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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산종주 (벽소령~세석)

by 혜산 2012. 1. 15.

1월 4일 아침 벽소령마당엔 바람이 매우 거세다.

늘상 그렇긴 하지만, 이 날은 간 밤에 눈도 많이 왔고 유난한 강풍으로 종주길 산행이 금지되었다.

짐을 챙겨 대피소 중앙 홀에 모여 앉아 혹시 나아질지도 모르는 날씨에 기대를 걸고 기다려보는데

몇 몇 팀은 의신이나 삼정마을로 하산을 하고 우리처럼 사태를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어떻게 올라온 산줄기인데,, 이대로 포기하고 하산하기는 너무나 아쉽고 또 아쉽다.

게다가 어렵사리 산행에 나선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능선길을 걷게하고 싶다.

 

고심끝에 내린 결론은 구벽소까지만이라도 걸어보자는 것.

대피소에서 그곳까지의 1.1km의 길은 안전하기도 하고 눈 온 뒤에는 아름답기도 그만인기 때문이다.

스리슬쩍 닫힌 문을 열고 억지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지만, 우리는 무리하지는 않기로 했다.

초행인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그래서는 안될일이지..

 

 

인원이 많다보니 강추위를 대비하여 온 몸을 철통수비하고 나서는데도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닫힌 문을 밀고 나서는데 대피소에서 방송소리가 뒷덜미를 잡는다.

"통제 풀린것 아니니까 산행하지 마세요~~"

산노을이 대피소 직원에게 사정 이야기를 한다.

구벽소까지만 가서 임도로 하산할 예정이라 하니까,, 구벽소에서 임도길은 이어지지도 않았다고 하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특별히 세석까지 안전산행할것을 당부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야호~!!

 

 

어렵사리 나선 길,

천만 다행이여..

 

 

행복감이 철철 넘쳐 흘려요~~~ㅎ

 

 

안 왔으면 어쩔뻔 했을까 이 멋진 길을!!

 

 

아이들도 신이 나서 사진찍느라 난리가 났다.

바람도 잔잔한 이 멋진 길에서 한참이나 북새를 떨고서야 구벽소령에 도착했다.

 

 

 

 

구벽소령 - 덕평봉 오르기 직전

여기부터는 왼쪽 얼굴을 잘 사수해야 한다. 무지막지한 북풍이 불어댈 예정이니까.

 

 

역시나 덕평봉을 오르는 길은 북사면이라 엄청난 바람이 불어댄다.

앞에서 몇 몇 사람이 걸어가긴 했지만 거센 눈보라가 발자욱을 금방 지워버린다.

작년에 이어서 또다시 러셀이 시작되었다.

 

 

선비샘 - 다행이 얼지 않아 물이 잘 나온다.

양치하느라 손 적셨다가 얼어서 떨어지는줄 알았다..

 

 

 선비샘까지는 그래도 길이 쉬운 편이었으나, 그 다음부터는 앞서 가서 몇 몇 사람들이 산행을 포기하고 되돌아 오는 바람에 온전히 우리 힘으로 러셀을 하며 가야했다. 그러니 산행이 더욱 더딜 수 밖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느린 진행을 하자니  체온은 점점 떨어지고.

몰아치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가며 추위에 떨어야했다.

 

 

아휴,, 이 고생을 왜 하는지.. 

 

 

그러나 아무리 손이 시려도 찍을건 찍고 가야 한다. ㅎ

이런 진풍경을 다시 또 보게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칠선봉 주변은 작년보다 더 아름답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느라 벽소령에서의 출발 시간이 늦어져서 마음이 바빴던지, 사진 한 장 찍을 겨를도 없이 일행은 모두 사라지고 홀로 남아 눈에 덮인 칠선봉을 바라보았다.

 

 

 

 

영신봉너머로 살짝 얼굴을 내민 삼신봉

다행스럽게도 하늘이 개이고 있다. 거센 바람이 구름을 몰아낸 덕분인지 어여쁜 푸른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영신봉 주변의 설화는 푸른 하늘아래 더욱 아름답다!!

 

 

벽소령쪽을 되돌아 본다.

 

 

우리가 나아갈 능선길을 바라보니, 천왕봉은 구름에 쌓여있고 연하봉은 간신히 구름을 벗어났다.

조금 있으면 저 구름도 마저 걷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포근한 영신봉 주변 - 이 곳에 오면 늘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요한 세석대피소

 

산행 금지 조치 때문인지 취사장도 거의 우리의 독차지.

러셀하며 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점심도 좀 늦어졌다. 

그리하여 점심먹고 출발한 시간이 세시 반이나 되었다.

까딱했으면 장터목방향 산행금지시간 네시에 걸릴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