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나올 즈음
공교롭게도 움베르토에코의 '로아나여왕의 신비한 불꽃'을 읽던 중이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의 초반부에 몇 번이나 이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를 언급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화자가 자신의 기억을 찾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현재의 상황을 이에 비유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왠지 포레스트검프가 떠올랐던건 나뿐이 아니었나보다.
알고보니 시나리오 작가가 똑같았던것..
한 편의 서사시를 읽듯 잔잔한 구성.
이 작품의 원작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스콧 피츠제랄드이다.
늙은이의 몸을 가지고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는 아이.. 백인 아이지만 지극정성으로 길러준 이는 흑인여성 퀴니.
버려진 곳이 양로원 문 앞인 것도 이 아이에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벤자민은 자신이 아이인줄도 모른체 노인의 몸과 얼굴로 노인들 틈에서 자라며 인생을 배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해 살던 벤자민은 어느날 양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갔다가
기적처럼 걷는 체험을 하게된다.
육체는 노인이지만 정신은 어린아이 그대로의 장난기와 호기심이 가득한 그는 늘 넓은 세상을 그리워한다.
운명의 여인을 만나다.. 그녀의 이름은 데이지.
데이지 역의 소녀는 다코다 패닝의 동생 엘르패닝이다.
둘은 친구가 되어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오래 사귈 수 없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어느 날 벤자민은 정든 어머니와 작별하고 배를 타고 먼 길을 떠난다. 데이지에겐 어디에서든 엽서를 보내기로 약속한다.
세상을 떠도는 사이 많은 이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배워간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젊어지는 몸..
밤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인,, 그녀는 수영으로 바다를 건너는 것이 꿈이라 했다.
한결 젊어진 벤자민 - 이제 브레드피트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만난 그녀 -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되돌아간 양로원에서 성숙한 여인이 된 그녀를 다시 만난다.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과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데이지.
마침내 정신과 육체가 일치하는 그 때, 그녀와도 진정한 연인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 짧기만 하다.
둘 사이엔 딸이 태어났다.
어린 딸이 조금씩 자라는 동안 벤자민은 점점 어려진다.
몸과 달리 마음이 늙어가는 그.. 결국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여인을 떠날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아이 둘을 키울 수는 없잖아..'
남편이 아닌 아이로 그녀 곁에 남을 수는 없다는 그.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재회한 두 연인
슬프게도 베자민은 치매에 걸려 옛연인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연인의 품에서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는 벤자민.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랑의 환타지..
담담하지만 아름답다.
역시 사랑이란 두글자는 그래서 위대하다는거..
영화를 보고나니 책을 읽고 싶어졌다.
보통은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수순인데 - 책을 뛰어넘는 영화는 별로 없더라고..- 이 번 경우는 다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나 책은 언제나 좋다.
같은 만원짜리 책이라도 생각을 두배로 할 수 있다면 이만원의 효과가 아니겠남. 풋~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어찌나 존경스럽던지. 두시간 사십분이 넘는 긴 영화가 때로는 지루한 듯도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
주인공역의 두 남녀배우도 마음에 든다.
한다하는 영화평론가들은 감독이 제 색깔을 잃었다고 안타까와 하지만 난 그런건 잘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