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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08년 6월 14일 지리산 종주 (성삼재~백무동)

by 혜산 2008. 6. 17.

출발: 6월 13일 서울 10시 57분 여수행 무궁화호 ~  14일 3시 23분 구례구역 도착

산행: 14일 5시 성삼재 출발 - 장터목 근처에서 비박 - 15일 아침 천왕봉 - 장터목 - 백무동으로 하산

 

처음으로 주말을 이용한 지리산 종주를 계획했다.

대피소 예약을 위해 여럿이 애를 썼건만 모두 실패..

그래도,, 일단 칼을 뽑았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 하는 법, 이대로 말 수는 없다하여 최초로 비박종주에 나섰다.

전과 달리 산 위에서 1박이라 산행 시간도 여유가 없는데다 비박을 위한 짐 때문에 배낭의 무게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어찌하리,, 산이 좋은걸..

다행이 비 소식은 없다. 

 

 

새벽 3시 반경의 구례구역

 

열차에 오르고 보니 온통 등산객들..

배낭 놓을 자리도 겨우 찾을 지경인데 그래도 오늘은 지난 주보다 등산객이 적은것이라고 한다.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약간 늦은 시간에 성삼재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했던 딸부잣집 기사님은 커다란 차로 더 많은 일행을 실어 나르느라 우리를 다른 콜벤기사님께 맡겼다.

 

 

그래도 성삼재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다가 기꺼이 사진촬영을 해 주신다. 감사~ 

 

 

 

 노고단에 오르니 이미 날은 밝았고 멀리 산그리메가 안개속에 멋들어지다. 

 

 

이 전엔 어둠에 쌓여 미처 못 보았던 진짜 노고단의 모습을 담아본다.

 

 

 

베낭은 무거워도 출발은 순조롭다. 나름 산행의 달인들이 모였으니..

비박 예정지인 세석대피소까지 오늘 약 20여 Km 정도 걸어야 한다.

 

임걸령 샘터에서 달고 시원한 물을 한바가지씩 마시고,, 물통을 채우고 나니 별안간 배낭이 무거워진다.

 

 

 

남성 동지들을 위한 사진기사 노릇을 하느라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나를 보고 어느 산님이 웃으신다.

'역할이 바뀐거 아녀요?' 하면서. 

 

 

 

 삼도봉에서 잠시 쉬면서 '기운나는 물' 한 잔씩을 마신다. 휴~~ 짐 하나 덜었지롱.

정말이지 이렇게 배낭이 무거운 날은 쵸코바 하나 양갱 하나의 무게도 커다랗게 다가온다니까..

그래도 줄일 수 있는 짐을 진 나는 다행인 셈이다.

배낭이 온통 비박짐인 불쌍한 우리 옆지기는 산행이 끝날때까지 모두 그대로 지고 다녀야 한다.

 

 

화개재를 지나면 지루하고 힘든 토끼봉과 명선봉이 기다린다.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한 발 한 발 차분히 내디딛다 보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다.

역시나 대피소엔 많은 산객들이 우글거리고,,

그래도 연하천의 물은 수량이 풍부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취사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동안 지저분했던 화장실이 깨끗한 모습으로 공사중이었다.. 기대되는걸~)

 

 

다른 때와 달리 벽소령대피소는 너무나 조용하다.

벽소령의 화장실도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한다. 세석이나 장터목의 양변기 화장실은 정말 시러.. 

 

 

 

선비샘까지만 해도 맑던 하늘에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우리 일행들의 걸음도 느려지고 있다. 세석까지는 아직도 2.1키로나 남았는데..

갈수록 안개가 짙어져서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망바위에선 전망은 커녕 코 앞의 사람이나 겨우 바라볼 정도였다니까..

길을 걷다가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세석엔 비박할 자리가 없다는 거,,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했다.

걱정이 된다. 날씨도 심상치가 않은데다가 잠자리가 불투명하니 말이다.

 

 

역시나 세석대피소는 아수라장이다.

취사장엔 비박을 하려고 미리 자리를 깔아놓아 취사할 자리마저 다 빼앗고 있다.

세석평전엔 안개 속에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데, 설상가상으로 햇반을 사러 갔던 김대장이 난감한 얼굴로 돌아왔다.

'햇반이 없다' 고.  춥고 배고픈데 잠자리도 없다..

 

그러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려야 산다고,

내일 아침 식량인 누룽지를 끓여먹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비박을 하기로 했다. (결국 가다보니 장터목까지 가 버렸다)

 

우여곡절끝에 하룻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골짜기 마다 구름이 깔려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동안 가지고 다니기만 했던 양념한 고기를 구워 남은 소주를 마신다. (아침부터 술이라니.. ㅋㅋ)

그러다가 문득 지리산이 초행인 분이 생각났다. 그래도 천왕봉은 찍어야지..

 

 

제석봉엔 언제나처럼 거센 바람이 불고 있지만 춥지는 않다.

 

 

 

천왕봉쪽에서 내려다보는 제석봉. 제석봉 위쪽 멀리 반야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천왕봉 - 표석 잡고 사진 찍기도 경쟁이 치열하다.

 

 

천왕봉 찍고 하산 길의 아름드리 나무. 끝내 나무 끝은 카메라 담지 못했다. 

 

  

 

경치 감상중인 권부장님. 안 왔더라면 후회할뻔 했다면서 아주 좋아하신다. 

선부장님이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가파를 암석길을 오르내리느라 수고가 많으셨다.

 

 

우리 산노을은 꾀 부리느라  대피소에서 쉬고있다.

하기사 무거운 배낭을 매고 어제 하루 고생이 자심했거등. (지금 어디 갔다 오슈?)

 

 

 

 

 

자아~ 이제 하산이다. 배낭은 아직 무겁지만 마음만은 새털처럼 가벼워진 우리 옆지기.

 

 

 김대장님 고생 엄청 많으셨고,,

 

 

 우리 산노을도

 

 성능 좋은 코펠겸용 버너를 장만하신 덕분에 자연스레 취사까지 담당하신 우리 홍대장님도

 

 

지리산 종주가 처음이신 권부징님 그리고 선부장님께서도 정말로 수고 많이 하셨다.

 

(지난 겨울 산행으로 경험을 쌓으신 선부장님, 눈치 빠르게 알아서 척척 일을 맡아 해주셨다.)

우리 모두 손발 잘 맞는 한 팀!! ㅎㅎㅎ

그런데 백무동 하산길은 거의가 돌로 이루어진 가파른 길이라서 무릎과 발바닥이 많이 아프다.

지금도 발끝이 얼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