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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이튿날 (벽소령~ 장터목대피소)

by 혜산 2011. 8. 9.

28일 아침 벽소령

잔뜩 흐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통행제한도 해제되었다.

일찌감치 눈은 떴으나 스트레칭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던 중, 밥 먹으러 오라는 전갈이 날아왔다.

으잉? 웬일로 이리 부지런이람~

부랴부랴 취사장에 내려가니 누릉지는 이미 다 끓었고, 간 밤에 귀찮다고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잠자리에 들었던 몇몇 녀석이

한밤중에 지들끼리 라면을 끓여먹고는 치우지도 않고 잤다는 이유로 김대장님의 따끔한 훈계를 듣는 중이다.

단체생활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으니 혼이 날만도 하지.

 

 

8시 10분 벽소령 출발

 

 

길바닥은 온통 물천지로 어떤곳은 냇물처럼 흐르기도 한다.

 

비에 철저히 대비한것 까지는 좋은데, 습기가 가득하여 저런 복장으론 오래 걷지 못한다.

오래 못가서 항복- 덕평봉을 오르던 중 도로 벗었다고.

 

선비샘엔 강수량이 풍부하여 물이 넘친다.

그간 흘린 땀도 씻어낼만큼.

 

 여섯 아이들 - 한 번 종주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그래도 다소 여유가 있어보인다.

 지리산 종주는 체력의 문제이기 보다는 체력 안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것 같다.

 

 10시 20분 전망바위,, ^^

 그림으로 대신하지 머~

 

10시 50분 칠선봉

 

지리산이 처음인 이 분은 산노을의 오랜 지기이자 직장 동료이다. 주로 홀로 산행을 즐기시는 분.

연이어 백두산 종주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을것이다.

 

오늘의 폭탄도 역시 민수군.

그 외엔 모두가 걸음이 비슷하다. 산노을이 민수를 맡아 천천히 오기로 하고 모두를 먼저 보낸다.

 

나는 중간에서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중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줄기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순간적이지만 참 기쁘기가 한량없다.

 

민수때문에 시간여유가 많이 생겨 나리꽃도 한번 담아보고.

한창 물이 올라 얼마나 예쁜지..

 

그래서 영신봉은 혼자서 통과~

 

세석으로 향하는 계단은 마치 작은 연못처럼 물을 담고 있다.

 

이 일대는 비비추의 군락지인가보다.

 

평지에서 보는 비비추보다 훨씬 실하고 종류도 다양하여 더욱 어여쁜 지리산의 비비추

 

11시 58분 세섯대피소

먼저 도착한 아이들이 샘에서 물을 길어다 놓고 라면 끓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래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산노을과 민수가 나타났다.

세석평전에 가득한 안개는 일시에 덮혔다 벗어졌다를 반복한다.

 

 

안개 걷힌 세석평전 - 푸른하늘이 살짝 보이기도 하여 모두들 기분이 좋다.

 

1시 15분 세석에서 출발

 

그러나 아직 촛대봉에서도 천왕봉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안개가 짙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촛대봉에서 연하봉 전망바위까지  잰걸음으로 걸어보기로 한다.

그동안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느라 시원하게 못 걸어보았기에..

 

2시 8분 전망바위에 도착하니 하늘이 열리고 있다!!

연하봉 뒤로 드디어 천왕봉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 나는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

천왕봉을 처음 보는것도 아니건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천왕봉,, 지리산의 주봉답게 정말 비싸게군다.

 

후미를 맡느라 늦게 출발한 산노을도 어느새 도착해 이 장관을 즐기고 있다.

하늘이 마치 쇼를 펼치는 듯하다. 보여줬다,, 가렸다 하면서.

 

이제 연하봉으로 가자~

 

 

2시 35분 연하봉

 

 

 산 아래는 햇볕이 쨍쨍하건만 둥실 떠오른 먹구름 하나가 우리의 앞 날을 예고한다.

 과연 예고대로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제석봉을 오르려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후 3시경 장터목대피소 도착 - 배낭 두고 천왕봉 다녀온다. 

 

 

  바람도 별로 없이 고요한 제석봉

비는 한차례 뿌린 뒤로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

늘 뒤에서 기던 민수도 배낭을 벗어놓자 훨훨 날아 앞에서 신나게 산을 오른다.

뭐야 결국 배낭이 무거워서 그랬던거야?? 순~ 엄살쟁이로구만. ^^

 

 

 

 남자 열명 그리고 나. - 찍사 노릇을 자청한다.

 

 

통천문 찍고 이제 드디어 천왕봉으로 성큼 다가선다.

 

 

 

 비옷이 스타일 구기는구먼..

 

4시 15분 천왕봉에 서다.

천왕봉을 보더니 발느린 민수도 어느새 단걸음에 뛰어오를만큼 기뻐한다.

 

 

우리 외엔 아무도 없으니 요런 사진도 함 찍어본다.

저 뒤편으로 반야봉이 그 모습을 살짝 보여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욕심.

 

나중에 보니 남만 찍어주다가 정작 정상석에서 찍은 내사진은 없다. 

 

 

이제 하산~

 

젖은 길을 오느라 쉴틈이 없었던 탓에 발바닥이 무지하게 아프다.

일단 한적한 제석봉에 앉아 시원하게 신을 벗고 쉬어간다.

 

맨발로 까칠한 바위를 디뎌보니 지압이 되는듯 참 시원하고 좋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언제까지나 이 곳에 앉아있고 싶었다.

북적이는 장터목은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플지경어서.

그래도 별 수 있나.. 테이블을 찜해놓은 덕에 간신히 우리끼리 모여 밥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끈끈한 몸상태가 불쾌하여 잠은 설쳤지만..

 

다음 날 아침 일출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