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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일지

오랫만에 찾은 숨은벽

by 혜산 2009. 6. 29.

2009년 6월 27일

 

밤골 - 숨은벽 전망대 - 위문 - 용암문 - 동장대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비봉 - 불광사

 

바쁜 일들이 대충 끝나고 오랫만에 인수봉과 백운대 뒤태를 보러 간다.

요즘들어 매우 무덥지만 일단 산속에 들면 그깟 더위쯤 문제가 없을것이다.

늘 함께하는 몇몇 동호인과 오랫만에 함께하는 한 분 포함 일곱사람이 연신내에서 뭉쳤다.

시간은 여덟시 - 좀 이르게 잡으면 한가할까 싶었구만 - 이미 버스는 앉을자리가 없구낭.

그동안 효자비에서는 여러번 올라보았지만 밤골쪽에서는 처음으로 올라본다.

숨은벽 전망대를 능선으로 오르기에는 밤골 들머리가 편하지만, 계곡길로 오르려면 효자비쪽을 들머리로 하는것이 더 나을것 같기도하다.

효자비보다는 오히려 숲길이 편안하다는느낌,, 계곡을 끼고 가지만 아래쪽에 거의 물이 없다.

어느정도 오르니 비로소 졸졸 흐르는 계곡수를 만난다.

마음같아서는 바로 입수 - 물 속으로 퐁당 - 하고픈 마음,,을 억누르고 잠시 오르면 비로서 전망이 트이는 작은 쉼터를 만난다.

 

 

 

 멍~~ 때리는 중 - 배도 고프고 덥기도 하고-

산 길을 오르며 여러번 생각한다. 나는 지금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그에 대한 해답은 산행이 끝나면 저절로 알게 된다.

 

막초타임  - 어젯밤 냉동실에 넣어 얼려온 막걸리가 등장했다.

땀흘리고 마시는 한모금이 꿀맛같기는 하지만 그눔의 알콜땜에 몇 몇분은 된비알을 오르며 구슬땀 꽤나 흘려야 했다.

 

전망대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날려준다. 전망은 뿌연 수증기로 조금 흐리지만

오늘도 전망바위엔 많은 산객들이 모여있다.

 

 

시원한 고갯마루에 올라 앉아 절경을 바라보는 기분.. 좋을시고!

 

 김대장님은 포도즙으로 포도주스 만드는 중이다.

이 곳은 다 좋은데 뜨거운 날 오면 그늘이 없는게 흠이랄까.. 우리도 산행을 일찍 시작했건만

이미 좋은 그늘자리는 다른 님들이 차지하고 계신다.

그자리엔 엿을 붙여놓았는지, 일단 한 번 앉으면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자아~ 일단 왔으니 증명사진부터.. 자칭 미남 그러나 까칠대왕 김대장 ^*^

 

어라~ 해골바위에 물이 가득하네,, 

 

 앞에 앉아계신 님,, 몇개월만의 산행에 된비알을 오르느라 무척 힘이 드신가보다.

 뒤에 노익장께서는 서 계시구만..

 

 언제나 외로운 내신세.. ㅠㅠ (여자분들은 다들 바쁜데 나만 백존가..)

 

그래도 나 아니면 누가 이런 멋찐 사진을 찍어줄라고..

 

 

저 어마어마한 바위절벽은 보기만 하여도 오금이 저린다. 그래도 눈 돌리는 곳마다 절경에 절경일세..

  

한 발만 앞으로 다가서면,. 으악~ 새가 된다.

 

 언제보아도 위풍당당한 저 자태..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계신탓인지 오늘은 인간거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숨은벽을 우회하여 깔딱진 고개를 오른다.

"뭐야,, 또 깔딱이야~" 뒤편에선 숨찬 절규가 들려오는데, 매주 수요일마다 향로봉깔딱고개에서 단련한 덕분에

그리 어렵지않게 고개를 오른다.

아직까진 산행 초입이나 마찬가지니까.

앞서 가버리는 님들을 대신하여 뒤에 처지는 분들이 길을 잘못들새라 신경써가며 천천히 오르다보면 금새 약수터에 도착한다.

 

 물맛 기가막히게 좋을시고,, 차고 시원한 물이 땀흘리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고마운 샘이다.

 

어떤 개념없는 이들은 여기에서 손을 씻고 심지어는 머리에 물을 붓기까지하여 옆지기에게 한소리 들었다.

뭘 하더라도 먹는 물에서는 살짝 떨어지는 센스가 필요한데..

이 샘에서 십여분 오르면 고개 정상이고 그 곳에서 오른쪽으로 살짜기 방향을 틀면 호랑이굴 입구이다.

호랑이굴로 향하는 입구에는 안전 요원이 지키고있다.

고개 끄트머리 직벽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휘늘어지는 로프보다는 단단한 벽을 잡는게 나는 더 좋다.

드디어 고개를 넘는다.

아.. 이제는 고생 끝인가. 위문이 코앞이니 천천히 쉬어가세~~

 

 그늘에 자리를 깔았다. 모두들 흠씬 땀에 젖었다.

 

 단풍나무도 시원한 연두색이고

 

 꽃을 떨군지 오래인 철쭉잎도 푸르다.

 

백운대 아래편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나머지 누룩막걸리를 꺼냈다.

얼음이 살캉 씹히는...

엊그제 마신 술의 후유증으로 오늘은 죽어도 술을 못마신다 공표했던 선부장님까지도 한 잔을 달게 마셨다.

그러고나서 이렇게 망중 한. 그런데 진짜로 졸리다~

 

 위문옆의 흉물이라는 그 성벽아래에 섰다. 내가 봐도 숨이 턱,, 막힌다. (만경대가 압도당하는 느낌이..)

 

 어쨋거나 위문은 예전 그대로이니 다행이다.

햇살이 어찌나 뜨거운지 사진 한 장 찍고는 냅다 그늘로 줄행랑쳐야 할 지경이다.

 

이제 만경봉 우회길로 접어들자.

이름값을 하는지,, 이곳에서부터 용암문까지의 구간은 저 산노을이 아주 싫어하는 힘들고 짜증나는 구간.

산객의 발길에 연마된 매끄러운 바위에 시달리고, 마주오는 인파에 시달리다보면 절로 짜증이 난다고. 

그래도 오늘은 바짝마른 날씨 덕분에 미끄럼을 덜탔다.

 

 되돌아본 백운대 - 백운대 오르기는 포기했다. (백운대 정상 밟기는 한적한 평일 산행에서나 꿈꾸어볼 일이다)

 

 태양에 달아 뜨거운 바위 신동엽길엔 바위꾼이 매달려있다. 

 

급경사 길에서 웬 여자분 둘이서 길아닌 길로 오르다가 진퇴양난에 빠져 쩔쩔매고 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우리,,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있는 김대장에게 안잡아드리고 뭐하냐며 마구 면박이다.

그제서야 우리 김대장 '잡아드릴까요?' 묻고 '네 잡아주세요~' 하는 대답을 듣고야 뛰어가서 끌어 올려준다.

순진하기는~~ (누구는 기회가 없어서 헤맨다더만 ^^)

 

용암문과 동장대를 지나고 이제 대동문이다.

 

이눔의 킬로수는 맨날 까먹는다. 이렇게 한 장 박아둬야 낸중에 참고하징.

  

대동문의 너른 광장은 정말 좋은 휴식처다.

 

 이 곳에서 코스를 어떻게 할까를 의논한다.

함께 하산하기로 의논이 모일즈음,,우리의 노익장께서 불광사까지 종주할 의사를 비치신다.

그렇다면,, 내친김에 우리도 함께 하지요~ 이리하여 약간 체력이 딸리는 두 분만 산성길로 하산하기로 하고,

우리는 계속 불광사쪽으로 진행한다.

 

대성문은 공사중이다.

위를 보니 새하얀 새 돌이 빛을내고 있다.. 진짜로 보기싫쿠먼.

이제 대남문이 지척이다. 어느정도 체력이 고갈될 지점이라 대남문에서 청수동암문 오르는 고개도 힘이겹다.

여태까지의 산성길과는 달리 청수동암문 앞에 서니 냉풍이 강풍으로 불어대고있다.

엄메~~ 시원한거!! 역시 비봉능선이 최고야~~

아무데나 걸터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선부장님이 나눠주시는 양갱으로 원기를 보충한다.

이 때 등장한 한 떼의 미녀군단,, 북한산 골짜기가 시끌시끌하다.

오죽하면 그 사이에 섞여 골짜기를 내려오신 우리 노익장께선 분냄새에 아찔하신 나머지 시간과 방향을 헷갈리셨다고. 큭~

 

청수동암문만 넘으면 웬지 우리집 마당에 온듯 마음이 한결 푸근해진다.

 

 사모바위에 도착하니 벌써 다섯시 - 너무 놀았나~

 야호~ 드뎌 우리 동네다!!

 

비봉아 안뇽~~ 열흘만이로구나!!

 

놀며 쉬며 왔어도 약 열시간 가까운 시간을 걷다보니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발끝이 잔소리를 해댄다.

그래도 조금만 참고 힘내자. 마지막이 젤 어려운 법,, 하산길은 조심조심!!

끝까지 조심하여 산을 내려가니

먼저 내려가신 두 분과 산행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분들이 누룩막걸리 집에 모여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나눠드릴까,, 저산 위에서 가져온 이 행복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