,  이러면서 ㅋ

이래서 직접 가봐야 한다니까.

 

 

 

 

 

 

 

 

우리가 갔을땐 한가했던 이 나무도 나중엔 줄을 서서 찍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그 뒤편에서 백록담 사진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비키라고 난리 난리... 이거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할거 아닌가?

시간에 쫒겨 점심도 굶고 백록담을 오른 사람들은 줄을 서느라 밥도 못먹고 하산할 지경인데 그러다 쓰러지면 어쩔까 싶다.

 

 

 

 

요렇게 찍으면 저기에서 사진찍은 사람들과 상관없이 정상 증명사진을 남길수도 있다. ㅋ

 

 

드디어 우리의 차례~ 

 

 

이 곳은 줄서는 곳이 아님

차라리 이 사진이 더 마음에 든다. ㅎ

 

 

 

 

 

이제 백록담을 떠난다..

 

 

오후 1시 10분경 하산 시작

 

우리가 하산을 하는 동안에도 숨이 턱에 닿은채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쓰러질 지경으로 시간에 쫒기는 사람들이 딱해 보인다.

성판악코스는 백록담을 오르는 마지막의 경사가 제일 심한데..

 

 

 

 

 

 

 

긴 산행끝에 되돌아 온 성판악휴게소

 

하산은 매우 지루하다.

길은 평탄한 편이지만 아이젠을 신고 장시간 내리막을 걸으니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무릎도 피곤한데 속밭대피소를 제외하고는 등산로 주변에 잠시 다리를 쉬어갈만한 나무의자 조차도 없다.

길도 넓은데 왜그럴까.

 

 

오후 네시경 - 진달래밭 대피소로부터 7.3km 약 두시간에 걸친 하산이 끝났다.

한라산 등산에 걸린 시간은 총 아홉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