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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산 종주 (2009년 5월 3일 첫날) - 노고단에서 비를 맞다

by 혜산 2009. 5. 10.

5월 2일 밤

며칠 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는 들었고, 비의 양도 그다지 많지는 않다기에 큰걱정 없이 길을 떠났다.

마침 서울은 오후에 비가 그쳤기에 기쁜 마음으로 구례구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남쪽을 향할수록 조금씩 늘어가는 빗방울,, 그래 조금만 더 내리고 그쳐주겠지,,

했는데 구례구에 도착하자 멀쩡한 날씨!

야호!! 신난다,,는 것도 잠시 성삼재를 오를 수록 늘어나는 물방울들.

가랑비를 맞으며 노고단에 오른다.

바글거리는 노고단 대피소에서 아침으로 누릉지를 끓여먹고 나와보니 어라,, 비가 본격적으로 주룩거리고 있네.

일기예보를 믿고 별다른 비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던 나는 방수자켓하나에 몸을 맡기고 묵묵히 걷기 시작한다. 

걸으며 생각한다. - 난 무엇때문에 또 이 곳에 왔는가.. 

답은 나도 모르겠다.

 

비내리는 노고단

  

다른 일행들이 우의를 입는다, 방수바지를 입는다,, 하며 부산을 떠는 사이 먼저 도착한 노고단 - 비가 오락가락한다.

어차피 우의를 입어도 땀으로 젖기는 매일반이나 적어도 바지는 건사할 수 있는데..

우의를 안가지고 옴을 약간 후회할 즈음 서서히 비가 걷히기 시작한다.

 

 

길바닥은 질척거리고 바지가랑이 아래쪽이 젖어들어 불편한 마음을,, 웃음으로 날려본다.

  

 임걸령 샘에 도착한다. - 샘물이 콸콸,, 지난 겨울 가뭄땜문에 물구경도 못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물 한통 채워가지고 노루목을 오른다.

 

날씨가 좋으면 반야봉을 오르려고 했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뤄야지~

 

 여기에서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제 삼도봉으로 향할차례.

 

삼도봉에서 젖은 겉옷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잠시 말리면서 양주 한 잔 하는사이 운무가 걷히면서 저멀리 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리산 능선엔 아직 진달래가 만개하지 않았다. -빗물에 촉촉히 젖은 진달래꽃-

 

 

봄비를 맞고 좋아하는 여린 풀잎들,, 얼레지가 지천이다. 둥글레도 있고 어린 취나물도 보인다.

 

 몸은 축축하지만 비가 그치니 좋다~~

 

 

우와~~ 멋지당!! 잠깐 사이로 벌어지는 기상쇼~~ 

파랑이들,,ㅋㅋ 약속이나 한듯이 전부 푸른 옷을 입었구마..

 

이제 화개재로 가는 계단 내려갈 차례다. 오른만큼 내려가기,, 누구는 내리막을 갈 때마다 억울해 죽겠다고 야단이지만

산길이나 인생길이나 원래가 다 그런것 아니겠슴까~

화개재에서 커피 한 잔을 끓여마셨다.

옆에서 쉬고 있던 분들이 뱀사골로 하산하겠다며 남은 음식을 주신다. 초코렛과 오이.. 토끼봉에서 맛있게 먹었다!

 

화개재 - 커피 마사자~

 

 

 토끼봉 오르는 길 

 

토끼봉 헬기장에서 쉬는 중 - 줄로 막아놓은 곳중 한 곳을 풀어놓아 산객들이 들어가 쉴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리산 종주를 처음하는 분들이 가장 인상에 남을만큼 힘든곳중에  하나라는 길고 지루한 오르막이다.

아마도 화개재까지의 무난한 길을 지나 처음으로 나타나는 긴 오르막인 탓이 아닐까 싶다.

이 곳에서 원기를 보충해야 명선봉아래 연하천까지의 길고 힘든 2.4Km의 길을 그나마 조금 쉽게 갈 수 있다.

토끼봉에서 간식먹기를 깜빡 잊은 우리는 명선봉에 올라서야 건빵으로 허기를 달래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점심준비 하는 중, 대피소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껍데기를 모두 제거하고 비닐 하나에 넣어 온 라면을 보고 참 좋은 아이디어라며 추켜준다.

우리로서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걸랑요~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쳐서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가는 길에 겉옷을 벗는 일행들

나는 약간 추워도 출발 전에 미리 옷을 벗어두는 편이다. 땀이 난 후에 벗으면 냄새나잖아..

 

 

 걷고,, 또 걷는다..

 

지리산 능선을 중심으로 북쪽엔 말짱한 날씨이고 남쪽으로 아직 안개가 가득이다.

그 사이에 위엄있게 솟아 오른 천왕봉과 중봉.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홍산님이 가져온 웅담주 한잔씩먹는다,, 윽 쓰다!!

 

형제봉 너머 벽소령 대피소가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형제봉 아래 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 깊어보이지는 않지만 비가 많이 올때 한사람 정도는 충분히 비박을 할 정도로 보인다.

 

형제봉에서 벽소령 대피소로 이르는 길도 그리 편하지 않다.

너덜로 이루어진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어서 조심 조심 천천히 발을 옮긴다.

비 때문에 젖은 바위라서 더욱 조심해야 할수밖에 없다.

 

현호색이 지금 한창 제 철을 맞았나보다. 아주 예쁘게 피었다. 

 

카메라때문에 늘 큰 배낭이 무거운 산노을.

 

무지하게 멋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시간이 널널하다는 이유로 가는 곳마다 쉬고 먹고 그러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2박 3일의 종주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한것이,, 산 속에 들면 마냥 그 속에 머물고싶기 때문이지.

 

그러나.. 저 눔의 지겨운 너덜,, 형제봉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의 길이 가장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 지겨운 길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벽소령 대피소 

 

하늘이 요렇게 멋질 수가~~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바람도 없고 따뜻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