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장터목에서 깊은 잠을 잤다.
출발하는 날부터 피로가 쌓인데다 어제 하루 걸은 거리가 28Km가 넘으니 그럴만도 하지 싶다.
새벽 네시.
깨워주지 않아도 주위사람 덕분에 절로 잠이 깬다.
모처럼 일출을 보러가기로 했다. 준비를 마치고 다섯시쯤 출발한다.
몸도 풀리지 않은채 무거운 이백이와 칠공이 카메라 두 대를 배낭에 짊어진 아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제석봉에서 카메라를 나누고 배낭을 내가 진다.
여기 저기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들의 모습도 보이고, 도대체 천왕봉은 어디냐고 자꾸만 물어대는 귀여운 어린애도 있다.
장터목에서 1.7km의 거리인 천왕봉을 고도는 240m이상 높여야 하니까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날씨는 포근한 편이지만 대청봉에서의 바람에 대비하여 얇은 옷을 세개나 입고 여벌로 또 하나 준비했다.
역시나 천왕봉 바위밑에 도착하니 바람이 불어댄다.
붉은 기운이 오르고 있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월요일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에 모여있다. 그 중엔 일본인 관광객도 있다.
드디어 떠오른 햇님~~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보기는 처음이다.
애초에 그런 욕심을 접은지는 오래지만 이 번엔 처음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아들을 위하여 새벽잠을 희생했다고나 할까. ㅎㅎ
이제 하산길이다.
맑은 날씨로 멀리 노고단에서 반야봉을지나 천왕봉에 이르는 능선길이 한 눈에 보인다.
떠오른 태양에 잠깐 몸을 비췄을 뿐인데 금새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역시 우리 인간도 한송이 해바라기꽃과 다를것이 없다는 생각이 일출을 보고난 나의 소감이다.
통천문 거친 바윗길엔 이렇게 좋은 길이 깔리고 돌계단이 생겼다.
언제 보아도 늘 쓸쓸한 제석봉
볼때마다 저 구상나무의 고사목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죽어서도 천년이라 했거늘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멀리 바라보아도 인간세상이 보이지 않으니 이 곳이 정녕 선계인 것이다..
어린 구상나무의 묘목이 거센 바람을 맞으며 자라고 있다. (엄마 나무가 있어야 바람을 막아줄텐데..)
다시 장터목에서 햇반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식수를 받아서 물통을 채우고 하산 시작 8시 25분
백무동으로 하산 중 되돌아 본 장터목대피소
아득히 먼 이곳에서도 노고단과 반야봉이 보인다.
망바위는 쌩~하니 지나치고
소지봉 9시 10분
하동바위 9시 40분
하동바위 앞의 흔들다리
버스시간이 늦을새라 마음이 급한지 앞서간 아들은 꽁지도 보이질 않는다.
백무동 하산길이 많이 좋아졌다.
악명높던 너덜길이 싸그리 정비되어 하산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지난 7월에 왔을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불과 두 달사이에 이렇게 달라질수가 있는지 놀라울지경이다.
10시 15분 하산 완료
하산 후 첫번째 가게 앞 흐르는 찬물에 시큰거리는 무릎과 발을 씻는다.
설악산 종주가 불과 두주전이라 약간 무릎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다.
의사선생님은 한 잔의 술도 무릎에 좋지 않다고 했지만 어찌 하산주를 생략하랴.
그래서..
두부 두접시와 파전 한 개를 눈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저 흑임자 두부 맛있다)
막걸리는 두 개~
지리산고속 서울행 11시 30분 차에 몸을 싣는다.
들판은 황금물결~~
제일 앞자리에서 이런 장난도.. (월요일이라 백무동에선 자리가 널널했다. 나중에 뒤로 갔지만)
우리 등산객의 자리는 아무리 일찍 예약을 해도 언제나 젤 뒷구석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꿀꿀한 땀냄새가 일반 승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원인인듯 싶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하기로 했다.
함양에선 반드시 벗었던 신발을 신고 있어야 한다.
기사님이 뒷자리까지 와서 꼭 신발을 신으라고 한말씀 하시기 때문이다. (아무리 싸악 씻었다고 항변해도 소용없음)
이것 또한 감수~
서울엔 정확히 네시간만에 도착.
지리산의 가을산행은 처음이었다.
날씨도 좋고 단풍도 곱고,, 지난 여름에 비해 좋아진 길도 아주 많았다.
덕분에 힘든 종주길이 많이 쉬워졌다.
그래도 지금은 몸조리 중이다. 주말엔 또 속리산으로 뛰어야 하니까..
이 번 지리산에서 아들에게 한 나의 명대사 한마디 " 넌 나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어~~"
아들이 순순히 인정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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