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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08년 10월 12일 지리산 종주 (1박 2일) 첫날

by 혜산 2008. 10. 17.

갑자기 시간이 나는 바람에 예약 날짜를 놓쳤다.

그래서 벽소령에서의 1박은 포기하고 장터목까지 하루에 걷기로 - 약간 힘이 들겠지만-  했다.

예정시간은 열네시간에 식사시간 포함 최대 열다섯시간으로 잡았다.

 

11일 밤 10시 50분 용산역 출발

12일 새벽 3시 반경 구례구역 도착

택시 이용 - 성삼재 4시 도착 산행 시작

4시 45분 노고단 대피소

5시  노고단 도착 

 

해가 많이 짧아진 탓에 어둠속을 오래 걷는다.

지난번 설악산에서 사용후 배터리를 갈지 않았더니 랜턴빛이 희미하다.

불빛이 흐리자 발걸음이 느려지는 아들, 불평을 해댄다. (역시 요즘 젊은이들은 참을성이 없다니깐..)

할 수 없이 가다말고 배터리 교환. 앞이 밝아지자마자 뒤에서 절절매던것이 언제냐 싶게 휑하니 앞서서 달아나버린다.

 

6시 10분 임걸령샘터

7시   노루목

 

 노루목에 도착하자 동이 터온다.

 

 

날이 밝자 드러나는 울긋불긋 예쁜 단풍!!  멀리 노고단에서부터 우리가 걸어온 능선길.

 

 

 오늘은 일정이 바빠서 반야봉은 생략이다. 예까지 걸은 길이 약 9Km지만 아직은 초입인 셈이다.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너무도 아득히 멀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걷다보면 장터목에 이르겠지. (다리야 너만 믿는다!)

 

 

반야봉도 고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7시 20분 삼도봉  - 삼도봉에서 바라보는 불무장등 -

 

삼도봉에서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이른 아침이라 약간 쌀쌀한고로 열나는 물도 한 잔씩 한다.

 

 

 

 

 

 

 

 

 

 

 

 

 

 

 

 

 

화개재 내려가는 계단길에 예쁘게 치장한 단풍

 

 8시 9분 화개재

 

화개재에서 연하천 대피소 구간은 첫번째 고난의 길이다.

여태까지 좋았던 길은 여기에서 안녕~ 이다.

길고긴 오르막과 내리막 또 오르막을 거쳐 토끼봉에 오르고 나면 또 내리막과 너덜,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번해야만 한다.

 

10시 5분 연하천대피소 30분 휴식  -육포를 안주로 포도주 한 잔씩 마신다-

연하천엔 소문과는 달리 식수가 충분하다.

 

 저 봉우리를 지나면 형제봉이다.

 

 

 형제봉

 

 

 

형제봉에서 바라보는 조망 -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멀리 천왕봉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중봉이, 오른쪽으로 연하봉과 촛대봉이 보이고 앞쪽엔 덕평봉과 아래쪽 잘룩한 곳에 벽소령이 보인다.

 

 형제봉을 배경으로 (원래는 父子봉이라는 얘기도 있다) 父子가 섰다.

 

 형제봉에서 바라보면 바로 지척인듯한 벽소령대피소도 지루할만큼 산굽이를 오르고 내려야 비로소 나타난다.

 

12시 29분 벽소령 대피소

컵라면을 끓여서 김밥과 함께 먹는다.

 

기온이 찰까봐 휘발유버너를 가져왔는데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다.

날씨는 더울지경이고 라이터엔 개스가 떨어졌다..

쓸때마다 번번히 이웃에게 라이터를 빌려야 하는 번거로움에 무겁고 부피도 많다. (이그 짜증..)

 

 

 

1시 25분 벽소령 출발.

 

벽소령에서 세석평전까지의 구간은 약 세시간이 소요되는 힘든 구간이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는데 체력은 점점 떨어져 1박 2일 코스 중 가장 힘이 많이 드는 곳.

선비샘에 도착하니 가을 가뭄으로 물줄기가 가늘기 그지없다.

주말 인파가 많은 시간이라면 한컵의 물을 먹기에도 시간이 걸릴것 같다. (임걸령과 연하천은 아직까지는 수량이 풍부하다.)

 

3시 40분 칠선봉을 지난다.

 

칠선봉까지도 힘이 많이 들지만 영신봉 직전의 가파른 계단길은 지친 산객에겐 거의 죽음이다.

그래도 계단을 오르고 나면 영신봉에 다 왔다는 희망이 있기에 어려움을 이길 수 있다.

 

4시 48분 영신봉에 도착했다.

 

마음이 많이 급하다.

해지기 전에 장터목까지 가야할텐데.. 가능할지. 오늘따라 우리 산노을님이 많이 힘들어한다.

그러자 뜻밖에도 아들이 힘을 낸다. 배낭을 바꿔지겠다는 등,, 그리고 한 발 앞서 우리 일행을 이끈다.

 

오후 5시 저녁햇살을 받고있는 세석대피소

 

아주 아주 평화로워 보인다. 저곳에서 오늘밤 쉰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석에서 촛대봉까지의 오르막도 쉽지는 않다. 지난 6월 이곳에서 해가 꼴딱 져버렸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오늘은 ,, 아직은 해가 남아있다.

앞서서 걷던 아들이 별안간 스톱이다. 에너지가 떨어졌단다. 간식 주머니를 뒤져 이것 저것 되는대로 먹어댄다.

걸으려면 먹어야 한다...

 

 

영신봉에서 바라본 촛대봉

 

드디어 촛대봉이다. 아주 아주 멀리 보이던 촛대봉이 코 앞에.. 이제 저 곳만 오르고 나면 한시간 남짓이면 장터목에 닿을것이다. 

 

 5시 25분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제석봉, 뾰족한 연하봉과 삼신봉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해가지기 전에 연하봉까지 가려했건만, 결국 전망바위에 도착하기도 전에 해가 져버렸다.

 

 

 

 

지평선에 깔린 저녁 노을 위로 봉긋 솟아오른 반야봉   - 실제로 보았을땐 정말 장관이었다 - 

 

 

 

6시 24분 연하봉

 

예상보다 빨리 장터목에 도착했다.

앞서간 아들이 이미 자리 배정을 받아놓았다.

담요를 타느라 난리법석인 와중에 드디어 나의 자리에 안착했다.

일요일이라서 대피소는 약간 여유가 있다. 식수도 귀찮아서 세 병이나 샀는데 물을 뜨러간 아들이 금방 물을 받아서 돌아왔다.

오!! 이 정도면 얼굴은 닦겠는걸~~ 희희낙낙. 물 몇리터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물이 안나와 100m 아래까지 내려가야 했다는데 운이 좋다.

양주 몇잔에 양념불고기와 남은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