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11일
장터목 마당에 붉은 기운이 오르기 시작한다.
전 날 밤잠을 설친데다가 얼굴은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부어서 어스름 새벽길을 걷노라니 눈은 침침하고 심장은 고동치며
더이상의 걷기를 거부한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제석봉을 오르는 깔딱구간은 그야말로 숨이 깔딱 넘어갈 고갯길.
눈이 쌓인 계단길은 이미 계단이 아닌척 그저 가파른 눈길로 변해 있어 조심스럽고 풀리지 않은 몸은 고소증인듯 걷기도 전에 숨이 차서 천왕봉까지 어찌 오를지가 그저 막막하다.
이런 나를 팽개쳐두고 일출이 급한 산노을은 급히 제석봉쪽으로 사라졌다.
아우~ 숨차!
거센 바람으로 유명한 제석봉이 오늘은 아주~ 얌전하다.
첫날 추워서 죽을뻔한 나는 이번엔 더워서 죽을 지경이다.
남들은 가거나 말거나 추위에 대비해 끼었던 벙어리 장갑도 벗어버리고 이너자켓도 벗어서 배낭에 넣었다.
제석봉에 도착하여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일출이 시작되었다. ^^
약간의 스모그가 있지만 깨끗한 일출이다.
우리 모두 또한번 감동!!!
산 위에서 맞이하는 장엄한 일출은 늘 감동 그 자체이다.
저~어기가 덕유산이 맞는겨..
통천문에 도착하면 천왕봉은 거의 다 오른셈
두툼한 눈 카펫 덕분에 그 험하던 너덜은 모두 숨어 버려서 길은 그야말로 비단길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힘든 다리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준다.
우리 일행 다섯명이 고마우신 분 덕분에 사진 한장을 남겼다.
아침햇살이 참 좋다~
오전 8시 20분 천왕봉
웬일로 바람도 없는 천왕봉은 우리의 독차지이다.
덕분에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본다.
이제 지리산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온다.
바닥에 깔린 눈은 아주 많았지만 눈꽃은 볼 수 없는 산행이었다.
대신에 이렇듯 선명한 지리산 능선을 오랫만에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8시 35분 중산리로 하산 시작
9시 55분 로타리대피소
11시 50분 하산완료
늘 그리워 또 찾아가지만 그때마다 자신에게 되묻는다.
이렇게 힘든 곳을 왜 또왔을까.. 다음번에 또다시 올 수 있을까..
그러나 늘 가고픈 그리움의 대상이 언제나 그 곳에서 날 기다려 준다는것, 그걸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내겐 큰 행복이다.
그러니 다음을 기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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