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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발길따라

백두산 - 집안 고구려유적지

by 혜산 2011. 8. 30.

백두산트레킹을 마치고 나면 다시 압록강 이천리, 팔백여 킬로미터의 먼 길을 숨가쁘게 달려 되돌아와야 한다.

돌아오는 길 중간쯤에 위치한 집안의 고구려 유적은 백두산관광 일정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들러가는 코스다.

7년 전에는 때마침 중국과의 안좋은 일때문에 고구려유적지 관광을 포기해야만 했으므로 이 곳은 초행인셈이다.

 

 광개토대왕비는 저 비각 속에 모셔져있다.

 

국강상광개토경편안호태왕비

줄여서 호태왕비

여기서 국강상은 고구려 국내성의 한 지명이라고.

 

광개토대왕비는 높이가 6.39m의 불규칙한 직육면체로 너비가 똑같진 않지만 1.3~1.5m정도의 크기로

총 44행에 1,755자가 새겨져 있는데, 140자는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훼손되었는지 마모되어 판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이 곳에서의 사진촬영은 금지라고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찍어봤다.

한국돈이 수북히 쌓여있고만서두,, 저거 다 중국인들 돈벌이 아니던감.

 

허여사 부부 - 백두산트레킹때는 생이별을 했었다. ^^

저 뒤켠의 우산처럼 생긴 나무는 느릎나무라고 하다. 참 공교롭기도 한것이 이 곳의 더위때문에 저 나무는 별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분지라는 지형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어찌나 덥던지 그늘도 만들어주지 못하는 나무가 이쁠턱이 없다.

버스의 온도계는 바깥기온 3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윽~

 

아무리 더워도 볼건 다 봐야하기 때문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광개토대왕능을 오른다.

양산을 써도 별 소용이 없으나 그래도 안쓰는것보다는 나을까 싶어 열심히 볕을 가려본다..

 

그저 돌무더기에 잡초가 무성한 광개토대왕능

관리소홀인지 관리부실인지 무관심인지,, (지네 부족국가의 왕능이라면서 왜이렇게 소홀히 하는겨)

 

뒤편엔 집안시가 보이고 그 너머는 북한의 남포라고 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북한의 산들은 모두가 민둥산이다. 땔감이 많이 부족하다더니 산에 나무가 남아나질 않는 모양이었다.

 

꼭대기에 방치되어있는 석실 - 관이 두 개 들어갈 자리가 파여있는데, 여기에서도 한국돈이 놓여진다.

사실 누구의 무덤인지 밝혀줄 증거는 하나도 없으되(모두가 도굴당했기때문에) 비가 놓여있는 위치를 보아서 아마도 호태왕비일것이라 추정할뿐이라고 했다.

 

참 서러울뿐,, 이제는 남의 땅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우리의 위대한 왕이었던 존재는 부족국가의 왕으로 전락하고 있다.

고구려의 유적이라는 것이 저 뜨거운 땡볕아래 하나의 비와 한줌의 돌무더기로 남아있을 뿐이니..

 

광개토대왕의 아들 장수왕능

장수왕능은 다행히도 제모습을 잃지않고 간직하고 있다. 능의 사면을 지탱하고 있는 세개의 거석 덕분이라고 하는데,,(한 면에 세개씩)

이 마저도 왕능이 아닌 장군총이라 부르고 있으니 괘씸한지고..

 

돌이 꽤나 단단한지 과연 예전의 것인가 싶을만큼 아직도 정방형의 모서리의 날이 날카로워 보인다.

 

 

장수왕의 두번째 첩의 무덤이라고 하는데, 이 곳에서 제 2의 장군총으로 불리운다고 한다.

저 돌위에 남자가 올라서면 첩을 얻고 여자가 올라서면 샛서방이 생긴대나,, 하고 가이드가 말했다.

그러니 누가 남편과 아내 앞에서 감히 저 돌위를 오를 수가 있으리요. ㅋ 올라가지 말라는 소리지?

얼핏 보면 마치 고인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어지는 주변에서의 식사 - 화로구이- 불고기..

식당으로 가기 전에 가이드가 미리 말해둔다. '점심식사 하면서 사우나 하실거에요'.

에어컨도 없는 야외테이블에서 고기 구워먹으려하니 정말이지 너무 더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시원한 사이다만 석잔이나 마셨다..

 

집안의 압록강

 

단동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압록강 이천리는 북한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며 흘러간다.

때로는 실개천으로 때로는 거대한 강줄기로.

그러므로 강건너는 북한땅이고, 뒤편에 보이는 북한의 산은 역시나 나무가 없어보인다.

 

이 밖에도 집안에는 고구려 국내성이 약간이나마 낮으막한 토성으로 남아있다. 국내성 안은 아파트로 채워져 있는데,,

갈길이 워낙 바쁜터라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가이드가 손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멀리 바라보며 지나친다.

지나치는 곳곳에 누구의 무덤이라느니 뭐니 하며 설명은 열심히 하는데, 군데 군데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작은 유적들을 일일히 돌아본다는것은 정말 어려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먹고 고구려유적만 한 일주일 찾아다닌다면 뭔가 조금 더 볼 수 있을것 같긴한데..

 

 

저녁식를 할 북한식당과의 일정을 마추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가는 중에 압록강 지류에 발을 담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물은 별로 차지 않다.

 

 

 

여기도 압록강이지만 단동이 가까워오면서 강폭이 많이 넓어졌다.

오른쪽 끄트머리쪽의 댐이 태평만댐으로 소유는 북한이, 관리는 중국이 하며 전력은 두나라가 같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단동에서의 야경 - 그 중 으뜸은 역시 압록강의 철교와 단교

 

 중국인들은 요즘 제기차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강가 공원에 모여 단체 체조도 하고 제기차기도 하는데, 혼자하는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공놀이처럼 제기를 차고 논다고한다.

 아는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공중에 뜬 제기를 발로 차며 어울리는것이 특징이라고.

 

드디어 북한식당

 

별로 크지 않은 식당에 손님이 어찌나 많은지 공연을 하는 아가씨까지도 접시를 나르느라 공연시작 시간이 이십분이나 늦어졌다.

그다지 먹을 것도 없는 메뉴에 리필은 절대 없으며 더 먹고 싶으면 한접시에 오천원가까이 하는 비싼가격의 반찬을 따로 돈을 내고 시켜먹어야만 하는 야박함이 있다.

그러니 식사는 후딱 끝내고 멀거니 앉아 공연을 기다리자니 실내는 어찌나 더운지 연신 땀을 닦아가며 구경을 해야 하는데다

어쩌다 제일 앞에 앉은 나는 다리를 뻗었다간 무대 위로 올라가게 생겼으니 다리 간수하기에 바빴다.

 

마지막 노랫말 '안녕히 잘가시라요~' 를 듣자마자 식당을 나왔다.

가이드가 재촉질을 하는 가운데 건너편 수퍼에 들러 일행을 위해 칭다오맥주 몇 개를 챙겼다.

중국에 와서 칭다오맥주 한 번 못먹어보고 간다는게 말이나 되나 싶어서.. 그런데 시원한건 없었다.

 

 

-중국을 떠나는 날-

마지막코스인 호산장성 부근의 압록강에서 보트를 탄다.

물론 이것은 가이드 팁이 없는 대신 팁 주는 셈치고 만원씩 내고 타는 것이다.

물길이지만 북한땅의 최근접지역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사람을 향해 카메라를 드는것은 엄금이라고.

그 사람들을 찍으면 뭐할것인가,, 똑같이 생긴 우리 동폰데.

그러나 물가엔 새카맣게 그을린 북한사람 몇명이 아이까지 동원하고 우리를 기다린다. - 담배달라고 그런다-

'어 담배? 어쩌지 우린 담배가 없는데,,' 우왕좌왕하자 보트를 운전하던 중국인이 발치에서 쓰윽~ 담배 한보루를 꺼낸다.

가격은 중국돈 200위안 즉 우리돈삼만사천원 정도 되시겠다는 말씀.

뭐야, 이거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구만~

우리 보트의 중국인은 장사에 실패했다.

 

버스로 돌아오자 가이드가 숨가쁜 소식을 전한다. 태풍때문에 한시간 반이나 시간을 단축해서 단동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렇다고 볼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앞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가자는 말씀.

이때부터 우리는 거의 달리기 수준으로 찍고 또 찍고 그랬다.

 

'지척' 이란 말 그대로 북한땅이 지척이라는 것.

저 작은 물만 건너면 바로 북한땅이다.

호산장성 아래 일보경이라는 곳이다. 한발만 내디디면 국경이니까.

 

 

호산장성 아래에서 단체 사진 한장 얼른 찍고 버스에 올라타니 더욱 기가막힌건 시간이 또 단축되어 이제는 열두시반까지 배로 오라는 전갈이 왔다고 그러는거다.

어쩔 수 있나 집에가려면..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호산장성은 고구려 박작성이라고 하지만 중국쪽에서 만리장성의 남쪽시작점이라고 한다나 뭐라나.

여기 어느 구석엔 고구려 성의 유적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꽁꽁 감추어놓고 있나보다.

 

 

시간여유가 있다면 이 단교를 끝까지 걸어가 보는건데..

그눔의 태풍은 왜 하필 이때 인천으로 북상을 한다는것이냐고.

 

아무리 바빠도 먹을건 먹고 가야한다.

첫 날 단동에 도착하여 밥을 먹었던 그 식당에서 이른 시간에 같은 메뉴로 밥을 먹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그 와중에 메뉴판을 찍은 산노을. 가격을 보니 우리나라 보다는 확실히 많이 싸다.

추어탕이 사천원이 안되는 가격이고 닭도리탕은 팔천원남짓이니까.

 

그리고 배를 탔다.

 

 동방명주호 - 파나마국적

 세금이 싸므로 거의 모든 배들은 국적이 파나마라고 그런다.

 

하늘과 바다가 이렇게 푸르고 잔잔한데 뭔 태풍이 온다는것인지 싶다.

 

그런데 깊은 밤이 되자 배가 슬슬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배의 면세점에서 구입한 양주 몇 잔씩 마시고 흔들리는 요람속의 아기처럼 잘 자고 일어나니 배는 어느새 인천 외항에서 접안을 기다리고 있다. 허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느라 배에서 거의 스물세시간 이상을 보내고야 우리나라 땅에 발을 디뎠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집에 도착하니 이번엔 땅멀미가 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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