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모진 추위가 지나간 다음 날.
모처럼 해가 밝은 이른 시간에 이루어진 수요산행.
시간 여유가 있는 날이니 오랫만에 비봉능선을 오르자 했다.
이른 시간이라 해도 이미 오후 두 시.
약수터에서 물 한바가지씩 들이키고 능선을 이용해서 향로봉을 오른다.
이상하게도 전 날부터 편두통이 시작된 나는 배낭 속에 보온병에 뜨거운 물 한병 넣었을 뿐인데 몸이 무겁고 또 무겁다.
중간에 쉴겸 커피 한 잔 마시자는 나의 제안을 사모바위에 도착해서 마시자는 산노을의 대답이 뭉개버리자 급작스럽게 짜증까지 밀려온다.
이렇게 몸이 안좋으면 화가 치밀고 짜증이 나는구나...
어쨋건 사모바위에 도착하니 해는 아직 높이 떠 있으나 그 열기는 그저 미미할뿐.
해 가리는 곳 없는 넓은 광장에 자리를 펴면 좋으련만 굳이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곧 그늘이 들 것만 같은 곳에 자리를 잡는 통에 속으로 또 짜증.
그러나 이러자 저러자 의견을 내 세울만큼의 기운도 없으니.
얼른 대충 시간 때우고 떠나자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산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내려오자 두통이 밀려온다. 내평생에 두통과는 거리가 멀었건만 웬 편두통이란 말인가.
하산하자마자 약국에 가서 두통약을 샀다. 그 자리에서 복용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데 예정에 없던 일행이 끼는 바람에 늦게까지 술자리로 이어지는 사태 발생.
술 한 잔에 기분이 마구 업된 산노을 두고 먼저 혼자서 집에 가자니 마음이 안 놓이고 그 자리를 지키자니 고역인 상태로 밤이 깊어갔다.
결국 그날 밤부터 사흘을 내리 모진 두통에 시달렸다. ㅠㅠ
해 그림자가 길어진 솔밭
잎은 푸르지만 초겨울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추위가 살짝 가시자 기다렸다는듯이 따라온 미세먼지로 하늘이 흐리다.
해마다 시산제를 지내는 기자촌 능선의 대머리바위 - 역시 계절탓인가- 쓸쓸해보인다.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은 한 주를 보냈다.
그동안 게을리했던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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