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입산 날짜가 7월에서 8월로 바뀌었다.
개인사정이 있어 행여 지리산을 못가는 것은 아닐까,, 했었는데 다행히 날짜가 맞았고
무엇보다 장터목 예약을 성공해놓고 결제를 깜빡하는 바람에 대기 잡느라 무진 고생 - 그래도 결과는 성공- 했다는거.
그래도 지리산은 우리를 버리지 않고 받아주니 감사할 따름. ㅎㅎ
그동안 지리산에 바친 정성 덕분에 하늘이 감동한것이라고 김대장이 우스개를 했지만 진짜같은 우스개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올해는 김대장의 식구들이 대거 출동이다.
중학생인 딸과 그 딸을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울며 겨자먹기로 지리산행에 동참했다.
장거리 산행에 경험이 없지만 그동안 동강 트레킹 정도는 함께했었기에 함 믿어보기로~
4시 10분 성삼재
중학생이지만 키는 아빠를 닮아 엄마의 키를 훌쩍 넘은 태권소녀 정민양.
대피소 주변의 테이블에서 누릉지 아침을 먹고 일부러 전망대쪽으로 휘돌아 노고단 고개를 올라간다.
* 벌레를 무서워하는 태권소녀 * ^^
날씨가 더워서인지 올해는 유난히 지리산에 날벌레가 많다.
벌인지 벌로 위장한 파리인지가 계속 얼굴 주변을 맴돌고, 북한산에나 있을법한 날벌레가 그러잖아도 덥고 힘들어 죽을 지경인 사람들의 귓가에서 앵앵대며 신경을 긁었다.
6시 35분 노고단고개
아침 햇살에 반야봉이 부드러운 곡선미를 수줍은듯 보여주고 멀리 천왕봉도 아스라이 보일만큼 맑은 날씨인데,,
찌는 더위의 서울을 떠나 밤하늘의 별이 총총한 서늘한 지리산에 오고 보니 천국이 따로 없을지경이고
노고단에 오를때만 해도 살갗에 소름이 돋을만큼 시원한 날씨여서 역시 우리의 지리산이라며 입을 모았다.
슬슬 햇살이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지리십경의 하나는 노고단 운해라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행운은 정말 어렵다.
전 날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고 이런 저런 일기가 맞아 들어야 할테지만 연일 내리는 비로 모든것이 썩어들어가고 곰팡이가 필 지경인 서울과 달리 이 곳은 거의 가뭄일 만큼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하니 저 정도 운해라도 감지덕지 할 만하다.
오전 8시 임걸령샘
우리의 걸음은 아주 만만디 수준이다. 지리산이 초행인 분들을 위해, 그리고 날씨도 좋으니 즐기며 천천히 가자는 의견이 맞았기때문.
천천히 쉬어가기 - 아무래도 식구들이 많아진 김대장의 배낭은 아마도 지난해보다 더 무거울 것이다.
식사때는 무조건 두 모녀의 배낭부터 비워주기로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정해졌다.
체력은 엄마보다 훨씬 월등하지만 등산도, 무거운 배낭도 무거운 등산화도 처음인 민양을 위해.
9시 20분 삼도봉
늘 그렇듯이 삼도봉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집에 있던 복분자주를 한 병 넣어갔다가 여기서 비웠다. 먹을때는 쥬스처럼 달콤하고 맛있지만 술은 술인지라,, 오르막 길에서 후회막급~
이 여인 - 자칭 타칭 저질체력의 대명사라는..
이번 산행에서는 유난히 여러사람과 자주 마주치며 얼굴을 익혔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역시 만만디 산행의 효과라는 결론이었다. ㅎ
덕분에 간식도 나눠먹고 화기애애하니 참 좋았다.
화개재 -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까닭은,, 화개재 너른 풀밭에 작렬하는 태양이 두려워서 숨어있는거.
해가 어찌나 뜨거운지 토끼봉에 올랐으나 쉴곳이 거의 없었다. 구석진 나무 그늘에 좁은 터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생각해보니 그동안은 이렇게 태양이 뜨거운 적은 없었는데, 땡볕에 앉아있어도 수건으로 얼굴만 가리면 괜찮았었는데 이게 웬일이여~~
오후 1시10분 연하천
연하천도 뜨겁기는 매일반이어서 바깥의 테이블에선 취사를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취사장 안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그래도 그늘은 시원하고 샘물은 차갑고 맛있다!
발이 아픈 김대장의 어부인께서 샘물 주변의 흐르는 물에서 산장지기의 허락을 받고 발을 담갔다.
덕분에 나도 어부지리로 발을 담가봤는데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뼈가 시릴정도 - 믿어질랑가-
반년 넘어 오랫만에 지리산에 왔더니 확 달라진것 하나 - 예약없이는 산에서 잠 잘 꿈도 꾸지 말라는것.
그리고 네시 이후에는 어느쪽으로든 산행은 금지라는것.
연하천 산장지기가 우리에게 어디에 예약이 되어있느냐 묻는다. 만약 세석 예약이라면 지금 빨리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거지.
물론 벽소령에 예약이 되어있긴 하지만 뭐, 거짓말로 벽소령에 예약됐다 그러고 세석까지 넘어가면 어쩔건데'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벽소령을 향해 가다 보니 길에서 공단 직원이 예약자 명단을 들고서 기다리고 있네,,,
예약 안된 사람은 기양 강제 하산시킨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오후 5시 35분 최종주자 도착
워낙 놀며 천천히 오기도 했지만 평소보다 두시간이나 늦은 시간이다.
먼저 도착한 선두는 대피소에 들어가 한 숨 자고 일어났다는 얘기도.. ㅋ
투철한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발을 닦고 싶어하는 민양을 위해 샘에서 물 한냄비 떠다 주었다.
저녁은 훈제 삼겹살인데 맛이 약간 짜고 기름기가 많다고 사람들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배가 덜 고팠던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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