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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13년 1월8일~11일 무지하게 추웠던 지리산

by 혜산 2013. 2. 7.

지리산에 다녀온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여러가지 바쁜 일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야 숙제 중~

 

올해는 유난히 많은 눈이 남부지방에 내린 바람에 성삼재를 오르기는 힘들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는데,

눈은 좀 쌓여있어도 뜻밖에 택시로 성삼재를 오를 수 있었다.

이 번 산행은 아주 단촐하게 어른들끼리만 오랫만에 오붓하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사골국물로 떡국 끓이는 중

 

식사 테이블이 새로 마련되어 깨끗한데 그대신 취사는 선반에서만 하라고 한다. 식탁이 오염되고 버너 불길에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뜻.

진작 그랬어야 하는게 맞는것 같긴하다.

 

6시 10분 노고단고개

노고단 고개에 오르니 사방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댄다.

겨울 산행이 처음도 아니고, 어느 정도의 바람이야 늘 예상하는 것이지만, 이번만큼은 바람의 세기가 심상치가 않다.

 

임걸령에 다달을 즈음엔 헤드렌턴을 벗어도 될만큼 날이 훤해졌다.

 

한시간 여를 걸었지만 몸은 더워지지 않고 계속해서 불어대는 바람때문에 오히려 점점 더 추워지니,, 잠시라도 서 있을 수가 없다.

샘물도 못마시고 나혼자 그냥 직행~

매서운 찬바람에 얼굴이 춥다 못해 따울 지경이고 잠시만 모자나 장갑을 벗어도 얼굴이나 손에 동상이 걸릴것만 같다.

바람소리가 무섭다!!

 

노루목 오르는 길에서 잠시 바람을 피해 일행을 기다리고 있노라니,,

임걸령에서 물을 마시고 온 양반들이 혼자서만 산삼을 드셨냐.. 어찌 그리 빨리 가느냐며 한마디씩 보탠다.

남의 속사정도 모르고,, '추워서 그랬어요, 추워서~~~'

 

8시 30분 삼도봉

 

바람이 거세어도 늘 쉬어가는 이 자리는 그런대로 아늑하다.

지리산이 처음이신 권산님이 발렌타인21년 한 병을 품고 오셨다. 모두들 추위를 이기려면 양주가 최고야!! 이러면서 한 잔~

그러나 도무지 양주를 한잔 마셔봐도 속이 뜨근한 기색조차 없으니 온 몸이 어지간히 얼긴 얼었나보다. ㅠㅠ

 

사탕 한 알 물고.. 증명사진

 

자아~ 화개재 갑시다..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어지간한 계단은 계단으로 보이지도 않을만큼 눈이 쌓여있다.

길은 거의 50cm에서 1m가량 높아져 있어서 큰 배낭을 진 남자들은 길가의 나뭇가지란 나뭇가지는 모두 걸리다시피 하여

걸음이 엄청 더디고, 후딱하면 나뭇가지에 이마를 박기가 일쑤였다.

 

아직도 태양은 거센 바람을 타고 기세좋게 산을 넘어오는 안개 구름에 가려 그 위력을 잃고 있어서

화개재는 그저 음산할뿐..

 

 

아.. 추워라!!!

 

눈 위에 서있으나 누워있으나 그 온도가 똑같다면 거짓말일까~

여하간 누워봐도 전혀 더 춥진 않았다.

낮은 기온덕에 눈은 모래알처럼 부서지고 만져도 젖지 않는다. 오히려 눈이 많이 쌓여있는 곳에선 아이젠도 소용없이 미끄러질뿐.

모래 언덕을 걷는 기분이었다.

 

계단 어디갔어~~

 

 

토끼봉에서 간식타임

이제야 겨우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토끼봉에서 연하천대피소 2.4km이던 표지판이 3km로 새로 바뀌었다.

어쩐지,, 2.4km 치고는 유난히 멀다 싶었어..

또 뭔가를 마시고 있는 남정네들.

 

이제 하늘은 완전히 구름을 벗어났다.

깨끗하게 보이는 반야봉도 오랫만이다.

 

12시 20분 연하천 대피소

 

취사장에 들어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도 오한이 날만큼 춥다. 아무래도 내가 판단미스로 옷을 너무 얇게 입었나보다.

늘 입던 내복을 안입었더니만..

그래도 뜨끈한 라면 국물을 마셨더니만 떨리던 몸이 진정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있는 옷을 꺼내어 겹쳐입었다. 진작 이럴것을..

 

얼굴을 철통수비한 김대장

 

한시간 이상을 쉬고 나서 벽소령을 향하여 출발준비한다.

 

매서운 바람이 구름을 몽땅 날려버렸나보다.

덕분에 멀리 천왕봉과 동생인 중봉줄기까지 시원하게 뚫렸다.

와아~ 멋져부러!!

 

역시 지리산이 처음인 변산님- 광주가 고향인분.

자신의 부모 또래인 우리가 함께 산에 다니는 모습이 참 부럽다며 지리산 종주를 마칠무렵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한번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 천왕봉!!

늠름한 자태~~^^

 

 

오후 3시 20분 벽소령대피소 도착

 

 

지금 저 분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것 같은 이유는 -처음 지리산 종주때- 이 곳에 도착할때의 기분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의 고생이 끝나는 순간의 환희라고나 할까.

 

추운데다가 걷기 힘든 눈길이라서 평소보다 다리가 많이 피곤했다.

 

왜이리 갈수록 겨울 산이 힘이 들까.. 나이가 들어가는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