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

2010년 12월 의신~벽소령

by 혜산 2011. 1. 3.

지난해 (며칠 사이에 지난해로 바뀌어버린 2010년) 는 지리산에 들 기회에 없었다.

여름엔 유럽여행으로 봄 가을엔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래서 이 번 겨울 지리산행을 눈 빠지게 기다려 왔었다.

 

작년에 산행을 함께했던 지수양이 올 해는 반가운 소식(대학합격)을 가지고 산행에 합류하기로 했기에 더욱 그랬다.

예약을 마치고 날마다 일기예보를 체크하며 기다려 오기를 보름

출발 당일 구례쪽에 전화를 걸어보니 성삼재는 통행이 불가하다고 한다. 헐~~

기분이 확 잡쳤다,, 예약은 벽소령에 해 놓았는데 갑자기 화엄사로 오른다는 일도 엄두가 안날뿐이고..이 일을 어째야 할지.

여하간 일단 출발이다. 가면서 곰곰히 생각한다.

어디로 오를것인가..

 

 

 그래도 출발은 씩씩하게~

 영등포에서 10시 53분 기차를 타고 구례로 가는 도중에도 남쪽으로 갈 수록 눈발이 굵어진다.

 지리산의 흰눈이 그리워서 눈 좀 많이 와라~ 했더니만 와도 너무 왔는가보다.

 

29일 새벽 3시 30분 구례구 도착

갈 곳을 잃은 우리들은 차선책으로 의신에서 벽소령을 오르기로 작정을 하고 첫차가 뜨기까지 남는 시간을 보낼 길이 없어

구례 시외터미널까지 그냥 걷는다.

약 5.15km의 거리를 어둠 속에서 걷노라니 미끄러운 길이 무척이나 길게느껴진다.

그런 와중에도 눈발이 계속 날린다.

 

 4시 50분 아무도 없는 어두운 터미널에 도착하니 다행히 문은 잠겨있지 않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고 누릉지를 끓여 아침을 대신한다.

아침 먹고 화장실에서 설겆이와 양치까지 마치고 나니 직원이 출근하여 난방기를 켜준다.

갈 곳없는 우리를 받아준 시외터미널에 감사!!

 

의신방향으로 가는 첫 차는 6시 40분에 있다.

그러나 의신가는 마을버스는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므로 신흥까지만 가서 또 걷기로 한다.

 

 7시 22분 종점인 신흥에서 하차

왼쪽방향은 칠불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의신방향이다.

이 곳에서 의신 삼정매표소까지는 5km의 거리이다.

산도 오르기 전 10km 이상을 이런 아스팔트를 걷는 고된 길이다.

그런데 이 곳에 도착하고 보니 눈이 오기는 커녕 일찌감치 두른 스패츠가 무색할만큼 눈도 별로 없이 포근하기만 하다.

 

아득히 먼 저 곳을 언제 오르려나..

 

 

 단천마을 지나 드디어 의신마을 초입에 도착

 

이제 지리 주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여름 독일에서 직접 지고 온 도이터배낭이 드디어 제역할을 하려는 참인데,, 참 날씨가 안도와준다.

 

  

 물레방에 앞에서 잠깐 기운나는 물 한 잔씩~

 

 

 

 

 의신을 지나 이제 삼정마을로 - 1.7km

 

의신을 지나고 나니 고도가 높아졌는지 흰 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건빵 먹으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 - 따스한 햇살이 좋다.

 이렇게 앉아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차가 한 대 있었다.

우리를 힐끗 바라보고 지나가는 차 바로 국립공원관리 차량이다,, 불법 취사라도 했더라면 클날뻔 했구만..

 

 드디어 삼정마을

 

 

그 때 갑자기 나타난 백구 한마리가 우릴 언제 보았다고 반갑게 꼬리치며 반겨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행 들머리까지 우릴 안내해주는것 같다.

 

 뒤에 오는 사람에겐 빨리 오라고 재촉질도 한다.

 저래봬도 꽤나 큰 덩치로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본다면 겁을 먹을정도인데, 얼굴은 순둥이 처럼 보인다.

 

 

 이리로 올라가셔용~

 

백구가 따라오는 길은 딱 여기까지 더 이상은 따라오지 않고 우릴 배웅한다. (더 이상은 개 발자욱이 없다)

 안녕!! 백구야~~

 

눈덮힌 삼정마을이 무척 고요하다.

 

아마도 덕평봉이겠지?

 

산행은 시작하자마자 된비알이다.

눈에 덮힌 길이라서 뒷발이 자꾸 미끄러진다. 그래서 아이젠을 하고 나니 훨씬 낫다 - 진작에 할껄.

 

이런 정도의 경사도가 약 900m를 가도록 쭈욱 이어진다.

 

 

그리고 도착한 이 곳 - 예전의 임도였던 곳인것 같다.

여기부터 당분간(약 2km정도)은 임도를 따라 길이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일단 이 곳에서 점심 해결한다. 시간이 널널하므로 마냥 여유롭다.

 

 원기 보충하고 출발!

 

 우리 홍산님이 점심먹던 곳에다 안경을 두고 오셨다. 배낭을 놓아두고 허겁지겁 되돌아 갈 밖에..

 그 바람에 우리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산을 올랐다.

 

 

 편안한 임도가 끝나면서부터 다시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줄을 잡고 올라야 될만큼 급경사도 있어서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걷기엔 좀 부담스러운 오르막길이다.

 

 이제 700미터 남았다고,, 다 왔다고 좋아했는데 이눔의 칠백미터는 왜이리 긴것이야..

 

홍산님 기다리느라 지친 산노을 - 홍산님을 다시 만나기는 했는데, 안경가지러 다녀오느라 전력질주 하는 바람에 체력소모가 큰 홍산님의

발걸음이 마냥 더뎌서 천천히 오시라 하고 혼자 올라 오는 중이다.

 

 드디어 전망이 트인다,, 그러고도 십분 이상을 더 걸어서 벽소령에 도착했다.

 

 감격의 순간~

 이 얼마만의 벽소령인가.. 어여쁘기도 하지.

 

 

오랫만에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깔딱고개를 오르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는 김대장

 

지수는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 불만이 없는 참한 친구다.

 

 

먼저 도착하여 샘에서 물을 받아오는 지호 - 젊은 친구들이 있으니 아주 든든하다.

 

날씨 탓인지 벽소령대피소의 취사장은 아주 한적하다.

사람이 북적대고 버너를 피워야 좀 따뜻할텐데 너무 썰렁하다. 뭐 할 수 있나, 열나는 물이나 마셔줘야징~

 

이른 시간 덕분에 저녁먹고 나서도 소등시간이 안될만큼 널널하다.

 

여자만 모여있는 2호실은 물론이고 남자분들도 오랫만에 아주 널널하게 잠을 잤다고 그런다.

 

애석하게도 벽소명월은 못 보았다.. 그믐이 가까워서 달은 아주 늦게 새벽에야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