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백설이 가득했던 지리산이 눈에 밟힌다고..
시간 있을때 다시 한 번 다녀오자고 졸라대는 옆지기 때문에 다시 구례로 향했다.
도착하고 보니 백설이 가득했던 나무들은 앙상한 몸매를 드러낸채 봄의 전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산길은 아직도 흰눈으로 덮힌채 가는 겨울을 붙잡고 있다.
헤드랜턴의 배터리가 수명이 거의 다 했는지 어두워서 겨우 겨우 길을 더듬으며 빨리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돼지령을 걷는데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좋은 포인트를 찾을 겨를도 없이 해는 떠버렸다.
훤해진 하늘을 올려다 보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걸어온 길이 한 눈에 보인다.
노고단 정상과 우리의 출발점이 멀리 보인다.
몇차례의 종주였지만 오늘처럼 우리가 밟아 온 길을 오래도록 되돌아 보기는 처음인것 같다.
겨울산인데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 조망이 매우 좋다.
삼도봉에 도착한다.
단촐한 우리 네 명이외에 산엔 아무도 없다..
쉬면서 간식을 먹는다.
지난12월,, 추위에 떨며 마시던 한 잔의 소주가 기억난다.
양지바르고 따뜻한 화개재
흰눈을 밟아보니 의외로 깊이 빠져든다.
원기충전을 위해 약간의 열나는 물이 필요하다는 대장님의 제안으로 양지바르고 전망 좋은곳에 자리를 폈다.
노고단에서 약 8.8km지점, 아직 연하천까지 2km남짓인데 벌써부터 저멀리 세석평전과 제석봉 그리고 천왕봉이 한눈에 보인다..
왼쪽 젤 높은 뾰족한 봉우리가 천왕봉, 그 아래 흰눈에 덮힌 제석봉과 장터목산장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면 역시 흰눈에 덮힌 세석평전과 그 위의 촛대봉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고목
지난 겨울을 넘기면서 한층 더 늙은 모습이다..
인적없는 산길이 호젓하다.
아이젠을 착용하고도 발 밑은 여전히 미끌미끌하여 조심스럽다.
연하천에서 벽소령에 이르는 길은 오르내림이 심하므로 행여 발목이 덧날새라 애기걸음으로 사알살 걷는다.
세시경 벽소령에 도착한다.
역시 한적하고 아무도 없다..
등산화끈을 느슨하게 풀고 휴식을 취한다.
인원이 작은 관계로 오늘은 남녀가 합숙이다.
짐을 정리하는 중,아래층에 자리잡은 옆지기가 계단을 올라와 부르기에 돌아봤더니만 재빨리 한 장 누르고 사라진다.
일찌감치 대피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오리고기와 양주-특별히 준비했다-로 즐거운 첫날 밤을 보내는데,
우리 홍선생님 무지하게 피곤했었는지 앉은채로 주무신다.. 주무시다가 코를 곤다. ㅎㅎ
이튿날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모두가 떠나버리고 난 대피소를 우리가 최후로 떠난다.
역시 오늘도 하늘은 맑다.
오 감사합니다..
덕평봉 쪽에서 되돌아 본 벽소령대피소 - 깜찍하고 예쁘다.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선비샘에 도착한다.
칠선봉 가는 중 전망좋은 쉼터
이제 제석봉과 천왕봉이 제법 가까이 보인다.
영신봉을 지나면 세석평전과 세석대피소가 코 앞이다.
떡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세석평전에서 천왕봉까지 한 눈에..
촛대봉에 올랐다 - 뒤편의 천왕봉이 무척 가깝게 보인다.
촛대봉을 지나고.. 삼신봉인가.. 멀리 연하봉을 바라보며 쉬고있다.
세석에서 약 두 시간을 더 걸어 세 시경 장터목에 도착한다.
장터목 대피소 취사장엔 직원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청소를 하고 있다.
제석봉실에 배낭을 내려놓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천왕봉 가던 길에 김대장님이 발견한 사람형상의 바위 - 글쎄 지난번에도 본것 같기는 한데..
저녁 햇살을 받은 제석봉이 많이 쓸쓸해보인다.
드디어 천왕봉 - 멀리 반야봉이 구름위에 뜬 신기루처럼 환상적이다..
천왕봉에 다녀오니 역시 장터목답게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취사장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 저녁 식사를 한다.
오늘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지만 이상하게도 장터목에선 늘 불면증에 시달린다.
장터목의 아침 - 밤새 불어댄 강풍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모습
하산을 어느쪽으로 할까를 의논했다.
눈이 녹아 미끌거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흰눈이 쌓여있는 쪽이 걷기에 편하다,, 그렇다면 북쪽면인 백무동이
더 낫다는 결론이므로 백무동으로 하산한다.
역시나 너덜길에도 눈이 덮혀있어 걷기엔 더 편하다.
약 두시간 반만에 하산완료.
버스를 예매해 놓고 인근의 음식점에서 묵무침과 감자전 비빔밥으로 푸짐하게 먹어댄다.
동동주는 두 항아리만..
자아~~ 이제 집으로!!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 7월 23일 지리산종주 (0) | 2008.08.05 |
---|---|
2008년 6월 14일 지리산 종주 (성삼재~백무동) (0) | 2008.06.17 |
지리산종주 (천왕봉-중산리)하산 (0) | 2008.01.04 |
지리산 종주 -( 세석~천왕봉) (0) | 2008.01.04 |
지리산종주 12월29 (연하천-세석대피소) (0) | 2008.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