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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발길따라

2018년 2월 철원 금학산 다녀오다

by 혜산 2018. 2. 5.

2018년 2월 3일 토요일

번개산행이다.


그동안 주춤했던 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날. 하필이면 그 춥다는 철원으로 원거리 산행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아침 여덟시 집에서 출발 - 그동안 추위라면 겪을만큼 겪었던지 영하 십도쯤이야,, 이러면서 길을 나섰다. ㅎ

차로 두 시간을 달려 철원 관인면 동송에 도착.

철원여고 주변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금학체육공원쪽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십여분을 올라온 삼거리

산은 멀리서 바라보았을때와는 달리 흰 눈을 감추고 있었다.


산 아래를 둘러가는 2킬로 남짓의 둘레길과 산을 오르는 A코스와 만나는 삼거리에는 지친 다리를 쉬어가도록 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A코스로 올라 D코스로 하산한 다음 원점회기했다.


아이젠 착용은 하는것이 좋다.

왜냐면,, 눈내린 날 저 산을 올라보면 안다..


길은 시작부터 깔딱 깔딱..

전 날 내린 눈 아래엔 살짝 녹았다 얼어붙은 얼음이 숨어있다.

길이 어지간하면 아이젠 없이도 걷겠다마는 어찌나 급경사인지 잘못했다간 아래로 구를것 같은 공포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나마 가끔씩 나타나는 참호 덕분에 그 위에서 잠깐씩 쉬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하늘은 맑고 화창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만 피한다면 따스한 햇살아래서 너른 철원평야을 감상할 수 있으니 고마운 일.


한고비 올라 바라 본 너른 들판


요것이 매바위

주위에 잡목이 없으니 산아래를 감상하기에 아주 멋진 장소이다.

넓디 넓은 철원 평야가 푸른하늘 아래 쫘악 펼쳐지니 속이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된비알은 계속된다. 이제 겨우 절반 왔을 뿐이니.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는 2km 등로 중 1.2km 정도가 쉼없이 올라야 하는 된비알이다.

눈이 없다면 좀 더 쉬웠을텐데..


금학산 제 3지점 - 여기부터는 약간 급경사가 부드러워진다.


북서 방향으로 바라보이는 고대산



지난번 형제봉에 이어 또 세사람만의 단촐하고도 호젓한 산행이다.


정상을 올려다보니 멋진 양옥집이 한 채. 군부대가 자리를 잡고있다.


이제 동송읍도 조그맣게 보일만큼 산을 올랐다.


정상부근의 헬기장

왼쪽에 정상 데크가 보인다.


지장봉도 가까이 보인다.






컵라면과 정상주를 들고 계신 철원토박이 등산객 몇 분이 반가이 맞아주며 술 한 잔을 권한다.

단체사진도 한 장 건졌다.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가기가 싫어서 마애불 쪽으로 하산코스를 잡았는데,

아후~~ 진짜.. 대박 급경사.

눈이 살짝 덮힌 군사시설 교통호를 걷다가 발이 무엇에 걸렸는지 대짜로 엎어지고 시작한 하산길.

어찌나 대책없이 엎어졌는지 입으로 눈이 들어올정도.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웃고말았다. ㅎ


눈은 마치 쌀가루처럼, 아님 고운 모래처럼 그저 미끄러질 뿐이니 아이젠도 신으나마나 미끄러지기는 매한가지여서

산노을의 스틱 한짝을 빌려서 간신히 내려가는데 그래도 무릎이 아파 걷기 힘들정도다.


그래도 발빠르게 사라진 두 남성동지들


마애불에 도착하니 아래쪽에 절이 있었다는 작은 터가 있다.




신라시대 절터였다는 이 곳.

근처에 벤치도 있고 사람들이 불을 피우며 놀다 간 흔적이 있길래 이제부터는 길이 좋은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진짜 험로는 지금부터..



구간이 많이 길지는 않지만 줄을 잡고 내려가야만 하는 코스가 눈길이어서 더욱 힘들었다.


금학 산신제당을 지나고 장뇌삼농장을 만나면서 드디어 험한 하산길은 끝이 난다.


 

둘레길을 걸어 원점회기 할 수 있는 비상도로.


차나 탱크가 다닐 수 있을만큼 넓은 길이다.

길 중간엔 사격장이 근처에 있으니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푯말이 서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 산의 사격장에서 유탄으로 군인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처음엔 이렇게 편안한 눈 길이 좋았다.


그러나 좋은 길은 잠시, 다시 길고 긴 오르막이 이어지는 거다.

잠시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완만한 고개지만 지겹고 힘들었던 그 길이 떠오를만큼.

어쩌면 동강의 산길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러나 우리는 최단거리나 쉬운 길을 우선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어쩌면 고생을 사서 하는 별난 사람들인지도. ㅋ

고생이 많을수록 산행 후의 행복감이 더 충만하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