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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발길따라

덕유산 종주 2008.8.23

by 혜산 2008. 8. 31.

하필 날을 잡고 보니 비소식이 있다.

다행이도 산행 날에는 오전 중으로 개일것이라는 자신만만한 예보에,, 모든걸 하늘에 맡기고 출발한다.

 

 

기차를 타고 한강을 건너는 중 - 유리창에 빗방울이 맺히고 있다.

주말 새벽 서울은 아직 잠들어 있는 듯 보이는데.. 우리는 길을 떠난다.

 

서울역 6시 15분발 무궁화 호에 탑승

영동역 8시 40분 도착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교통편을 알아본다.

미리 알아본대로 택시는 있지만 벤은 없다.. 총인원 일곱명이 택시 두 대에 나눠타고 무주 리조트로 향했다.

대당 사만원.

기사님은 전직 공무원 출신이라고 하셨다. 나이 지긋하신 점잖은 분으로 영동의 이것 저것을 잘 설명해 주신다.

양수발전소를 지나 리조트에 도착. 곤돌라 편도가 7,000원이다.

 

 

 

 오른편 꽃밭 너머에 곤돌라를 타기 위한 줄이 늘어서 있다.

 

 

산 아래는 개었건만 산을 오를수록 운무가 자욱해진다.

 

 

 

설천봉레스토랑에서 식수를 채운다음 출발 ~

뒤 편의 건물은 팔각정인것 같은데 뭔가 약간 어정쩡한 분위기의 건물이다.

 

 

 호오~~ 우리 팀,, 단체로 베낭커버를 맞췄나벼..

같은 등산매장을 이용했다는 증거지이~

 

 

약 십오분 걸어서 향적봉에 도착했다.

날은 흐려도 관광객이 제법 많아서 이렇게 사진찍기도 사람 없을때 잽싸게..

 

 

 저기,, 삿갓봉 아래 오늘의 숙박지인 삿갓재대피소가 있다.

오늘 걸어야 할 거리는 향적봉에서 10.5km 이다.

날씨만 좋다면 저 멀리 지리산도 조망할 수 있으련만, 이렇게 그림으로나마 대신할 수밖에 ..

 

 

우리의 앞 길은 보이지도 않는다.

 

순간적으로 안개비가 와르르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니 우비를 입을까 말까를 고민하며 걷는다. 

 

 

 

그래도 걷다보니 비는 멎었다. 다만 조망이 없을 뿐.

 

이 곳이 고사목지대 인가보다..

 

 

 

 

요런 나무도 있다. 남들이 하는대로 우리도 한 번 해보자~~ 내가 빠질소냐, 김대장.

 

 

  덕유산에 무지하게 많은 산오이풀.

진짜로 목마를때 몇 잎씩 따먹으면 갈증이 가시는 듯하다.

덕유산은 식수가 귀한 산이라 오이풀 쫌 먹어주었다.

 

 

덕유평전..

그 많다는 야생화는 다 어디에 있는지.. 안개속에 숨어버렸다. 원추리는 다 지고 꽃대에 씨를 키우고 있다.

 

 

 

 

이런 길이 재미있다고 첨엔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이땐 몰랐다. 이런 길이 얼마나 힘들고 길고 지겨운지..

 

동엽령을 약 십여분 앞 둔 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번엔 넘치도록 넉넉한 소주덕분에 대낮부터 음주가 행해진다.

그래, 술기운으로 가자고오~~

 

 

동엽령 - 전망 데크에 올라봤지만 보이는 건 역시 구름뿐.

그래도 이때까지는 길이 좋은 편이다.

덕유산의 길은 지리산에 비하면 아주 좋은데,, 문제는 진창길이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가는 곳곳에 진창길이 복병처럼 기다리고 있다.

오르막길에서 잘도 가는 일행들이 진창길에선 발 놓을 자리를 찾느라 쩔쩔맨다.

그리고

빼곡한 숲길때문에.. 비에 젖는 것이 아니라 젖은 조릿대며 풀잎들이 옷을 적시고,, 가는 발걸음을 더디게 붙잡는다.

그래서 몇 배는 더 힘들었던 산행이다.

 

 

 

 

 

동엽령에서 약 두시간만에 무룡산에 도착했다.

표석앞에 소주도 한 잔 올리고.. 옷도 덮어드리고.

 

 

쉬어가는 틈을 이용해 이슬이도 한 잔 - 술이 너무 많아서 남을까봐 그렇대나 뭐라나..

 

 

드뎌 삿갓골재대피소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대피소 바로 옆에 빗물을 받아놓은 통이 있어서 손쉽게 흙묻은 바지를 씻어내고 발도 씻고 세수도 한다.

슬리퍼까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소문대로 대피소 직원들도 엄청 친절하시다..

국립공원의 다른 대피소와는 달리,, 뭐랄까..소규모라서 그런지 가족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이 날은 월드컵 야구 결승전이 있는 날.

저녁식사를 하는 여러 팀들이 야구의 승리를 위하여 힘찬 건배들을 했다.

그 덕분인지 결국 금메달을 딴 한국 야구 - 대단하다!

암튼 그 때문에 대피소에 들어와 소등을 한 후에도 결과가 나올때까지 잠을 못잤다는거..

 

 

이튿날은 일정을 맞추느라 일찍이 네시경에 기상했다.

누릉지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시간은 예정보다 약간 늦어서 다섯시 반쯤 출발했다.

 

 

 삿갓재에서 출발하자마자 된비알이 기다린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 삿갓봉. 내려가다보니 삿갓봉을 오르지않고도 갈 수 있는 우회길이 있었다.

 

 

 

월성재를 지나 남덕유로 향하던 중 문득 뒤를 돌아보니

 

 

산 아래가 이렇게 구름밭이다.

 

 

산오이풀 꽃 

 

얘가 누구더라?? 벌개미췬가..

 

 

 드디어 남덕유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쉬는 동안 또..

남아있는 것들 모두 먹고 내려가야 한다고 그래서 또 한모금 마셔주었다. 독한 중국술 한 잔,, 가슴이 뜨겁다!

 

이제는 하산이다~~

  

 

 남덕유산은 경사도가 급한 산인가보다.

이런 급경사의 계단을 몇개나 오르고 내려야 드디어 평탄한 길이 나타난다.

그러나 하산길은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영각사 통제소에 도착하고 보니 버스시간에 딱 맞는 11시 40분

 

 

버스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동안 선산님이 젖은 등산화를 말리고 있다.

 

 

들판은 어느새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덕유산을 쳐다보니 이런 그림같은 경치가..

 

 

구름도 예술이다.

 

함양에서 서울발 12시 35분 버스를 탄다.

지리산 백무동에서 출발하는 바로 그 버스,, 김대장은 지리산과 덕유산이 이렇게 가까운 줄은 이 번에 처음 알았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태백산맥의 한 줄기로 이어져 있는 아주 가까운 산인걸..

정신없이 졸며 서울에 도착하니 네시 반. 벌초차량이 많아서인지 한시간이 늦어져버렸다.

추어탕으로 저녁식사.

뒤풀이 맥주는 기본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힘들었던지 살도 쬐금 빠졌다!!

 

어찌..다음을 기약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아쉬움은 남지만, 결코 쉽지않은  덕유 종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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