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오후 2시 45분 장터목 도착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천왕봉까지 오르기로 하고 취사장에 배낭을 모아둔다.
모두들 무거운 배낭에서 해방된 기쁨에 설레이며,, 제석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장터목대피소에서 시작되는 오름길도 한깔딱하므로 함부로 까불고 대들었다가는 한방 먹고 뒤로 자빠질 일이다.
사실 이 길은 일출산행으로 어둠 속에서 걸어야 힘든 줄을 모르고 따라가는데,
아침부터 십킬로 정도를 걸은 뒤라서 다리도 약간 지쳐있고 시간을 지체하다간 산 위에서 해가 질 수도 있으므로 내친 걸음으로 그냥 오르려니 더욱 힘이 드는것.
하루종일 구름에 가렸던 하늘이 군데 군데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제석봉의 지리터리풀
이 몇 안남은 주목의 모델들도 언제 쓰러질지 모를 일이다.
장마 뒤끝에 보는 고사목들은 애처러울만큼 삭아보이는 것도 많다.
천왕봉이 처음인 황산님은 보이는 봉마다 저것이 천왕봉이냐를 물어댄다.
어지간히 힘이 드시는듯. ㅎㅎ
아주 힘들때마다 먹겠다고 청포도사탕을 아껴두고 있다고 했다. 나름 힘든 구간은 청포도 구간으로 마음에 새겼다고 해서 나를 웃긴다.
천왕봉을 코앞에 두고 나도 사탕 한알을 입에 넣었다.
점심으로 먹은 라면이 부실했던지 기운이 딸린다. 이래서 여름 종주때에는 점심을 좀 든든히 먹어 두어야 하는건데..
칠선계곡쪽 하늘은 여전히 구름에 쌓여있지만, 기세좋은 구름도 중봉을 넘지는 못하고 있어 진풍경을 연출한다.
만세!!! 반갑다 천왕봉~~
아글쎄~ 갈수록 대피소도 점점 진화하는것인지.. 장터목에선 원두커피와 무알콜 맥주를 팔기 시작했다.
이익금으로 샘터가는 길이나 보수해주면 좋으련만.
어쨋든 약간 식기는 했지만 정상주 기분 내기에는 손색이 없는 맥주건배!!
맛은,, 보리의 향은 살아있으되 짜릿한 맛은 없다. 시원한 맛으로나 한 번 먹어볼만 하다는 평.
이때!!
갑자기 하늘이 시원하게 벗어지며 그 찬란한 푸른 빛을 보여준다.
오!! 하늘이 저렇게 파란것이었나..
마치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듯한 광경에 모두들 넋이 빠질지경으로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이런 모습도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니 푸른 하늘과의 숨바꼭질이다.
말끔해진 천왕봉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하산시작.
구름 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구름 파도라고나 할까.
구름 사이로 드러나 햇살을 받은 아름다운 숲,,
언제 또다시 볼까..
그립다~
제석봉 전망대에 선 아이들
이제 완전히 그 모습을 푸른 하늘 아래 드러낸 천왕봉을 담아본다.
이건 뭐 한폭의 산수화 그대로임..
고요하고 깔끔한 장터목 마당
그동안 지리산을 신발이 닳도록 다니 끝에 겨우 처음으로 장터목 마당에서의 취사를 허락받았다. -지리산 산신님께-
바람이 없으니 넓고 시원해서 여러명이 모여 앉기는 그만이다.
드디어 반야봉도 그 탐스런 자태를 보여주시고.
지리산 종주의 모든 어려운 과정을 마친 후에 이런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먹는 저녁식사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 어여쁘다
바람이 잠든 따스하고 평온안 장터목 마당에서 한없이 즐거운 저녁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참 운도 좋았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운도 좋은 녀석들,,
역시 젊음이 좋다. 이런 광경 연출도 젊음의 열정이 만들어 내는것. ^^
정신이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반야봉과 낙조..
이게 웬 행운이란 말인고.
기분이 업되신 산노을이 나중에 무알콜맥주를 또 사왔지만 시원한것이 다 팔리고 없었던지 차지 않아서 맛이 꽝.
돈만 버렸다..
하나에 삼천냥.
2012년 7월 23일 아침
5시 30분경 장터목에서 동녘을 바라본다.
천왕봉을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일출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여기에서만 보아도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하늘은 맑고 아름다웠다.
어느쪽을 바라보아도 멋진 하늘 - 참으로 지리산을 떠나기 싫은 날이다.
그런데 서쪽하늘을 보았더니 글쎄 이게 뭔일
구름이 성난 파도가 되어 지리산의 봉우리를 덮치고 있다. 와 우~
우연히 잠을 깨고 나왔던 황산님이 아이들을 깨우러 대피소로 들어갔다. 이런 광경 놓치면 평생후회한다고..
아침 취사로 분주한 장터목
오전 8시 15분 장터목을 뒤로하고 인간세상으로 내려간다.
떠나기가 정말 싫다.. 이렇게 멋지고 시원한 천국같은 곳을 떠나야 하다니, 얼마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산을 내려가면 갈수록 날씨는 점점 더워진다.
결국 차가운 계곡물에 발 한번 담가보기로 했다.
으,, 차가워~
결국 대숲에 도착했다.
지리산과 작별인사를 준비해야 하는곳,,
가지고 내려온 쓰레기로 에코포인트를 받고있다.
1kg당 천점의 점수를 준다. 1kg이하는 점수가 없으니 모아서 버릴것.
백무동 식당에서 말끔히 샤워를 하고 준비해간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
성취감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기쁨에 들떠있다.
그러나 이젠 더위와 싸울 일만 남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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