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줌마가 길을 떠났다. 우리는 아주 작은 친목 모임회원들이다.
비가 밤새 내리던 다음 날,, 기분도 꿀꿀하게 새벽에 일어났다.
이 비 속에 무슨 여행이람.. 속으로 투덜대며 옷은 어떻게 입어얄지 신은 어떻게 신어야 할지를 고민.
목적지는 주왕산이되 등산은 아니라고 하니... 산에 오르지도 않을거면서 그 먼 길은 왜 가냐고.
어쨋건 시간맞춰 서부역에 도착하니 아직 우리가 탈 버스가 안왔다네.
오후엔 비가 그친다는 예보에 필사적으로 의지하며 서울을 벗어났다.
9시 30분 문막휴게소 도착
12시 20분 주산지 도착 -휴.. 멀기는 멀다.
다행히 비는 완전히 그쳤고 하늘엔 태양이 떳다. 이런~~ 비가 온다고 모자도 안가져왔는데.
주산지는 200년 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라고 한다. 여기가 시작 부분이고
조기 보이는 부분이 끝부분이다.
바야흐로 봄 봄,, 저 산언덕 예쁜것좀 보라고.
모든 나뭇가지들이 연두잎을 피우고 있다.
아침엔 춥다고 난리더니 이젠 덥다고 난리,,
우산을 양산대용으로 쓰고있다. 스타일 좋은 우리 오여사, 모델 뺨치겠네..
평일이라 조용한 오솔길
이것이 그 유명한 호수 속의 나무들
휘늘어진 나뭇가지의 곡선이 참 어여쁘다.
작은 새의 날개짓같은 어린 잎들이 하늘을 향해 훨훨 날것만 같은데.
바로 앞에 잡목들이 즐비하여 잡기가 쉽지않다.
마침내 호수의 끝부분이다. 이 주산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곳, 생각처럼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생각보다 작은 호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무대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남아있던 이미지가 조금 사라지는듯도 하다.
영화의 세트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이 주산지의 백미는 새벽 물안개가 오를때, 그리고 겨울,, 호수는 얼어붙고 흰 눈이 쌓여 바람에 날릴때라고 한다.
가이드가 개구리~~~를 외치라고 한다. 나는 했는데 옆의 허여사는 안했나보다.
그리고 점심 먹고나서 다음 장소인 주왕산으로 이동
보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암봉
사방 어디를 보나 기암들이 우뚝 솟아있다.
약 이십여년 전에 다녀왔던 기억이 잠깐씩 나기도 한다.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바위 - 이름은 학소대라고 한다.
그리고 마주보고 있는 암봉
어딜 가나 나는 자청하여 찍사가 된다.
한 낮이라 햇살이 퍼질대로 퍼져서 사진발은 별로 좋지가 않네. 뭔가 느낌이 없어..
약 3.6km의 거리를 걸어 3폭포에 도착했다.
폭포는 그저 단아한 맛 뿐이다. 폭포 주변의 굉음도 물안개도 없이 그저 조용할뿐이다.
다리 밑에서는 우리 뒷자리에 앉았던 아자씨들이 술 한잔을 걸치고 계시다가 우릴 보더니 반색을 하며 동석을 권한다.
헹~~ 택도 없는 소리, 우릴 뭘로 본겨..
여기는 2폭포
폭포까지 가는 길은 신작로나 다름없다. 널찍하고 편한길이라 그야말로 하이힐만 아니면 누구나 오를 수 있을정도이다.
그러나 모집시간이 늦을까 걱정인 가이드는 2~3폭포 가는 길은 험하니 등산에 자신이 있는 사람만 가라고 뻥을 친다.
웬만하면 가지말고 빨리 버스로 돌아오라는 소리~
언젠가 한번쯤 주왕산을 올라보고 싶은 마음을 품고 돌아가는 길.
우리는 왕복7km가 넘는 길을 모두가 완보했다.
그리고 상가에서 둥글레며 말린 취나물, 국화차 따위를 사가지고 버스로 돌아왔다.
다리 밑에서 술을 마시던 주태백이 아저씨들 덕분에 꼴찌는 면했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노래방 기계를 틀어주지 않는다며 불평을 해대는 통에 시끄러워 혼났다.
이 여행사의 특징은 절대로 버스내에서 가무를 허용치 않는다는거.
조용해서 좋았는데.. (뒷자리의 그 분들만 빼면)
이왕이면 음주도 금해 주었으면 좋겠다. 안될말인가? (말 잘못했다가 아자씨들한테 돌맞을라..)
산은 역시 좋다~
긴 여행을 했지만 주왕산의 정기가 나를 일으켜주고 어루만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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