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목대피소는 안개에 쌓여있다.
성수기인데도 취사장 내부는 조용하다. 역시 여름이라 바깥이 좋은지 축축한 바람을 무릅쓰고 모두들 야외테이블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제석봉으로 향하는 중 점차로 맑아지는 하늘
지리터리풀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다. 여태껏 지리산에 온 중 가장 천천히 오랜 시간을 걸은 날이다.
시간이 남으니 별짓 다 해본다. ㅎㅎ
오! 천왕봉 위로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그러다 또 금세 숨어버리길 반복한다.
통천문 앞,, 이제 오백미터 남았구나..
통천문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르막 길. 세 개의 철계단을 오르면 거의 다 오르는 셈인데 하필 이 날 새로운 계단을 놓기위한 자재가 헬기로 공수되었다. 이제부터는 나무계단을 오르게 되니 겨울에 훨씬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겠군.
드디어 천왕봉!!
또 만났구나~~^^
방가요~~
천왕봉은 오늘따라 고요하다. 바람도 별로 없어서 오래 앉아있어도 괜찮으니 다행이다.
기다림..
홍대장은 제석봉까지만 후미를 이끌고는 먼저 올라왔다. 오늘 중으로 천왕봉을 못오를까 애를 태우고 고생이 자심했다.
내일은 비소식이 있어서 일출산행은 꿈을 접었으니까.
기다리는 사이에 하늘이 푸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듯한 멋진 경치,, 파란 하늘
하늘이 어찌나 파랗던지...
그리고 드디어 후미 도착
전체 일행이 오랫만에 만났다. ㅎㅎ
앉아있는 두 분은 거의 한쪽 다리로만 천왕봉을 올랐다고,, ㅎ
정신이 오락가락 할만큼 힘들다고 난리.
그래도 기분만은 최고인듯 표석 붙들고 찍은 사진이 열장을 넘겼으니.. ㅎㅎ
자아~ 해지기 전에 하산합시다.
범꼬리 군락지를 지나는 골에 엄청나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라온다.
겨울엔 고개를 돌리고 숨듯이 지나가야 하는 이곳이 여름엔 환상적으로 시원한 곳이다.
합치면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거리는 1.7킬로미터
제석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의 모습이다.
구름에 쌓였던 얼굴을 갑자기 드러내는 중이다.
역시 천왕봉!! 멋져부러~~!! ^^
어찌나 놀며 쉬며 다녔는지 하산한 시간이 거의 일곱시가 다 되어간다.
일곱시가 넘으면 자동으로 예약이 해지된다고 엄포를 놓던데,, 우리 모두 이대로 하산할뻔했네?
거의 꼴찌로 자리 배정을 받고 서둘러 저녁을 한다.
밥을 하고 남은 오리고기를 굽는데 해가 지고 바람이 분다. 을씨년스럽고 심난하고..
바로 이때 잠깐 하늘을 바라 보았더니 너무도 멋진 반야봉!!
손톱만큼 보이는 반야봉 ㅎ
볼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도 안했는데 이렇게 멋진 광경을 보여줄 줄이야..
마지막 하산날
오늘의 일출은 꽝이었다고,,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아픈다리를 가지고도 일출산행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다녀왔다.
그 바람에 하산길에 많은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뭔가 많은것을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지리산은 배움을 주는 산이니까.
7시경 하산시작
하산 도중 돌아본 장터목대피소
망바위에서 산을 오르시던 분들이 찍어준 사진이다.
참 묘하게도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오르시는 분들은 친절하기도 하다. 힘든 중에도 아낌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망바위에서의 조망 - 멀리 반야봉이 구름 위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날씨가 맑아서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하산 길은 그야말로 고행길이다. 장터목에서 백무동의 5.8킬로미터는 계속되는 내리막이므로 무롶이 성한 사람도 나중에 힘들어 하는데 하물며 아픈무릎을 가지고 천왕봉까지 다녀온 사람은 그 고생이 어떻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수있다.
초행의 지리산 종주 이므로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을것이다. 이래서 경험자의 충고가 중요한 것이다.
거의 한시간 반 이상의 시간이 더 걸려서 겨우 하산하여 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대숲을 지나 천왕봉을 떠날 시간
산을 내려올수록 기온은 쑥쑥 올라간다. 게다가 땡볕~
이제 지리산을 내려왔으니 올여름을 또 무슨 낙으로 살까~ 하는 산노을, 그러게 말입니다. ㅎㅎ
그래도 정말 다행한 일은 우리가 택일을 잘했다는것이다. 이날부터 지리산엔 폭우가 쏟아지고 다음 날은 입산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니
까딱했으면 올여름 종주 날아갈 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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