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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09년 12월 28~30 종주 -첫 날-

by 혜산 2010. 1. 3.

12월 28일 성삼재 - 벽소령

 

지리산으로 떠날 무렵 날씨가 무척이나 차가워졌다.

겨울이면 이런 쨍한 날씨가 당연하지만 영하 13도라니 추워도 너무 춥다,, 거기에 더해 눈까지 내려 서울은 교통대란이란다.

기차 시간에 늦을까봐 버스를 타려던 생각을 버리고 지하철을 택했다.

날씨가 추워도 연휴가 가까워 그런지 영등포역엔 사람들이 들먹들먹하다.

어디로들 떠나고 돌아오는지..

나는 새 배낭이 어쩐지 익숙지않고 무거워 걱정스럽다. 그렇지만 걷다보면 적응이 되겠지 하고 믿어본다.

같이 가기로 한 두 소녀 지수와 이지가 도착했다. 여기저기서 빌리고 마련한 장비가 제법 모양새를 갖추긴했지만.. 잘 걸어주려나.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기념촬영을 한다. 대중 앞에서 사진찍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이지는 카메라는 외면했다.

 

하필이면 우리가 탄 2호 객차에 난방이 되질 않았다. 창가쪽에선 아예 찬바람이 솔솔 나오고있다.

처음엔 그런대로 견딜만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추워진다. 보일러를 고쳐보겠다고 승무원들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더니만 결국 남원에서 다른객차로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한다. 이미 목적지를 다 와 가는데..

몸을 후끈 달구고 내려도 시원찮을 마당에 꽁꽁 얼리고 구례구역에 내렸더니 너무 너무 춥다..

딸부잣집 정기사님이 차를 따뜻이 데워놓고 기다리신다. 반가이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 회포를 풀었다. ^^

예상과 달리 구례쪽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시암재를 지나서야 눈이 조금 보일정도..

 

 

 성삼재 4시 27분

 

길은 아이젠 없이도 걸을 수 있을정도로 바삭한 눈이 미끄럽지않고 좋았다.

그렇지만 안전을 위해 일단 근처 화장실로 직행 (따뜻해서 좋다) 하여 아이젠을 착용하고 옷도 재정비한 후 출발!!

 

노고단 5시 20분

 

노고단 대피소에서 누릉지를 끓여 아침식사를 한다.

여름보다 덜 붐벼서 좋고 수도꼭지가 바로 옆에 있으니 무엇보다 편해서 좋다.

 

노고단고개 6시 30분 -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돼지령을 오르는데 동이 트기 시작한다.

운해는 없지만 날씨는 맑아서 붉은 빛이 정말 아름답다.

일출을 보고 싶어 부지런히 걸었건만 운이 없었던지 산굽이를 돌자 어느새 햇님은 높이 솟아있다.

 

임걸령 샘터 7시 50분

 

 노루목 8시 30분

얼어붙은 수증기가 마치 보석처럼 빛난다. 이런 겨울날씨에만 볼 수 있는 귀한 모습이다.

비싸디 비싼 보석도 결국은 빛의 장난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는 시간..

 

 

약 열흘 전에 내린 눈이 양지쪽엔 거의 녹아버렸다.

 

음지엔 이렇게 많이 남아있건만..

 

 삼도봉 9시 15분

 

바람을 피해 아늑한 곳에서 육포 안주로 56도짜리 이과도주 한 잔씩을 마셨다.

윽,, 쓰다.. 그러더니 잠시 후 목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 추울땐 독한 술이 필요하다고 그러네.

 

 

하늘이 참 파랗다.

그동안 삼도봉에서 찍은 사진도 많지만 이렇게 푸른 하늘은 처음인 듯 싶다.

 

 

 

화개재 내려가는 550계단도 멋지다!

 

화개재 10시 10분  이지가 사진을 찍고있다.

 

 

 지수와 이지-  등산 초보인 두 아이들,, 그래도 불평없이 잘 따라와주어 대견했다.

 

토끼봉을 오른다..

긴 오르막을 무거운 배낭때문에 진땀을 빼며 오른다.

 

김대장이 두 학생들의 등반을 기념하여 깃발을 마련했다.

 

 토끼봉 헬기장에 도착했다. 따스한 햇살 덕분에 잠깐이나마 쉬어가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여기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의 2.4km의 길고 지루하고 힘든 길을 가려면 간식 필수!! 먹자 먹어~

그러나 물은 얼어서 뚜껑이 열리지 않고 초코바는 너무 딱딱해져서 이가 들어가지 않는다.

 

정기사님이 준비해주신 지리산 지도로 현재의 위치와 우리가 갈 곳을 학습 중이다.

역시 선생님과 제자..

 

 

토끼봉 정상 11시 30분

 

언젠가의 봄 날처럼 멀리 천왕봉이 선명하게 잘 보이는 깨끗한 날씨이다.

음, 그렇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사진 한 장 찍고

걷고 또 걷는다. 이 번 산행은 유난히 힘이 든다. 감기 뒤끝이어서 그런지..

등에 매달린 배낭때문인지 목덜미도 당기고 허리도 아프다. 여기저기 불편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내가 왜 또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것인지.

 

연하천대피소 12시 50분

 

성삼재에서의 출발도 약 삼십분 늦었지만 약간 늦은시간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출발할 시간인데.

연하천의 샘은 아주 잘 나온다. 햇살이 따스하여 야외에서 취사를 하기로 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두 아이들,, 뭐든지 주는대로 잘 먹어서 예쁘다.

2시 10분 연하천 출발

 

 점심을 먹고 삼각봉을 올라오는데,, 너무 힘이든다.

 라면을 두 개나 비웠는데도 힘이든건 여전하구만.. 아무래도 근력이 부족한가보다.

 약간 춥지만 걷기에는 딱 좋은 날인데.

 

 

3시 15분  형제봉은 여전하시고..

 

봉우리마다 쉬어가기~~

여기서 잠깐 쉬고 벽소령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우리의 저녁식사 자리를 위하여..

 

벽소령대피소 4시 10분

 

난 이미 취사장 안에 자리를 잡고있다. 우리가 늘 앉던 자리엔 부산에서 오신 두 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리를 구워먹으며 서로 술과 안주 주고받기 등등,, 우리의 좋은 관계는 뒷날까지 이어졌다.

이래서 좋은거다..지리산 종주.

이태백이도 아닌데 술 한 잔 마시고 벽소의 명월을 바라보았다. 유난히 밝은 달!!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