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7일
지리산 다녀온 후 첫번째 신년산행이다.
일을 마치고 느직이 시작했기 때문에 가볍게 몸만 풀기로 했다.
안개 속에서 뾰족이 얼굴을 내미는 산 봉우리들,, 중에 으뜸은 역시나 백운대와 만경대이다.
어쩌면 산세가 저리도 수려할 수 있을까..
비봉능선도 안개에 잠겼다가 모습을 드러냈다를 반복한다.
겨울 안개가 몹시도 짙은 날..
왠지 이런 날은 산행이 꺼려지지만, 지리산 뒤풀이로 약속된 산행인지라,,
특히나 김대장은 한 번 약속된 산행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꼭 지켜야만 한다는 신념이 굳건하다.
안개가 끼어 그런지 무척이나 포근한 날이라,, 그 춥다는 소한추위는 어디로 갔는지 더워서 땀이 난다.
지리산에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다닌 뒤끝이라 발걸음이 너무 가벼운지,
천천히 가기로 해놓고도 두 남자는 날듯이 산을 오르고있다.
나는 일 때문에 늦어지는 김대장을 기다리며 천천히 산을 오른다.
산 그늘엔 아직 약간의 눈이 남아 있지만 겨울산 답지않게 춥지도 미끄럽지도 않다.
약수터에 도착하여 시원한 물 한 컵마시고..
등산로를 벗어난 조용한 곳에서 오붓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 향로봉을 향하여 이리 저리 헤매며 능선을 오른다.
나뭇가지에 찔리고 떠밀리며, 바위를 네 발로 기어오르고 하며 겨우 등성이에 오르니
세상에..
북한산이 온통 안개에 휩싸여 그동안 봐왔던 모습이 아닌, 흔히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 저기 연기같은 안개가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이 매우 장관이다..
김대장은 지리산에 다녀온 후 한동안 무력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너무 좋은 경치를 보고 온 탓인지,, 자꾸만 집 밖으로 뛰쳐 나가고만 싶었다고. ㅎㅎ
몇 번이나 북한산을 오르려 했지만 여건이 안 되어 결국은 이제 왔노라고 한다.
역시나 산 사나이!
나는 두어달 전 접지른 발목과 상태가 좋지않은 무릎으로 종주를 마친 뒤 고생 중이었는데..
아,, 몸과 마음이 같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길도 아닌 곳을 네발로 기어오르느라 접지른 발목을 건드려 몇 번이나 작은 비명을 질러야했다.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향로봉에 올라 마치 한폭의 수묵화 같은 북한산을 바라보니 모든 고통이 잊어진다.
세 사나이는 지는 해를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아래쪽에서 분주하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맛보는 잠깐 동안의 달콤한 고독..
아직도 해는 많이 짧다.
밝음 속에서 좀 더 걷고 싶지만..
하산 후 조촐한 뒤풀이가 이어진다.
우리의 남부장님 부부께서 여행기념으로 가져오신 중국술 한병을 챙겨들고 멀리 화정에서 급하게 달려오셨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
언제나 좋은 분들과의 산행이기에 더욱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다.
2007년 12월 지리산 산행 동지들 - 유선생님은 사정상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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