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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09년 겨울 지리산 종주 -마지막 날-

by 혜산 2010. 1. 4.

전 날의 피로가 가중되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이 날 아침엔 세상모르게 자느라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반면 나에게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잠을 잔 이래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을 잔 하룻밤이었다.

비록 얼굴과 몸은 부어서 부석부석하지만..

일어나보니 부지런한 산님들은 벌써 다 일어나 사라지고 없다. 이런 추위에 일출을 보러 천왕봉을 올라갔나보다..

나는 그냥 장터목 마당에서나 보아야지.

 

어제저녁 일기가 수상하더니 역시나 하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해님은 떠오르고 있는데 연무가 잔뜩 끼어서 그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남자분들이 일찌감치 일어나 취사장에 모여있다. 누릉지는 이미 다 끓었다.

후다닥 한그릇 해치우고 하산 준비를 한다.

 

장터목의 상고대 멋지고..

 

 붉은 기운으로 보아 이미 해는 솟았나보다.

 

화장실 가는 길에 잠시 눈을 올려 보았다. 백무동 가는 길엔 바람이 세차게 불고있다.

 

 

 

지수와 이지가 하산 준비를 하고있다.

젊은이라 그런지 추위를 덜타는 모양이다. 나 같으면 저 의자에 절대로 앉지 않을텐데..

 

너 나 없이 모두 떠날 준비를 하는 시간.. 떠날 길을 왜 왔던고..

또 한 번의 종주가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천왕봉에 올랐던 이들이 꽁꽁 언 얼굴을 하고서 장터목으로 돌아오고 있다. 

 

장터목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저 곰돌이.. 쫌 눈에 거슬린다.

산에서는 그냥,, 자연친화적인 그런 모습들만 보고싶다.

 

어둔 새벽 세석대피소 쪽에서 헤드랜턴을 밝히고 산을 넘어온 수십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모 회사 신입사원 연수차 지리산을 오른 사람들이었다.

순식간에 취사장을 점령하고 법석이더니 식사 후 바람부는 장터목 마당에서 이리 뛰고 저리 구르고,, 뺑이를 치고있다.

 

 

8시 30분 떠난다.. 떠난다..

 

지리산을 떠난다..

보고 또 보고 뒤돌아 보며..

 

김병관님과도 작별을 하고,, 물휴지 남은것을 드렸다.

추운 겨울이라 샘도 멀고 물도 귀하니 세수는 그저 물휴지를 이용하신단다. (다음에 갈때 넉넉이 가지고 가서 챙겨드리고 와야겠다)

 

이지는 아저씨께 정이 들었나보다..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북사면이라 눈도 많고 상고대도 끝내준다.

 

김대장은 감기기운이 있는지 얼굴을 철통수비했다.

 

한마리 펭귄같은 귀여운 이지,, 걸음이 쫌.. 느리다.

 

   

눈으로 볼때엔 기가막히게 멋있었는데..  오늘은 하산이라 별볼일 없을줄 알고 이백이는 일찌감치 배낭깊숙이 넣어버렸다고.

그래서 그냥 똑딱이로 간다.

 

 아이들도 열심히 그림을 담는다.

 

 눈 속에서 한바탕 뒹굴어 보고도 싶다.

 

추위에 강하여 해발고도 1900이 넘는 곳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구상나무 

 

  

 

 

  

  

 

  

 

 

장터목 대피소와 연하봉을 올려다 본다.

 

 

 

  

 

지리 주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져있다. 오늘도 날씨는 기가막히게 좋을것 같은데.. 떠나기가 아쉽다.

 

 

9시 20분 망바위

 

9시 50분 소지봉

 

 10시 20분 참샘

 

 10시 50분 하동바위

 

하동바위 앞 출렁다리

아래로 내려올수록 점점 눈이 사라진다.

하동바위에서 아이젠을 벗고 오랫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본다.

 

언 감이 달려있는 감나무를 발견하고 다가가 보았으나..

감은 너무 잘고,, 너무 높이 달려있으니 그림의 떡이로군. ^^

뭐 주워먹을만 한 것이 떨어져있나 싶어 열심히 땅바닥을 살피는 김대장.

 

이 대 숲이 나타나면 정말로 다 내려온거다.

 

 여기에도 그런 감나무가 또 있다. 길바닥이 온통 떨어져 터진 감으로 범벅이다.

혹시라도 감벼락 맞을세라 얼릉 뛰어 도망이다.

 

오전 11시 40분 하산 완료

 

너무 춥기에 식당에 앉아 후미를 기다린다.

기본 반찬만으로도 막걸리 안주가 훌륭한 곳. 연변 할머니 두 분이 열심히 만들고 나르고 하신다.

밥을 먹는데 창밖에 함박눈이 펄펄 날린다. 뭐야~~~!! 산 위에 있을때 진작 좀 와주지 않고..

그러더니 이 날 20cm의 눈이 오고 지리산은 입산통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후미가 너무 늦어서 타려던 버스를 놓치고 2시 50분 차로 귀경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하늘이다.

한쪽에선 해가 나면서 한쪽에서 눈이 펑펑 내리는... 

 

서울도착 7시 

그런데 서울 날씨는 지리산보다 더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