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사 뒤편의 정자나무 - 추색이 완연하다..
요즘 들어 부쩍 짧아진 해를 실감한다.
늘 네시 반 경에 산행을 시작하는데, 이제는 오르는 중에도 사위가 어두컴컴해질 만큼 해가 짧다.
향로봉 깔딱은 오르는 재미는 좋지만 어둠 속에 하산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
지난 여름 잦은 비로 엉망이 되어버린 등로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하산하기가 쉬운 쪽으로 코스를 바꿔보기로 했다.
이 곳은 길이 무척이나 많이 패였던 곳이다.
그동안 정비가 잘 되어 큼지막한 돌들이 깔리었다. 덕분에 주변 나무들은 마음을 놓고 자랄 수 있겠다.
숲 길은 한결 쓸쓸해졌다..
배낭 없이 오늘 산행에 참가한 김대장이 나의 배낭을 지고 있다.
불광사 뒤편을 약 십오분 정도 오르면 정자와 함께 운동기구가 놓여있는 작은 운동장이 나타난다.
그 곳을 지나 바위고개를 오르면 잠시 쉬어가는 너른 마당을 지나 - 향림담을 향하는 작은 소롯길로 들어서기 직전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거기가 바로 용꼬리의 시작점이다.
뷸광동쪽에서 바라보면 족두리봉 왼쪽으로 커다랗게 보이는 바위덩어리가 일명 용꼬리라 불리는 그 곳이다.
늦가을 안개에 온 산이 푹 잠겨있다.
이 길은 처음부터 꼭대기에 이르는 모든 길이 다 바윗길이라서 눈, 비가 온 뒤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언제나 조심조심!!
그러나 눈 앞에 쫘악 펼쳐진 은평구 일대와 북한산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오르는 재미는 아주 좋다.
오랫만에 홍산님이 함께,, 요즘 많이 바쁘신가벼
가까이 있는 족두리봉도 안개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나는 팥배열매랍니다~
봉우리를 오르는 길은 그다지 길지 않다.
멋진 조망을 감상하며 천천히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 - 족두리봉에서 향로봉으로 향하는 길과 만나게 된다.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보면 금세 어두워지는 하늘..
족두리봉 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왼쪽으로 내려서면 족두리봉을 빙 돌아 장미공원 위편으로 하산할 수 있다.
불광동 팜스퀘어 옆에 닭발로 유명한 집이 있다고 그런다. 한 번 가볼까.. 그래서 들어가봤다.
앉자마자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오는 닭발 - 아주머니가 주머니에서 일회용장갑과 비닐을 꺼내준다.
장갑을 끼고 닭발과 쪼옥~ 키스!! 이런.. 인건비도 안나온다..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이고 술값은 아주 싸다. 그러나 이 날은 닭발과 덜 친한 두 사람때문에 맛만 보고는 바로 퇴장했다.
일주일 후
똑같은 코스에 또다시 도전!!
전 주에 비하면 하늘은 맑은 편이고 날씨는 푸근하다.
왼쪽의 거대한 암벽을 가진 봉우리는 이름이 없어 무명봉이다.
저 무명봉은 일반적인 등산코스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일부러 그 쪽 코스를 잡아 오르 내리거나 쉬어갈 수는 있지만
보통의 경우엔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곳이다. 저 꼭대기의 널찍한 바위는 점심 먹는 곳으로 인기 만점이다.
기자촌 능선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봉우리들 - 어떤이들은 그 높이에 맞춰 이름을 붙였더라마는 내가 아는 이름은 없다.
삼총사 - 산을 좋아한다는 것과 직업이 같다는 것 외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
오후 햇살을 받은 바위가 붉은 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 이 바위로 기어 올라야 한다.
바위는 까끄러운 편으로 오르기는 쉽다.
경사면에 위태로워 보이는 저 돌덩이 - 꼭 굴러 떨어질것만 같아 조금 불안하다.
오늘은 어느쪽으로 하산할까~
석양이 서해 바다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작은 산줄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청 대조적인 두 동네, 아니 자세히 보니 세동네로구만.. 산 바로 아래 동네는 아직도 개발제한구역이다.
자~ 이제 간식 먹을까요,, 오늘의 간식은 삶은 달걀, 떡과 커피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하산코스는 -
족두리봉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족두리봉을 반바퀴 돌아 독바위쪽으로 결정.
하산 중 너무 어두운 나머지 원래 코스에서 살짝 벗어났고,, 가다보니 담장이 길을 막고 있다.
몇 해전 북한산 국립공원의 입장료를 받던시절에 설치해 놓은 것. 구실은 무자비한 가짓길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내 생각엔 그 보다는 입장료를 피하기 위해 숨어드는 공짜 산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가짓길 예방 효과는 분명히 있는것 같다. 이왕 만들어 놓은것이니 잘 관리 하시길..
어쨋든 우리는 담장을 비켜가려 했으나,, 길이 없다 ,, 에라 오랫만에 월담이나 해볼까 하고 보니
이미 우리와 같은 고난을 겪으신 선배님들이 후배가 월담하기 좋도록 발놓을 자리에 커다랗게 구멍을 내고 꼭대기의 뾰족한 철망을 접어 놓으셨다. 덕분에 우리 사인방은 어둠속에 조심스레 담을 넘었다. 넘고 보니 거기가 바로 북한산 둘레길- 불광역쪽 전망대 바로 앞이다.
이쯤에는 문 하나 정도 마련해 주시는게 어떠할지..
해가 지고 나면 날씨는 갑자기 쌀쌀해진다.
김대장은 감기로 금연과 금주 중이다. 환절기마다 피해갈 수 없는 일 중의 하나.. ^^
감기 - 젊어서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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