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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14년 여름

by 혜산 2014. 8. 3.

 2014년 7월 28일 밤기차로 출발

새벽 3시경 구례도착

 

그동안 지리산 종주의 인원은 계속 변했지만 핵심 멤버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선 부친상을 당한 김대장이 불참하게 되었다. 대피소 예약부터 열차표구매까지 온갖 신경을 다 써놓고 정작 본인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총 일곱명 중에서 두 사람은 지리산이 초행이다. 육십대 한명과 삼십대 한명.

약간 걱정이 된다..

 

젊은 신참께서는 기대에 들떠서 장비도 이것 저것 많이도 챙겨왔다. 배낭을 꽉 채우고도 옆구리에 달고, 심지어 현장 중계를 위한 아이패드까지 챙겨왔다. 역시 젊음은 좋다 ㅎㅎ

 

출발시간은 늘 같다. 열차 시간이 같기때문에.

성삼재에 도착하니 사방은 안개에 젖어 있지만 사나운 바람은 없이 그저 시원한 날씨.

 

지리산 국립공원은 모든 면에 꽤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노고단 고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엔 이런 문이 생겼다.

 

올해부턴 예약 시스템도 바뀌었고,, 나름 괜찮긴 한데 성수기에 시행되는 추첨제는 마음맞는 사람끼리 지리산 종주를 하기에 좀 문제가 있다.

떨어지면 그만이니 어쩌겠어..

노고단 대피소의 취사장 테이블은 산뜻한 스텐레스로 바뀌어 더러워진 식탁을 물로 씻어내기에 아주 좋다. ㅎ

 

 

우리 팀의 막내 신영양

 

 

오늘은 해가 떠도 하늘이 그저 이렇다. 땡볓이 내리쬐던 작년 여름에 비하면 덥지않아서 좋긴 한데 안개로 젖은 바위때문에 발걸음이 조심스럽고 진흙 구덩이가 많아 옷 꼴도 말이 아니다.

 

 

삼도봉에서 기운나는 물을 약간 마시고 다시 출동준비 중.

이번엔 김대장 대신 홍산님이 대장의 직분을 이어받았다. 홍대장께서는 만약에 있을 불상사를 대비하여 짐을 꾸리다 보니  배낭 무게가 20kg임을 재차 강조.

 

 

 

안개에 덮힌 화개재도 나름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ㅎ

촉촉한 이슬 덕분에 초목은 더욱 푸르러 보이고 꽃들도 한결 더 예뻐 보인다.

 

 

아랫지방엔 벌써 지고 없는 원추리꽃이 여기선 지금 한창 미모를 뽐내고 있다.

 

 

이번 산행에서 특히 눈에 많이 뜨이는것이 쓰러진 고목들이다.

언제가 태풍에 그랬는지.. 유난히도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열심히 작업중인 호박벌

 

토끼봉 왔다~

 

여기까지가 선두그룹인데, 이렇게 여유부리는 것이 미안할만큼 힘들어하는 일행이 아직도 열심히 걸어 오는중이다.

웬만하면 같이 걸어줄텐데 발걸음이 너무 느리니까 도저히 발을 맞출 수가 없어서 난감.

대신 걸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가는 곳마다 기다리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다.

 

 

12시 15분 도착

 

먼저 도착한 일행이 라면을 다 먹고 난 뒤에 후미가 나타났다.

덕분에 코펠 하나로 일곱명이 취사를 했다. 좋은 점도 있구만~

점심 먹고 나서 하염없이 쉬고 있는 일행을 뒤에 두고 홀로 먼저 출발했다.

벽소령까지의 험한 길을 가려면 천천히 여유있게 가는것도 좋겠다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홀로 걸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쉬엄쉬엄 형제봉에 도착하여 아래 위를 훝어보고 있는데, 산노을과 신영이 나타났다.

 

저 뒤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몹시도 그립다!!

 

후미를 기다리며 천천히 쉬어 가던 중 신영양이 발이 아프다며 좀 더 쉬겠다고 우리더러 먼저 출발을 하랜댜.

산노을은 후미를 기다릴겸 같이 남기로 하고 또다시 홀로 출발.

 

*3시 50분 벽소령 도착

벽소령 대피소는 공사 중이다.

 

마당에 있던 테이블은 모두가 길 가로 쫓겨나고 마당엔 금줄을 쳐놓고 그 안에 건축 자재들을 늘어 놓고 있다.

게다가 화장실도 공사 중,, 이동화장실 세 개를 가져다 놓았고 어쩐일인지 수세식이긴 한데, 냄새가 어찌나 고약하니 토할뻔.

실망에 짜증이 겹쳤다. 하나 남은 테이블을 사수하느라 삼십분 이상을 땡볕에서 기다렸는데 정작 후미가 도착한 뒤, 해가 지고 나면 추울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취사는 취사장에서 하기로.

자리 배정을 받고 배낭을 두려고 들어가니 이번엔 청소중이라며 마냥 기다리게 한다.

사정을 알고 보니 1호실은 내부가 싸그리 바뀌었다. 이층이던 구조를 3층 구조로 만들고 1층과 2층은 간막이가 생겼다.

그 공사를 하필 이 날 마치고 청소 중인거다.

그래도 한참을 기다려 들어가보니 새로만든 나무냄새도 괜찮고, 옆사람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잘 수 있다는 것도 참 괜찮다는 생각.

 

 

올 여름 벽소령의 그림은 망쳤다.

어쩌다 하필이면 이런 성수기에 공사를 하는것일까? 좀 더 일찍 봄에 시작할 수는 없었나.. 하는 원망의 마음이 든다.

하지만 뭐 다 사정이 있는거겠지. 좋아지려고 하는 일이니까 참아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