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흰 눈이 아쉬운지 호시탐탐 기회가 있을때마다 산을 오르려는 욕심쟁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또 배낭을 꾸렸다.
이 번엔 평창동으로 들머리를 잡았다.
질척거리는 길바닥 때문에 심난스러워 어서 빨리 산 속으로 들고자 하건만 오고 가는 차들이 엉켜서 보행하기가 귀찮을정도이다.
그래도 산 쪽을 바라보니 보현봉이 의연하다.
지난번과 똑같이 평창 산신각 쪽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원래가 외진 길이 눈에 덮혀 앞서간 이의 발자국이 없다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어느새 부지런한 산객들이 이리 저리로 길을 만들어 놓아, 그 길을 따라가며 때로는 길이네 아니네 설왕설래 깔깔대며 길을 오른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느 길로 가던지 폭신한 눈을 밟고 가는 기분은 최고!!
드디어 전망이 트인곳에 도착했다.
고요한 산 중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비봉능선,, 숨이 탁 트이는것 같다.
평소 가까이 볼 수 없었던 비봉 남능선의 우람한 근육질 몸매도 감상하고,, 증명사진도 찍고.
비봉능선의 시작점인 족두리봉이 멀리 보인다.
눈 위에 한 번 굴러보려 했는데,, 맨정신에는 안되네..
몇 년전 선자령에서 점심먹으면서 이슬이 한 잔 하고는 하산하는 길에 엄청 뒹굴었었는데.
고요한 산 중에 딱따구리가 나무쪼는 소리가 울린다. 자세히 보니 오색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 껍데기를 벗기고 있다.
벌레를 잡아먹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험해보이는 봉우리를 우회하여 계곡길을 올라간다.
너덜이지만 눈에 덮혀서 걷기엔 더 좋다~
한고개를 올라 지능선에 도착하면 사자봉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은 저기까지 오르기는 무리인듯,, 길이 위험하기때문이다.
어느새 그림자가 많이 길어졌다.
전망바위 도착
사자봉 뒤편으로 보현봉이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오른쪽의 봉우리와 보현봉이 붙어보이지만 사실은 좀 많이 떨어져있다.
지난번에 올랐던 형제봉
희미하게 보이는 족두리봉과 향로봉, 비봉 그리고 사모바위
홍산님이 따끈한 쌍화차를 준비하고 계신다.
나도 뜨거운 물을 한 병 준비해 갔지만 먹을 기회가 없어 도로 짊어지고 내려왔다.
증명사진 또 찍고..
아쉬운 마음을 접고 하산을 한다.
이 쪽 방향에서는 일선사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형제봉이 뚜렸한데,, 정작 형제봉을 오르다보면 형제봉의 모습이 어찌 생겼는지 시원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보현봉이 거느리고 있는 두 개의 능선, 머리쪽은 사자능선이고 꼬리쪽은 형제봉능선이다.
사자능선은 비봉능선쪽에서 바라보면 사자봉 주변이 마치 한마리의 사자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일선사 쪽으로 하산하려했는데 그 쪽은 가 본적도 없고 길도 뚜렷하지가 않아서 포기하고 평창동 계곡쪽으로 하산한다.
만만치 않은 깔딱고개를 내려서고 나니 형제봉 다래교 쪽에서 내려오는 제대로 된 산행로와 만난다.
하산하며 바라보는 형제봉
낙조가 드리워 분홍빛을 띄 바위가 어여쁘다.
사실 오늘 우리가 걸은 길은 출입제한구역이다.
2010년까지는 산행금지이고 2011년이 되어야 풀린다고 하니 일년은 꾹 참아야 맘놓고 돌아다닐 모양이다.
내려오고 보니 이 곳 들머리가 일선사로 향하는 최단거리 길인것 같다.
이 부근까지는 마을버스가 있는것 같다. (부자동네에도 마을버스는 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고 한결 가뿐한 발걸음으로 산 길아닌 동네길을 내려간다.
(버스가 곧 올거라는 말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그냥 걸어서 큰길까지 내려갔다)
눈 길 산행 - 올 해는 원없이 해본다.
그런데 내일 또 눈이 온다고 하네..
'북한산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0) | 2010.01.25 |
---|---|
2010년 1월 13일 수요산행 (0) | 2010.01.16 |
2010년 1월 5일 신년 첫 산행 (0) | 2010.01.08 |
형제봉을 가다 (0) | 2009.11.17 |
보현봉을 가보자~ (0) | 2009.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