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문에 수요산행을 하루 앞당겼다.
참가인원은 골수분자 세명뿐. 달걀을 열개나 삶았는데 집에다 네개를 놔두고 여섯개만 들고간다.
가다가 떡 한 팩사고.
태양이 무지하게 뜨겁다. 지는 해가 이 정도면 한 낮은 얼마나 뜨거울까
불광사 뒤편 고개를 올라간다.
먼 훗 날 나이가 들어 산에 못 갈 지경이 되어도 이 길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을것이다.
수십년을 오르내렸으니 눈을 감고도 훤히 그려볼만큼 익숙한 길 - 배경으로 향로봉도 근사한 모습이다.
요즘 산 주변엔 온통 아카시 향기가 넘쳐난다.
기왕에 걷는 길 꽃향기와 함께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네.
우리 세대엔 어릴적 한번쯤은 따서 먹어보았던 달콤한 꽃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에 오르니 여섯시가 다 되어간다.
그래도 시간에 상관없이 느긋하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야기 삼매에 빠진 두 분.
오늘따라 산엔 산님들이 좀 보인다. 물론 모두가 하산중이다.
산행을 하지 않는 날에는 주말농장 가꾸기에 바쁘신 김대장님
역시 농사일을 즐기시는 아버님을 위해 더욱 열심인 효자시다.
세월따라 바위에 새겨진 주름의 골도 깊어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힌다.
비로소 산아래를 굽어보며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곳.
오늘 표정 좋으십니다~
향림담에 도착했다.
물은 잘도 흐르건만 이 곳은 늘 지나치기만 할 뿐 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더 위쪽에 약수터가 있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이 샘은 워낙 예전부터 건수라 물맛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향로봉을 오르는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능선을 통해 향로봉을 오르는 길이다. 나무 그늘이 없어 여름엔 뜨거워서 피하고 싶은 길.
산 아래를 조망하기는 좋은 코스인데 봄 가을에나 추천할만하다.
직선길은 골짜기로 향로봉을 오르는 코스이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모두 좋은데 단지 능선에 오르기까지는 조망이 없어 답답하다는것이 단점.
그리고 직선길을 몇미터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면 향로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할수도 있고 족두리봉쪽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에서 조금 헷갈린다.
표지판만 보고 무조건 향로봉쪽으로 가다가 일행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족두리봉 방향에 누워버린 노송
지난 겨울 무지하게 내려 쌓인 눈이 힘겨웠었나보다.
화사한 신록을 바라보면 눈도 마음도 즐겁다~~
드디어 도착한 위쪽 샘터 - 하루 건너 내리는 비 때문인지 콸콸 쏟아지는 약수 - 이것도 역시 건수가 많이 섞였을것 같다.
김대장이 배낭에서 떡과 삶은 달걀을 꺼낸다. 으악~
삶은 계란은 다시 열개가 되었다.
집에서 이미 두 개나 먹은 나는 떡만 먹고 물마시고,,
향로봉 깔딱고개는 완전한 숲 길이다. 신록이 돋은 요즘엔 아주 볼 만하고 공기도 훨씬 더 좋아진 느낌이다.
아무리 된비알도 속도만 잘 조절하면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저 두 김씨는 향림담 아래쪽에서는 물찬 제비처럼 산을 오르다가도 이 깔딱고개에 도착하면 속도를 줄인다.
덕분에 나도 가볍게 따라 오른다.
향로봉 끄트머리 암벽에 낙조가 드리웠다.
저기만 올라서도 조망이 확 달라지는데 원래는 통행금지 지역이다.
자세를 바로!!
의사 선생님의 엄명을 때때로 내가 일깨워줘야만 한다.
그림자가 길어졌다.
오늘 새삼스레 표지판을 찍고 보니 불광사에서 산성입구까지는 꼭 10km의 길인가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래도 비봉능선은 밟고 가야지
그래서 관봉에 올랐다.
남아있는 떡과 찐계란을 먹어야지~ 그런데 김대장이 아까 세개를 먹었더니 이젠 죽어도 못먹겠단다.
할 수 없이 그냥 나머지는 집으로 가져갈밖에.
그래도 떡과 유자차는 마셨다.
이천십년 유월 일일의 비봉
가만히 들여다보니,,
산도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가보다.. 웬지 측은한 모습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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