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나흘 앞둔 날 2011년 9월 8일
밤 11시 서울 출발
2시 20분 한계령 도착
주말에 비 예보가 있긴 하지만 다행히 이 날은 그저 흐리기만 한다기에 믿고서 길을 떠났다.
한계령은 예상보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워낙 날씨가 더워서인지..
총 인원 네명
단촐하게 떠난 길이라 걷기에 부담은 없을듯하다.
시작부터 깔딱진 계단이라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풀며 산행을 시작한다.
워낙 장거리 산행이라서 페이스를 잃고 덤볐다간 나중에 고생이 자심할테니까.
한시간 반만에 도착한 서북능선 삼거리.
아직 사방은 어둡고 습도가 높은 날씨라서 땀도 많이 흐른다.
여기서부터 능선길이 시작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능선길과는 좀 거리가 있다.
한없이 내리막이 계속되기도 하고 칼날같은 바위등을 조심스레 밟고 가야하는 미끄러운 너덜들이 상당히 있어서 조심스러운 길.
이런 길을 한시간 정도 걸어야 비로서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전망도 트인다.
서서히 동이 튼다.
날이 흐려서 일출을 볼 수는 없었지만 시야가 그리 나쁘지는 않아 다행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서북능선에서 이어지는 귀때기청봉
6시 15분 끝청 도착
멀리 엷은 안개에 쌓인 가리봉과 그 곁의 뾰족한 주걱봉이 또렸하다.
몇 해전 올랐던 주걱봉을 멀리서 바라보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계령 1004m에서 시작했으니 고작 600미터 남짓을 올랐을 뿐이네.. (새로운 포즈 개발 중).
백담사쪽 전경 - 수렴동계곡과 용아장성
봉정암은 살짝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꿀벌의 공격을 받았다.
끝청에서 중청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편안하다.
날은 이미 밝았으므로 여유있게 사방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별안간 손가락이 따끔하다.
깜짝놀라 손을 털고 보니 벌 한마리가 몸을 웅크린채 땅에 떨어진다.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그 벌을 발로 걷어차려고까지.. 그러잖아도 한번 침을 쏜 벌은 죽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풀잎에서 조용히 쉬고 있는 벌님을 무심한 내가 건드렸을 것이다.
내 잘못이 분명한데, 죄없는 나를 쏘았다고 오해하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었다.
어쨋든 어찌나 아프던지 약 두시간정도는 손가락을 구부릴 수도 없었다.
게다가 놀라서 떨어뜨린줄 몰랐던 장갑을 되가지러 돌아가느라 혼자 난리 부르스,, 앞서 가던 남정네들이 안오는 내가 궁금하여 난리.
오전 7시무렵 우여곡절끝에 중청과 대청의 갈림길에 섰다.
중청 대피소나 대청봉이나 모두가 고요할뿐 산중엔 사람이 없다.
명절을 앞둬서 그런것인지.
이곳에서 비로서 내설악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움을 한 눈으로 감상하며 새삼스레 감탄사를 연발하고 희운각으로 내려선다.
소청에서 희운각은 고작 1.3km의 짧은 거리이지만 누구나 치를 떠는 깔딱지고 험한 길이다.
지금이야 계단이 놓여 한결 좋아졌지만 그래도 역시 지겹기는 매일반이다.
중간에서 싸가지고 간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중청까지 오는동안 에너지를 소진한 탓에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
산에서는 배 고프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데.. 이렇게 볼멘 소리를 하며 대장을 괴롭혔다.
이렇게 되바라진 산 길에선 전망은 좋아도, 바람이 불어대는 탓에 밥먹을 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화채봉이 보이는 멋진 전망터
다 좋은데 터가 너무 좁아서 인물사진 찍기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12시분 희운각
새로 단장한 이 후에 처음 둘러본다.
이 표에 의하면 우리가 걸어온 길은 9.6km,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은 11.6km남았다.
희운각 마당엔 다람쥐가 터를 잡고 있다.
원체 잡식성이라 주는 음식 가리지 않고 잘 잡수신다.
그래도 마등령의 다람쥐는 김밥과 땅콩을 함께 주니까 김밥을 제켜두고 땅콩을 집어가더라.
얘들은 이미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 길들여져 있어서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아마도 이제 자연속에서 먹이를 찾으며 진정 자연스러운 다람쥐로 살아가기는 힘이 들것이다.
왼쪽엔 공룡능선의 시작점인 무너미고개 그리고 가운데 꽃봉우리같이 어여쁜 화채봉
무너미고개
9시 30분 -신선대를 오른다.
공룡능선의 남쪽 끝 봉우리 - 공룡능선의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신선대에서의 조망이다.
오늘의 산행대장 산노을
날씨가 웬만하자 이백이를 데려올껄,, 하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똑딱이도 이만하면 볼만한데 멀~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
날이 약간 흐리기는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모습을 보여주니 그동안의 고생이 눈녹듯 사라지는 기분이다.
여기가 거기고, 저기가 거기고..
공룡능선과 오른쪽의 미끈하게 잘빠진 천화대의 범봉
그 너머로 밋밋한 마등령과 엄지손가락 같은 세존봉 - 우리는 거기로 하산할 것이다.
공룡능선의 대표격인 두 봉우리 1275봉과 그 너머의 나한봉(큰새봉)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여정도 끝이 나겠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멋진 바위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공룡능선의 한가운데 위치하며 능선의 최고봉인 1275봉
1275봉의 옆모습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구름의 이동이 심하여 지나는 구름이 간간히 비를 뿌리고 있다.
쉬면서 뭘 먹으려고만 하면 하늘이 심술을 부리니 비에 젖은 간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신세..덕분에 김밥이 고스란히 남았다.
그리고 1275봉을 오른다.
1275봉을 오르는 깔딱진 고개
1275봉을 오르는 동안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12시 1275봉 도착
바람을 피해 구석자리에서 간식을 먹는다. 그리고 남정네들은 홍산님의 비장의 무기 이가도주 한 잔씩으로 몸을 덥힌다.
하나의 봉우리를 오를때마다 배가 고파질 정도로 체력소모가 큰 산행이므로(비가와서 더욱) 뭔가를 자주 먹어주어야 탈진을 면할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1275봉을 내려간다.
나한봉(큰새봉)을 지났다.
대청봉을 바라보고 있는 큰새봉
참으로 신비로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뾰족한 세존봉
저 곁을 지나면 오늘의 산행도 어느정도 마무리 되겠지.
이곳을 마지막으로 공룡능선은 끝이난다.
그러나 마등령을 거쳐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길도 만만치는 않은 6.5km의 긴 거리.
이미 지친 다리로 편치않은 돌자갈과 돌계단길을 걸어 하산하려면 정말로 고생이 자심하다.
비교적 상태가 좋은 두 사람은 한계령에 차를 회수하러 가야하니 먼저 보내고,,
나머지 두 사람 (미시령에 콘도를 잡아놓았으므로 급할것 없이) 슬렁슬렁 걸어내려와 찬물에 발을 담그고 나니 한결 개운하다.
누구나가 느껴본 일일테지만 이쯤되면 비선대에서 소공원에 이르는 편안한 길조차 한없이 길게만 느껴질 정도로 힘이든다.
그러나 설악의 백미 공룡능선을 걸어 보려면 이 모든 어려움을 달게 받아들여야만 하겠지.
언제 또다시 와 볼 것인가,, 앞 날은 기약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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