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꽃샘추위가 지난 간 뒤, 아주 화장하고 따뜻한 날이다.
최근 몇 년동안 지냈던 시산제 날씨 중 가장 좋은 날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을 정도.
뚜렷히 바라보이는 북한산의 주봉을 바라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올리는 시산제.
늘 이자리에 함께 하던 몇 몇분이 오늘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그 중 한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젯상엔 여럿이 준비해 온 온갖 것들이 다 올랐다. 기본적인 제물 외에 육포니 귤이니 사탕이니.. 심지어 쵸콜릿까지 떡하니 젯상에 자리를 잡고있다. 산행 중에 가지고 다니는 모든것들을 다 올리고 올 한해 무탈하고 건강한 산행을 기원했다.
김대장이 먼저 정성어린 절을 올린다.
산악인의 선서에 이어 축문낭독
이름하여 '이름짓기를 거부하는 산악회' ㅎㅎ
직장의 연으로 만난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드로 이루어진 모임이기에 특별히 틀을 정해 구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다.
이미 정년퇴임을 한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따라서 신입회원들도 늘어나고 있으니, 이곳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긴 북한산에 오르기 시작한 뒤 지난 세월이 벌써 수십년이다.
산노을이 캠핑용 넓은 자리를 들고 산에 오른 덕분에 한자리에 모두 편하게 앉아서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
떡과 과일과 막걸리. 그리고 김대장의 부인께서 해마다 직접 수확한 도토리로 쑨 묵으로 만든 묵사발이 한그릇씩.
추울까봐 특별히 뜨거운 육수를 장만하느라 우리 몇 사람이 커다란 보온병을 등에 지고 산을 올랐다.
정성이 가득한만큼 음식은 맛있는 법. 묵사발은 단연 인기 최고~
그런데 깜빡하고 카메라를 두고 간 바람에 핸드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카메라렌즈에 끈적한 뭔가가 묻었는지 사진이 엉망이다.
저 고개를 넘어 향림담 쪽으로 하산하려 한다.
우리가 코뿔소바위라고 부르는 곳에서,, 홍산님
이쪽에서 보면 딱 코뿔소 대가리 같지 않은가?
사실 이 언덕 오르기가 초보자 입장에선 약간 어려워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저 분은 기어도 너~무 기신다. ㅋㅋ
왕년에 겁꽤나 많았던 김대장의 어부인이 이제는 어지간히 산행에 구력이 붙었는지,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팔을 붙들고 오르고 있는게 아닌가..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 하고 나중에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웃었다.
요즘은 겨울동안 부서진 잔흙이 많아 바위가 조금 미끄럽다.
큰 비가 와서 이 모든 먼지들을 씻어내렸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나면 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새 잎이 얼른 돋아날텐데.
하산을 하는 길 곳곳에 시산제 팀들이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열심히 절을 하고 있다. ㅎ
무명봉에도 절터에도..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것 같아 흐믓하다. ^^
산에 오르면 이런 평화로운 모습도 참 보기 좋다..
날씨도 좋았는데 카메라가 아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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