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0일 토요일
게으름을 부릴 수 없는 주말이다.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아침부터 밥을 먹는다, 청소를 한다,, 하며 소란을 피우니까
딸내미가 부시시한 얼굴로 나타나 노려본다.
'모야~~ 내가 아침에 나가는 날엔 조용히 잘도 자더니.. 늦잠 좀 자려니까 왠 소란이냐고오~~'
'홍홍! 주말엔 원래 내가 좀 바쁘잖어? 어여 밥먹어~~' 하며 설겆이까지 떠 맡기고 쌩하니 뛰어 나간다.
왜나면,,
갑작스런 추위때문에 떨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산 위에 있기때문이다.
일 때문에 먼저 산에 오른 옆지기가 전화로 연신 재촉질이다.
같이 가신 황**님께서 옷이 얇아 추위에 떨고 계시다며 두툼한 자켓하나를 챙겨오라고,, 그리고 나도 다운 자켓을 준비하라고..
다운자켓은 너무 오바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바쁜관계로 그냥 집어넣고 달리듯이 산을 향한다.
날씨는 차가워도 바람을 가르며 걷자니 불광사 입구에 도착했는데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한다.
전화벨이 울리고,,
따스한 양지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으니 천천히 올라오라는 말..
불광사에서 운동시설까지 십분만에 도착하고 십분을 더 오르면 향림담약수에 오른다.
나를 만난 황**님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듯 하다.
따뜻한 자켓을 입고 아주 행복해하신다.
뒤를 이어 나타난 안**님,, 약속을 아니해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산에서 만나진다. 참 재밌다.
출발이 늦는 김대장은 향로봉 부근에서 만나기로 하고 천천히 향로봉 북서쪽 골짜기를 오른다.
오랫만의 산행인 황님께서는 된비알인 골짜기길에서 힘들어하신다.
드디어 향로봉 부근에서 김대장을 만난다.
'막걸리는 사왔어?' 이것이 김대장을 향한 첫 질문이다. 웃기는 양반들..ㅋㅋ
비봉능선의 북쪽사면에서 차가운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오른다. 몸의 왼쪽부분이 얼얼한 정도로..
그래도 주말인지라 인파는 여전한다.
비봉능선이 시작되는 향로봉의 북쪽끄트머리는 구기터널부근 들머리에서부터 족두리봉, 불광사, 선림사, 진관사부근 들머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등산로가 합쳐지는 곳이어서 항상 수많은 인파로 붐빈다.
사모바위에 도착하고 보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산객들..
그러나 지난 주만 해도 인기만점이었던 그늘 자리는 비어있다. 추우니까~
밥을 먹는다. 막걸리도 한 잔마시고 뜨거운 커피도 마신다.
삼십년만에 이 곳에 오셨다는 황**님께 문수봉을 올라볼까.. 의사타진을 한다.
소시적에 인수봉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으시다는 님께서 결론을 내린다. 함 가 보자구~~
오늘 우리 부부 의상 컨셉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레드와 블랙으로 완벽하다. 배낭과 장갑까지.. ㅋ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파란데..
능선이 지그재그로 보인다. 족두리봉, 향로봉, 관봉(식당바위),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석문봉까지..
도시는 뿌연 매연에 쌓여있다. 맨눈으론 인천 앞바다가 보인다.
봉을 잡고 돌아가는 북쪽면엔 바람이 너무 불어 모자가 날릴까봐 오른쪽으로 돌아 오른다.
짧은 구간에 발 놓을 자리가 약간 불편하지만 오르기엔 훨씬 빠르고 편한 길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김대장은 아예 이 곳을 피해버린다.
이 곳은 손 잡는 위치가 약간 좋지 않지만 릿지화만 신는다면 별 것 아니다.(난 울 옆지기가 엉디를 밀어줘야한다)
두꺼비 바위에서 기를 받으려 엉덩이를 세 번 치고 계신 황**님. 예까지 오르다니..뿌듯하다..
대남문과 문수사 - 이 곳에 오르니 비로소 단풍이 울긋불긋하다- 비봉능선엔 단풍나무가 별로 없다.
문수봉과 국기봉 - 국기봉의 바위는 기가 센 곳이라서 반드시 기를 받고 가야한다고 한다고.- 믿거나 말거나..
아직 11월도 안 됐거늘.. 다운자켓 입은사람은 나 혼자뿐이더라..
엄살쟁이 옆지기..
연습바위에 장난삼에 한 번씩 매달려 보았다. 이 아저씨들,, 나이만 들었지 아직도 애들같이 잘도 논다.
되돌아 본 두꺼비바위
국기봉에서 기 받는 중,,두 분은 산에서 날 다람쥐이고 한 분은 약간 힘들다..
북한산 주능선엔 단풍이 절정인듯,, 그런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잎사귀 상태는 별로 좋지않다.
대남문을 기점으로 어디로 하산할까를 고민하다가..
황님의 차가 있는 불광사쪽으로 되짚어 원점회기 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아주 아주 오랫만의 긴 산행을 하신 황님께서는 다리에 쥐가 날까말까 한 상태라서 조심조심..
오르막만 나타나면 시동이 안걸린다나..ㅎㅎ
비봉을 다시 지나고 관봉에 잠깐 오른다. 비봉이 석양에 빛나고 있다.
은평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다다르니 석양이 아름답다.
음.. 이제 먹으러 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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