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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발길따라

보현사에서 선자령 오르기

by 혜산 2011. 10. 31.

 

 

원래 계획은 옛 대관령 길을 올라 휴게소 마당에 차를 두고 선자령을 시작으로 둘레길인 바우길 구간을 1박 2일 동안 걷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벽 6시에 모여 출발을 하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가다 보면 그치겠지 하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강원도 땅으로 들어서니 점점 심해지는 빗줄기 때문에 결국은  원래 계획을 포기하고 일단 숙박예정지로 곧장 차를 몰았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다가 일단 보현사까지 걸어 올라본다.

 

보현사 가는 길에 본 토종 들국화는 정말 귀한 꽃이다.

일부러 심었는지 유난히 게스트하우스 주변에서 많이 눈에 뜨인다.

 

 

둘레길 표시 - 아마도 계획대로였다면 이 길을 걸어 오르 내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둘레길은 걸어보지 못했다.

친구들과 일전에 다녀왔던 경험이 있는 김대장의 말에 의하면 둘레길은 아주 편안한 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현사로 가는 길은 아름드리 노송들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역시,, 그 이유가 있었다.

보현사는 강릉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천년도 넘은 고찰이었다.

 

낭원대사오진탑비 - 보물 192호

보현사에서 96세로 입적하신 스님을 위한 탑이라고 한다. 엄청난 세월의 무게를 담고 있다..

 

기와는 새것이지만 건물 구조는 옛날 그대로인 비교적 아담한 규모의 절.

한때 마당 한편에서 고려시대의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둘레길을 걷기로 했던 일정을 바꿔 다음날 절 뒤편으로 선자령을 오르기로 했다.

그만큼 절 주위의 풍광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최대 열명 정도가 머무를 수 있는 팬션풍의 숙박지이다.

일인당 25.000원으로 당일 저녁과 이튿날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 단체로 8인 이상이면 건물 한동을 혼자서 사용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온수도 잘 나오고 깨끗한 이부자리도 충분하고 난방도 아주 훌륭해서 하루밤 묵어가기에 손색이 없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차를 가지고 보현사까지 이동하여 주차한 후 산행 시작.

8시 35분 출발

보현사 뒤편으로 잠깐만 오르면 바로 이런 단풍 숲이 나타난다.

세상에,, 이건 완전히 비경이다..

 

 

 

 

 

 

 

 

 

 

 

 

 정신없이 숲을 걸어오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어나무가 눈에 띈다.

 가장 안정된 숲의 형태에 존재한다는 서어나무.

근육질의 우람한 몸뚱이가 참 인상적인데, 정작 그 목재는 쉽게 썩어서 별반 쓰일데가 없다고 하네.

 

 

 

 

맨 뒤에서 사진이나 찍으며 계곡을 따라 숲길을 걸어오르는데 이끼낀 바위와 나무가 웬지 이상한 느낌인데,,

 

요 작은 폭포 아닌 폭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바윗덩이에 가린 길을 선두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곧장 오르다 보니 길이 점점 이상하다.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 위편으로 훤히 보이는듯한 능선길을 잡으려고 길 아닌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전 날 내린 비로 숲 길은 무척이나 미끄러운데 거기에 가파른 길을 잡목을 헤치면 걷다가,, 기어이는 낙옆 밑에 숨어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밟고 주루룩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간신히 능선으로 올랐지만 거기에도 길은 없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다녔던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미 그 길엔 잡목이 자리를 차지하고 낯선 인간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는거다.

김대장의 부인은 동강트레킹에서도 그랬지만 이번길도 편안하다 믿고서 남편을 따라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또 속았다고 분통. 남편인 김대장의 말에 의하면  평지에서도 공연히 넘어질 만큼 워낙 운동신경이 바닥이라고 하니 얼마나 고생이 자심했을까 싶다.

 

 

 

 멀리 선자령이 보이는 능선에 오르니 나타나는 노송숲

 참 멋지다!!

 

이 곳을 지나 좀 더 걷다가 초막교쪽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났다.

그제야 제대로 된 길을 만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선자령이 저 곳에 있다..

 참 어렵게도 올랐다는 기쁨~

 

 멀리 운해도 살짝 보이고 이제 힘든 여정도 끝났다는 안도감도 들고.

 나랑 짝이 되어 산행을 하는 김대장의 어부인- 오랫만에 산에 들었건만 산이 그녀를 거부하는 것인가. ㅎㅎ

 

 잠시 간식 먹으며 쉬어가는 시간.

 

 

 

이제는 선자령의 상징이 된 풍력발전기

누구는 저것이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는 억지 소리도 한다만.. 왜냐하면 전부다 조용히 놀고 있었기 때문에. ㅎㅎ

햇살도 따스하고 바람도 없는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