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목대피소에 배낭을 놓아두고 빈 몸으로 대청봉을 향한다.
고도가 급격히 높아짐에 따라,, 짐이 없어도 몸은 여전히 힘이든다.
게다가 바람은 굽이를 돌때마다 엄청나게 불어댄다.
북쪽사면에서 불어오는 안개바람이 나무잎과 만나 마치 비가 내리듯 물방울들을 떨구고있다.
제석봉은 짙은 안개에 쌓여있다..
바람때문에 모자를 잡고 올라야 할 정도이다.
야생화 군락지..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예쁜데.. (저 야생화의 이름은 '범꼬리'하고 한다)
통천문 - 지난 봄에 미끄러워 애를 먹었던 생각이 났다.
해발고도 1766m ,, 그럼 아직도 150m정도의 높이를 더 올라야 한다는 얘기..
갈수록 힘이 든다.
바람은 불어대고 슬슬 배가 고파진다. 코 앞의 천왕봉도 보이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발 밑만 보며 오른다. 오르고 또 오르면..
드디어 천왕봉이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꼭 한시간이 걸렸다. 해발1915m~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우리 대장님은 바람에 날린 모자를 두 개나 주웠다.. ㅎㅎ
내려오는 길에 다시 제석봉,,
장터목대피소는 말그대로 장터목을 방불케했다.
단체로 온 학생들이 취사장에서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다. 다행이 우리가 맡아놓은 자리는 그대로 있기에 허둥지둥 대충 밥을 먹고,
이차는 바깥쪽에서 하기로 한다.
염려했던대로 안주는 충분한데,, 약간의 술부족사태,, 어쩌겠노~~ 참아야지..
대피소 내부 - 남자들은,, 예민한 사람은 밤에 숙면취하기가 좀 어렵다고 한다.
코 고는것은 기본이고, 이를 가는 사람까지 있다고 하니..ㅎㅎ
다행이 우리 숙녀들은 그런 일은 별로 없다. 단지 새벽녘에 일출을 보러 떠나는 어린 단체학생들이 소란을 피워 잠을 깨운 일 밖에는..
자,, 하산준비 완료!! 좋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왜? 지리산을 떠나니까..ㅋ
하산시작 7시 25분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시작부터 난코스이다. 사진정도의 길은 양반이고,,
미끄러운 돌로 이루어진 너덜지대를 몇십분정도 내려오면 저런 정도의 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돌 길은 주욱~~ 이어진다.
돌이라면 지긋지긋~~
망바위에 이르렀다. 주변에 줄을 띄워놓고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망바위로 기어올라본다.
멀리 남쪽 능선안부에 우리가 떠나온 장터목대피소가 보인다.
망바위 - 사방을 조망할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인듯 한다. 8시도착
실제로 이 백무동길로 하산을 하면 조망은 별로 없다.
망바위 주변에 멋들어진 노송들..
백무동에서 소지봉까지는 3km, 그러나 여기까지 오르기도 만만찮은 오르막이며 돌로 이루어진 계단길로 이어진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면 참샘이 나온다. 여기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하산..
오르기도 힘들지만 가파른 너덜지대로 하산하기는 더욱 힘이 든다.
시원한 계곡물로 팔다리를 씻고 수건을 빨아 땀을 닦아내고 옷과 양말도 갈아신는다.
그래야 대중교통을 이용할때 덜 미안하다..
이제 다 내려왔다.. 고생 끝~~ 행복 시작!!! 그러나 사실은 행복이 아니다.. 서울에 가면 불볕더위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하산 11시20분)
그래도 뒤풀이는 신이 난다.
할머니의 감자전 맛은 별로였지만 동동주 한 사발에 한껏 행복한 우리들!
(이 식당에는 샤워장이 있어서, 얼음같이 찬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
뒤풀이 전에 버스 매표소에서 일단 서울가는 표를 끊어놓느다.
백무동은 교통이 좋고 빠른 시간내에 천왕봉을 오를 수 있어 애용되는 코스인것 같다.
우리는 1시30분차를 예매했다. 서울까지 네시간이 걸린다고..
뒤에서 곯아떨어진 두 양반,, 우리는 이러고 놀고있다.
강변역,, 에서 지하철을 이용해보기는 처음이다. (서울촌놈?) 어쨋거나 저쨋거나 이제 집으로.. 가기전에
또 이차 뒤풀이가..
시원한 생맥주,, 안 먹고 갈 수 없지이~
그런데 뒤풀이가 너무 길어졌다. 왕년에 함께 산행을 했던 산행동지들이 연락을 받고 뒤풀이에 합류하는 바람에
삼차까지 이어졌대나 어쨌대나.. 암튼 귀가 시간이 한시를 넘어섰으니..
이번의 지리산 원정에서 느낀점은 인간에 의한 자연오염이다.
산행인파가 많이 늘어나면서 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느낌.. 진정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에 들어야 할텐데..
나 자신도 반성을 해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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