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에서 촛대봉 오르는 길은 언제나 힘들다.
밥먹으며 한시간이나 쉬었던 다리를 다시 움직이려면 한동안은 적응이 안되기 때문인지.
땀을 쏟으며 몇 십분을 거북이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습지 관찰 중 - 골풀이 무성하다. 예전에 돗자리를 짜던 풀이지만 요즘은 대나무자리에 밀려서 할 일을 잃은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은 하늘이 변화무쌍한 날이다.
그래도 갈수록 맑아지는 날이 결국 촛대봉에서 천왕봉이 그림처럼 또렷이 보이는 행운을 주었다.
게다가 촛댇봉의 바람은 또 어찌나 시원한지.
고도가 높아져서인지 저 아래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냉풍이 불고 있다.
마냥 저 곳에서 놀고만 싶고 떠나기가 싫었던 곳. 어찌나 시원한지 사람들도 저 촛대봉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하는거다.
오늘중으로 천왕봉만 안갔어도 싫컷 놀다가는건데..
하지만 저 곳을 올라야 한다. 이제부터 길고 지리한 삼신봉 능선을 걸을 차례이다.
* 연하봉이 보이는 전망대
이런 저런 이유로 미적거리는 일행을 뒤에 두고 혼자서 쌩하니 걸어서 제일 먼저 이 전망봉에 도착했다.
도착 하자마자 제일 구석 나무아래 그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신발부터 벗었다. 양말까지 벗고 앉았노라니 차례로 일행들이 도착한다.
그동안 워낙 이곳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기에 오늘은 그저 자리에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하고 끝냈다. ㅋ
막 떠나려는 나를 홍산님이 불러 사진 한 장을 부탁한다. ㅎㅎ
저 들 중에서 둘만 경력자이고 나머지는 다 초행이다.
내가 쉬는 동안 쉬지도 않고 지나치는 우리 일행이 벌써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빨리가도 어차피 천왕봉은 선두와 후미가 함께 올라야 할텐데,, 장터목에 일찍 가봤자 앉아있을 곳도 마땅치 않고 후미는 오려면 아직도 멀었다.
장터목 마당엔 기름통이 꼴사납게 늘어서있다.
분위기 완전 꽝인데..
이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맑던 장터목에 슬슬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선두는 벌써 천왕봉으로 출발하고 우리는 중간그룹을 데리고 올라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널널하니 오랫만에 통천문에서 사진도 찍어봤다. ㅎ
하늘은 점점 심술이다.
아래쪽은 안개가 가득찼는데 천왕봉쪽은 오히려 날씨가 맑으니 참 오묘하기도 한 지리산이다.
이 분은 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종주길에 나섰다.
확실히 사진이 좋긴 하지만 이제 그런 무리한 일을 접어야할듯.
멋지다, 지리산 천왕봉!!!
오늘도 밥먹고 들어가니 완전 깜깜나라..
에고.. 열여섯시간동안 무거운 등산화에 발을 넣고 있으려니 발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다음에 정말로 요즘 애들 신고다니는 쪼리를 넣어가지고 와야 할런지.
이틀이 금방 지나갔다. 내일은 벌써 하산.. 무덥고 시끄러운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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