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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09년 여름 지리산종주 이튿날

by 혜산 2009. 8. 3.

 7월 27일 벽소령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의 일정의 전보다 길기때문에 조금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비는 그쳤지만 어젯밤 내린 비로 수증기 100% 상황이다.

덕평봉이 잠깐씩 보였다 말았다를 반복한다.

 

그래도 좋잖아~~ 이 분위기!!

우리는 취사장을 나와 일부러 밖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음,, 아실랑가 모르겠네, 이런 분위기 속에서의 달짝지근한 커피 맛~

저 안개속에서 살짝씩 고개를 내미는 푸른 하늘의 신비로움!!

 

형부와 처제 - 모처럼 둘이 같이 섰네. 본인이 찍사라서..

 

어쨋거나 이제 우리는 길을 떠난다.

저 제일 왼쪽에 있는 처자는 이때까진 몰랐을것이다. 오늘 얼마나 짭짤한 고생을 하게될지를..

 

구벽소령을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르막길에서 동생이 힘이들어 쩔쩔맨다.

아직 몸이 안풀려서 그래~ 일러주지만 본인은 무지 심각하다.

'언니, 난 천왕봉 가지말고 그냥 세석에서 기다릴까~ '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걱정말고 가자고 다독여 걷다보니 그나마 몸이 좀 풀리는지 잘 따라온다. 다행히도~~

 

아이고, 왜이리 힘든겨~~ 

 

 우리 홍산님 ,, 저 초보 델고 다니시느라 고생 무척 많이 하셨다.

 

 

 

아무리 힘들어도 카메라를 보면 웃어주는 저 프로정신

 

전망바위에서- 천왕봉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날 분위기가 더 좋았다. 

남자분들 짐 내려놓고 또 술한잔 하신다. 놀며 쉬며~~ 얼렁가야지이, 오늘은 일정이 길단 말이여!!

 

 칠선봉에서 증명사진 찍고 ('봐라~ 저게 너 사진에서 봤던 그 바위야' 하고 일러준다)

 

그리도 이런 길이 무척이나 힘이드나보다.

밧줄이나 바위나 젖어서 축축한것이 쉽지는 않다.

 

  힘든 계단길을 허덕허덕 오른다. 이 계단만 오르면 세석은 다 온거야~~ 힘을내라고!!

 

영신봉을 앞두고 전망 쉼터에서 미숫가루를 타고있는 김대장 - 원하시면 뭐든지 서비스해 드립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영신봉에 도착했다.

오늘은 이 곳 세석대피소에 배낭을 두고 천왕봉을 오른 뒤 다시 세석으로 돌아와 잠을 잔다.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을때엔 입맛이 있든 없든 무조건 많이 먹어두어야 한다.

안그랬다간 천왕봉 오를때 무지하게 고생을 하게된다.

세석대피소에 배낭을 모아두고 간식과 물 그리고 정상주를 위한 맥주 다섯캔을 한배낭에 넣어 김대장이 짊어졌다.

  

김대장님과 함께 웃어보자~~ 이제 촛대봉을 오른다.

먹고 쉬다가 촛대봉을 오르려면 힘이 드는것은 기정사실. 고도가 급격히 높아지니 더욱 그럴밖에.

 

촛대봉에서 일명 꽁초봉이라 부르는 구간중 삼신봉이 어떤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늘 청학동을 내려다보던 이 곳 전망바위도 오늘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여기에서 연하봉을 바라보면서 쉬어가는 전망봉우리(꽁초봉이라는)까지 시간을 재보니 이십분이 걸린다.

그야말로 징하게 오르내려야 한다.

 

 드디어 도착~ 바야흐로 연하선경이 눈앞에 있다.

 

 

안개 속의 연하봉 - 황홀하다!!

 

 

 연하봉에 도착하고보니 그저 이렇다.

 동생은 바위와 엉덩이가 붙었는지 저 이정표앞에서 한 장 찍으라는 권유에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ㅎㅎ

 

2시 40분 장터목 대피소 도착 곧바로 제석봉을 오른다.

 

 안개속의 제석봉도 분위기는 좋다.

 

 범꼬리와 지리터리풀이 무더기도 피어있는 곳

 

 

 

통천문을 지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산들머리님이 말씀하신곳-

오우~ 한 폭의 동양화 인데,, 안개가 살짝만 벗어주시면 더욱 환상적일듯. (욕심을 버리자)

 

철계단 붙들고 사정하는 중 ㅋㅋ

 

 

이 번엔 천왕봉 바위 붙들고 사정하는 중~

앞서서 쌩~하니 바위를 오르는 나를 보고 뒤에서 한마디 한다. "저게 인간이야?"

 

 아이고~~ 지리산 산신령님 저 왔습니다,, 천왕봉을 올랐다고요!!

 

 

 

 그동안 힘들게 지고 다녔던 아사히 흑맥주가 드디어 때를 만났다.

우리도 지리산에서 맥주를 먹었다!!

 

 하산길엔 발걸음도 가벼워라~~ 했는데,

마지막에 제동이 걸렸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동생이 장터목 대피소를 지나 연하봉을 향하던중 탈진의 기미를 보였다.

급히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게 하고 잠시 쉬면서 상태를 살피니 그런대로 걸을만하기에

김대장과 나는 인원체크를 위해 먼저 세석을 향해 출발하고 두사람이 동생을 데리고 길고 긴 3km의 길을 걸어

해가 진 다음에야 세석에 도착했다.

 

밥은 미리 해 놓았어도 소등 후에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길고 긴 하루,, 동생으로서는 악몽같은 하루였다고 할까. 애초에 일정이 좀 무리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