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맑은 날씨가 산으로 유혹한다.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일단 나서고 본다. 오후 두시가 넘은 시간.
간식 몇가지와 뜨거운 물을 챙겨서 은평경찰서 앞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미국여행 떠나기 전에 그토록 맑고 예뻣던 하늘은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산 속으로 들어서자 이내 엄마품에 들어온듯 편안해지는 마음.
온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듯 행복한 기분에 젖어든다.
단풍은 이미 다 떨어지고 남은것은 붉은 팥배나무 열매뿐.
북한산의 주능선을 오랫만에 바라본다.
언제보아도 그림같이 아름다운 우리 산..
그동안 못했던 산행이라 몸이 무거울줄 알았더니 의외로 가벼운 몸상태로 기분이 마냥 하늘로 오른다.
사모바위까지만 계획했던 산행이지만 내친김에 산성을 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시간이 좀 늦긴 하지만 한 번 시도해볼까..
헤드랜턴도 없는뎅. 그치만 핸드폰이 있으니께.
승가봉에 올랐다.
도시쪽의 하늘은 이미 스모그가 점령해버렸다.
해는 서산에 걸렸는데 낙조는 기대할 수 없구나..
석문봉에 도착하여 잽싸게 한 장 찍고 바쁘게 앞서서 달려가는 산노을을 따라 간다.
산 속은 고요하고 인적이 없다.
너무 외로울 만큼.
문수봉과 청수동암문 갈림길에 도착한 시간이 어느새 다섯시가 다 되어간다.
해지기 전에 청수동암문을 넘어야 하니 바쁘다 바뻐.
청수동암문 도착한 시간이 5시 16분
깔딱고개 오르는데 이십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거의 날아가는 수준인듯. ㅎ
마지막 붉은 햇살을 뒤로 하고 달리듯이 골짜기를 내려간다.
인적이 없고 낙엽이 수북한 길이 조심스러운데 얼마 전 내린 비로 길도 약간 바뀌고 행궁지 복원원공사 때문인지 통제되어 돌아가는 길도 있다.
아무리 해가 저물었어도 아직 여섯시도 안된 시간인데 어쩌면 산 속은 인적이 완전히 끊겼는지.
어둠속을 더듬어 내려오자니 계곡엔 흐르는 물소리가 엄청 요란하다.
비가 어지간히도 많이 내린듯.
밝은 시간에 보았더라면 무지하게 장관이었을텐데.
하산을 완료하고 보니 일곱시도 채 안된시간.
상점가도 고요하다.
어둠은 모든것을 집어 삼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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