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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산종주 마지막날 2009년 1월 7일

by 혜산 2009. 1. 10.

장터목의 아침은 일출을 보려는 산객들땜에 일찌감치 시작된다.

그래도 겨울엔 해가 늦게 뜨는 덕분에 네시반까지는 조용했다.

우리의 오늘 일정은 촛대봉 일출이다. 남들이 천왕봉을 향해 떠날때 우리는 반대로 세석대피소쪽으로 향한다.

한시간 정도를 어둠속에 불을 밝히고 걷는다. (촛대봉까지 한시간 이십분이 걸렸다)

 

 하늘이 별로라서 예쁜 일출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뜻밖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청학동쪽의 하동호가 보인다.

 

 

떠오르는 해를 향해 두 팔을 벌리라는 님의 말씀에 따라..

 착하게 말도 잘듣지..

 

 고요한 세석평전과 수많은 봉우리들.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촛대봉을 직접 올라보기는 처음인데, 의외로 넓은 돌밭이다. -요런 쉼터도 있으니-

 

 과연 세석이라는 말답게 잔돌멩이도 무지하게 많다.

 

자연관찰로에서 햇살어린 세석평전을 배경으로 섰다.

 

 

세석대피소

지금쯤 홍산님 부부는 열심히 누릉지를 끓이고 있을것이다.

세석대피소에서 아침으로 누릉지를 먹고,,

남부능선을 향해 세석대피소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다른대피소와 달리 세석엔 물이 풍부하다.

두 물줄기가 어찌나 시원하게 잘 나오는지,, 그동안 미뤄왔던 세수도하고 양치도 살짝한다.

 

일단 여기에서 의신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약 이십분을 내려오면 음양수에 도착한다.  이땐 저 바위아래에 샘이 있는지도 몰랐다.

 

 9시 40분 음양수 - 이 음양수엔 전설이 숨어있다고 한다-

 

 

 세석대피소 기점 2.2km지점에서 길은 다시 삼신봉과 의신으로 갈리는데 여기서 삼신봉쪽으로 향한다.

 

음양수에서 약 사십분을 내려오면 이런 석문을 만난다. 꽤나 큼직한 석문이다.

 

 

날씨는 완전히 봄날이어서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걸어도 더울정도.

세석에서 삼신봉까지는 약 7.5km, 청학동까지는 10km의 꽤나 긴 구불구불한 능선길이고 길은 그리 험하지않고 좋은편이다.

청학동이 아래쪽으로 가까운듯 보이지만 막상 가는길은

계곡이 아닌 길다란 남부능선을 거치고 삼신봉에 이르러서야 청학동을 향한 내림길이 시작된다.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 닿지않은 자연 그대로의 호젓한 길이어서 분위기가 아주 좋다.

 

 삼신봉에 도착했다.

삼신봉은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양쪽에 외삼신봉과 내삼신봉이 있다.

마침 시산제를 지내는 등반팀이 있었다. 웬만하면 막걸리 한 잔, 떡 하나 얻어먹으련만 음식이 부족했던지 국물도 없넹.

 

삼신봉에서 바라보면 지리의 주능선이 병풍처럼 한 눈에 펼쳐진다.

 청학동까지는 2.5km 남았는데, 여기부터는 너덜길이 시작된다.

 

 얼음을 깨고 먹는 샘물 - 엄청 차고 시원할밖에..

 

아.. 이제 다 내려왔다~~~

 

조용한 청학동 마을

 

청학동에서 하동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2시 20분에 있다. 하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한시간정도.

등산객이 많은곳이 아니어서 씻고 먹을만한 음식점이 없고, 있다해도 문을 열지 않은 상태여서

그대로 버스를 타고 하동으로 향한다.

친절한 버스기사님이 청학동의 이모저모를 잘 설명해주고 하동의 음식점까지 소개해주었다.

 

길은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계곡은 저수지로 모이는데, 이 저수지의 물이 악양들판까지 보내진다고 한다.

이현상이 숨어있었다는 곳을 지난다.

피가 계곡물을 붉게 물들였다는 곳.. 그리 멀지않은 과거가 마치 먼 옛날의 전설처럼 느껴진다.

가을이면 단풍도 곱다는 이 곳, 다시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떠난다.

 

점심겸 저녁을 먹고 하동터미널에서 서울로 향하는 우등고속을 타고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후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까지 심야 고속버스가 생길 예정이라고 하니 이용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지리 주능선과 남부능선을 함께 종주했다.

힘은 더 들었지만 남는것이 많은 행복한, 기분좋은 산행이었다.

 

 

 

세석대피소엔 각방향을 향하는 버스시간표가 친절하게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