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설악의 아침이 밝았다
지난 새벽 별이 총총한 하늘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었다.
산 중의 아침은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그 신선한 느낌이 넘흐~~~ 좋다.
가까이 공룡능선의 뾰족 바위들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멀리 울산바위도 손에 잡힐듯 가까워 보인다.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하산 후에 점심을 먹을 예정이므로 대충 먹어도 될거라는 계산하에.
그런 예상이 좀 빗나가기는 했지만.
타오르는 불꽃 같다는 천화대의 범봉은 걸어서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한 미모하는 그 수려한 자태 덕분에 공룡능선을 더욱 빛내어준다.
봉정암의 사리탑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 개미처럼 작게 보이지만 한밤중에 잠이 깨어 소청 마당에서 별을 바라보노라면 절에서 울리는 목탁 소리가 이 곳까지 들린다.
오전 7시 40분 하산 시작
이때까지만 해도 하산길은 가볍고 기분 좋았었다..
문제는 충전하려고 꽂아놓은 핸드폰을 깜빡하고 그냥 봉정암까지 내려가 버린것.
사진을 찍으려다고 두고 온 핸드폰이 생각났던거다.. ㅠㅠ
앞서 내려간 남푠을 부를 새도 없이 배낭만 내려놓은채 다시 돌아서 소청대피소를 올라갔다.
내려올땐 금방이던 그 거리가 왜 그리도 길던지.
하여간 어제 한시간 걸려 올라간 거리를 25분만에 뛰다시피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봉정암 마당에서 기다리던 산노을이 미역국 먹으라고. ㅋ
아침이 부실했었기에 말로만 듣던 봉정암 미역국 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예전엔 오이무침이 반찬이었다는데 지금은 단무지무침으로 바뀌었다.
산 위편 사리탑에서 신나게 사진찍고 경치 구경할때까진 좋았었는데, 거리가 조금 짧다는 이유로 하산 코스를 오세암 쪽으로 잡았다.
그런데 그 곳이 그렇게 힘든 하산길일줄이야.
뭉특해보이는 한가운데의 1275봉
오세암으로 가려면 제일 먼저 그 1275봉의 끝자락을 넘어야 한다. 무려 여섯개의 오르내림을 해야만 오세암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이때까진 몰랐던거다.
가야동계곡 쪽에서 바라보는 용아장성
가야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시작부터 깔딱지고 까다로운 길이다.
공룡능선을 뒤편에서 바라본다. 멀리 송곳니처럼 뾰족한 세존봉이 보인다.
미끄러운 바위길이어서 저 철난간이없으면 못 내려올 지경인 이런 길이 계곡에 닿을때까지 이어진다.
그 까다로운 길을 다 내려왔나 싶으면 이제부터 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으니..
하산길을 가볍게 보았다가 혼쭐이 나고 있는 우리 일행. ㅎ
이제 절반 왔나..
오세암에 거의 도착할 무렵 나타나는 마등령 갈림길 - 지난번 공룡능선을 넘을때는 낙석 위험 공사로 구간 폐쇄가 되었었다.
오전 11시 30분 오세암
오세암에서 또 미역국으로 점심공양을 했다.
나중에 배탈이 나기는 했지만, 산행이 늘어지다보니 점심먹을 시간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이곳에서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오세암의 전설이 어린 동자전
줄을 기다려 셔틀을 타고 내려오니 오후 2시 50분
3시 50분 버스를 타고 다시 고양터미널로 컴백홈~
* 산행거리에 비해 산행시간이 길었던 산행
여러가지 조건때문에 쉽지 않았던, 그러나 처음으로 설악산에서 밤을 보낸 뜻깊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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